너의 용기로

이지은, <울지 않는 달>

by 지지

줄거리


하늘에서 달이 사라진 동안의 이야기


감상


우선, 책을 받아보았을 때부터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정말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책이구나. 표지에서부터 내지의 질감까지 그 어느 곳 하나 빼먹고 대충 만든 것이 없다고 느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간 이북리더기에 빠져 잊고 있던 종이책을 읽는 즐거움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이 종이의 두께, 질감. 그래서 내가 종이책을 읽었었지. 섬세하고 다정한 문장, 아름다운 그림들. 보는 동안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줄거리를 짧게 썼다. 길게 쓰고 싶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간략히 설명하자면, 달은 늘 사람들에게 기도를 받는 대상이다. 하지만 달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람들은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달에게 참을성 없게 화를 낸다. 달은 저 시끄러운 소리를 듣느니 차라리 끝이 왔으면 싶지만 끝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체념하고 지내던 어느 날, 달은 하늘에서 똑 떨어졌고, 죽은 여인의 품에 살아있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냄새를 맡고 찾아오 늑대 카나와도 만나게 된다.


셋은 인간을 극도로 혐오하는 멧돼지 무리를 피해 작은 섬으로 도망친다. 그곳에서 달은 그간 하늘에 붙박혀 있어 하지 못했던 탐구를 하고, 카나는 아이를 키운다. 달도 어느 순간부터 아이를 키우는 것을 돕는다. 잔잔하게 서로에게 스며들어가는 셋을 보고 있노라면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고 되뇌이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의 주인공에게 이 책 좀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누군가의 보살핌, 누군가의 호의…… 그것 없이는 이 자리에 내가 존재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주는 동화 같은 소설이었다. 행복했다. 나는 책을 덮었지만 이야기는 내 안에 남아 엔딩 없이 계속 나아갈 것이다.


개인적으로 늑대와 아이, 그리고 대립하는 멧돼지의 등장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모노노케 히메>가 떠올라 즐겁게 읽었다. 또 한편으로는 고대그리스신화에 따르면 어떤 형제는 늑대의 젖을 먹고 컸다고 한다든가 하는 이야기도 생각나서, 늑대가 인간의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들을 많이 떠올렸던 것 같다.


인상 깊었던 구절


너의 용기로.


달이 카나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말을 이었다.
”난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왜 세상의 답은 네가 다 아는 것 같지? 넌 고작 십수년 산 늙은 늑대일 뿐인데.”
”십수 년이라도 나한텐 일생이야. 넌 일생을 살아 보지 못했잖아.”

* 본 서평은 창비 스폐셜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제공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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