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
필자는 어제 친구와의 즐거운 시간을 마치고.. 학교로 향했다. 마침 날씨도 화창해서 올해 새로운 마음으로 학교를 좀 걷고 싶다는 생각에 법대 건물 앞에서 메인 도서관까지 걸어갔는데, 필자는 어리석은 선택을 했구나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 오늘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길이 쓸데없이 길게 느껴졌다.
필자의 학교의 정식 이름은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시드니는 뉴사우스웨일즈(NSW)주인데, 그 이름에서 따온 거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시드니는 오페라 하우스 주변 시티가 시드니이고, 그 주변 지역들 주소에는 시드니 이름이 들어가지 않는다.
호주 최초의 대학교인 시드니 대학교(University of Sydney, Usyd)보다 훨씬 늦은 1949년 설립되었다. NSW 주의 상위권 학생들의 선호도 1순위 대학이다.
필자의 엄마는 호주에서 제일 좋은 대학은 시드니 대학이라고 생각하시고 몇십 년을 살아오셨다. 다양한 국적에서 온 친구들, 특히 중국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호주에서 제일 좋은 대학은.. 호주 수도 캔버라에 있는 호주 국립 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ANU)이다. 필자는 몇 년 전에 이 대학에 가기 위해서 포트폴리오 통과하고 인터뷰까지 봤는데.. 필자네 엄마 때문에 못 갔다.
대신 UNSW에 와서 혜택을 받아서 상당히 만족하며 계속 공부하며 살아가고 있다. 필자네 엄마는 필자네 학교와 ANU에 대해서 아예 모르셨다.. 다른 한국분들도 잘 모르신다. 오로지 시드니 대학교만 아셨다. ANU 법대(호주 최고..) 나온 필자네 친구 어머님께서도 이 대학에 대해 잘 모르셔서 집에서 생각보다 인정을 그다지 못 받았다고 한다. 응? ㅋㅋㅋ 하여튼 이 대학 다음이 멜버른 대학, 시드니 대학 혹은 UNSW이다. 조금 자랑을 하자면 호주 수험생 만점자 20명 중 17명이 선택하는 대학이 우리 학교이다. 장학금을 많이 줬나.. 허허...
필자는 올해 시드니 대학교에 가려고 오퍼도 다 받아놓았건만.. UNSW에서 더 좋은 오퍼를 줘서 남게 되었다. 대신, 내년 이후에는 아마 시드니 대학이든 혹은 캔버라, 멜버른으로 옮길 것 같다.
UNSW는 호주 시티 근처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켄싱턴(Kensington)이라는 집값이 쓸데없이 비싼 동네에 위치하고 있다. 최근에는 라이트 레일이 시드니 시티 곳곳에 생기면서 학교 가는 게 더 쉬워졌다. 라이트 레일이 느리다는 것 빼고는 다 괜찮다.
시드니 대학교의 장점은 비슷한 사이즈라도 학교 안을 차로 운전해서 다닐 수 있다는 것이고, 필자가 다니는 UNSW 대학교의 단점은 일일이 캠퍼스 안을 걸어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계단들과 함께 메인 도서관까지 20분 걸었다. 그래서 필자는 다리가 굵다.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캠퍼스 안에 학생들이 타고 다닐 수 있도록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미니 기차라도 좀 놓아주면 좋겠다.
시드니 대학교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사진만 찍으면 아주 예쁘건만.. 우리 학교에 놀러 왔던 필자의 엄마가 그러셨다. "여기는 무슨... 공부하는 공장 같아. 낭만이 없어."
맞다. 우리 학교의 장점이자 단점은 캠퍼스 안 어느 곳에서든지 공부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놓았다는 것이다.. 시드니 대학교는 아름다운 캠퍼스, 연못도 있고.. 다들 예쁜 배경의 잔디에 누워있건만.. 우리는 그냥 공부하는 공장.
자존심 상하지만 동의한다.
시드니대 법대 건물이 해리포터에 나오는 그런 예쁘고 고풍스러운 건물이라면.. 우리 학교의 건물은..
그냥 건물이다. 몇몇 개는 최신 건물. 계속 학교를 확장하며 짓고 또 짓는다.
빌 게이츠가 투자했다는데.. 2030년까지 받은 학교 재정이 시드니 대학의 세배라니..
나는 아무래도 이 학교에 꼭 붙어있어야 할 것 같다. (사실 컴퓨터 쪽에 투자했지, 미대는 상관없음.)
메인 캠퍼스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걸리는 필자가 주로 공부하는 패딩턴의 미대 건물은 낡았다. 패딩턴의 미대 건물은 1900년대에 쓰였던 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했다고 한다. 즉, 건물 자체는 100년 정도 되었다. 2012년에 UNSW 미대가 호주 예술가들의 거리가 있는 이 건물로 옮겨왔고, 덕분에 필자는 패딩턴의 온갖 좋은 카페들은 다 설렵할 수 있었다. 공부하면서 너무 행복했다. (메인 캠퍼스 근처에서는 맛집들은 필자의 취향이 아니었다.) 미대가 2017년에 세계 20위라고 하던데.. 믿을 수 없다. 그럴 리가 없다. 응? ㅋㅋㅋ...
작년에 필자는 학교 스튜디오에서 혼자 남아서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고는 했었는데, 누군가 서툴게 바이올린 연습하는 소리가 들려서 가면 아무도 없었다. 세 번 정도 들었던 것 같다. 친구들은 처음에 필자의 말을 믿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다른 학생도 그 바이올린 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그 이후부터는 밤늦게 혼자 남지 않았다. 어쨌든..
필자의 취향은 안티크 한 취향이므로 캠퍼스 선호도는 시드니 대학교지만..
마음만큼은 학교에 대해 자부심이 아주 강하고 사랑한다.
웃긴 건.. 필자가 처음 시드니 대학을 갔을 때, 어떤 사람이 그러더라.
"시드니 대학은 지는 태양이고.. UNSW는 떠오르는 태양이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 말 때문은 아니지만 UNSW 합격 통지서를 그 이후에 받아서 옮겼을 때는 또 사람들이 그랬다.
""시드니 대학은 영국식 교육이라서 시드니 대학이 전통적이고 우위고 어쩌고 저쩌고.."
그때 필자는 깨달았다. 아.. 그냥 무시해도 되는 말들이구나.
두 대학이 시드니에서 두드러져서 라이벌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냥, 도찐개찐이다.
둘 다 호주의 아이비리그라는 G8(Group of 8, 호주에서 좋은 8개의 대학) 대학에 속해있고.. 세계 랭킹도 비슷하다. 다만, 시드니 대학이 인지도가 더 높은 건 맞다. 이름이 '시드니'이기에.
UNSW 학생들은 학교에 불만이 많아서 시드니 대학을 가고 싶어 하고..
시드니 대학교 학생들 또한 나름대로 본인들 학교에 불만이 많아서 우리 학교에 판타지를 가지고 있더라.
어쨌든.. 필자는 올해도 이 곳에서 공부해야 할 것 같다.
그래 봤자 올해 12월까지만 하면 되니까.
그 이후에는 좀 더 편하게 중간에 때려치워도 된다라는 마음으로 공부해도 될 것 같아서 덜 부담스럽다.
예전에는 미국이나 영국에 참 많이 가고 싶었는데, 나이를 먹어서인지.. 코로나 사태를 겪어서인지..
그럴 마음들이 싹 사라졌다. 이 곳에서 그냥 최선을 다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