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아트페어와 호주 전설적인 미술가 브렛 화이틀리의 스튜디오에 가다
필자는 어제 잠깐 시간이 나서.. 호주 시드니의 써리힐(Surry Hills)에 위치한 호주의 전설적인 예술가 브렛 화이틀리(Brett Whiteley)의 스튜디오에 다녀왔다. 아마 그는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브렛 화이틀리의 존재감은 호주에서 매우 압도적이다.
비 오는 날의 써리힐의 풍경이란.. 필자에게는 굉장히 낭만적이었다.
빗소리가 좋았고.. 한가한 길을 걷는 것도 좋았고..
서늘하도록 시원한 날씨도 마음에 들었던 어제.
비가 주룩주룩 오는 목요일, 오후 두 시 반에 아무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허기를 채웠다. 알고 보니 얼마 전에 호주 블로그에서 봤던 폴란드 음식점이었다. 예스! 운이 좋았다, 꼭 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상냥한 폴란드 주인아저씨가 반겨주셨고.. 감자요리와 돈가스 같은 돼지고기 요리, 폴란드식 만두 등의 몇 가지 메뉴들을 추천해주셨다.
간단한 양배추 롤 요리를 시켰다. 양이 적어 보이는데.. 감자와 양배추 안의 고기 때문에 제법 배가 찼다. 디저트를 위해서 디저트 배를 아껴두었다. 응?....
첫맛은 밍밍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맛. 토마토소스도 토마토케첩에 비해 굉장히 밍밍했다.
근데, 계속 한입 먹고 또 먹을수록.. 굉장히 정성이 들어간 따뜻한 가정식의 느낌이 강한 음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맘에 들었다. 다음번에는 다른 메뉴를 도전해볼 생각이다 :)
특히 저 당근 라페가 맘에 들었다. 살짝 달달하면서도 건강한 맛.
매쉬 포테이토야 말할 것도 없이 부드러웠고, 생 파슬리를 썰어서 올려주었기에 향기로웠다.
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졌고, 아저씨는 Good job이라며 칭찬해주셨다.
이 베이커리의 체인점을 뉴타운(Newtown)이라는 곳에서 트라이해봤었는데, 진짜 별로여서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다만, 따끈한 커피와 달달한 게 당겼을 뿐. 하지만 가게는 생각보다 훨씬 작았고.. 밖에는 비도 오는데 안에 앉아서 먹을만한 곳이 없었다. 나는 디저트만 사 가지고 나오기로 했다.
생강 브륄리 타르트.
안에는 커스터드 크림으로 채워져 있고, 위에는 생강향이 나는 녹인 설탕으로 덮여 있어서..
한입 깨물면 쨍그랑- 하는 느낌. 피스타치오가 건강하고 고소한 맛을 잡아주어서 씹는 재미가 나는 타르트였다. 역시 본점이 최고구나를 느낀다.
비 오는 길에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타르트를 들고 먹으면서 써리힐의 크라운 스트리트(Crown St) 걸었다.
흔한 써리힐의 집들.
책을 한 권 꼭 사고 싶었건만.. 차마 한권만 고르지 못해서 패스.
이 곳은 브렛 화이틀리가 티셔츠 공장이었던 창고를 1985년에 구입하여 전시 공간으로 개조한 곳이다. 실제로 그는 1987년부터 죽기 전인 1992년까지 이 곳에 살아서 이 곳은.. 음, 한국말로 브렛 화이틀리의 '생가'이다. 실제로 저 물건들과 그림 도구들은 다 브렛 화이틀리가 사용했던 것이다.
얼마나 브렛 화이틀리가 위대한 호주 예술가였는지.. 이 곳은 뉴사우스웨일즈 갤러리(Gallery of NSW)가 직접 관리를 하고 있다.
브렛 화이틀리의 작품들이 곳곳에 걸려있고, 심지어는 미완성의 그림들도 종종 있었다.
이 곳은 혼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왕이면 비 오는 날에.
예술가의 삶과 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조만간 브렛 화이틀리에 대한 글을 써봐야겠다.
시드니 시티에서 매우 가까운 워쉬 베이(Walsh Bay)라는 곳으로 향했다.
필자가 대학교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이 곳에서 열리는 디 아더 시드니 아트 페어(The Other Sydney Art Fair)에 참석하게 되어서였다. 비가 엄청 쏟아지는 날이었는데.. 오프닝에 참석하기 위해 비를 뚫고 갔다.
친구가 마침 또 오프닝 티켓을 줘서.. 구입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
티켓 살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먹었다.
비는 억수로 쏟아지는데.. 모르는 동네에 와서 길 잃고..
그래도 즐거웠다. 새로운 풍경들을 감상하며 즐거웠다.
다만 비를 맞았을 뿐.
공원을 가로질러서 길을 찾다가.. 엥?....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깜짝 놀라였다.
심슨!!!!!
오프닝 시작하자마자 들어가서 찍은 풍경.
재밌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
많은 아티스트들을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했고.. 또 직접 설명을 들으니 너무 좋았다.
이 곳에도 천천히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필자의 친구인 엘리자베스 르위스.
그녀의 작품 속의 색감들은 신기하게도 그녀와 참 많이 닮았다.
파스텔톤의 여리여리 예쁜 느낌. 실제로도 엘리자베스는 그렇게 생겼다.
예쁘장하고 조용한 아이, 엘리자베스.
서로 말을 트고 친해지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대학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들 중의 하나.
필자가 작년 대학에서 어려움을 당할 때, 엘리자베스의 조언과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되었었다. 오히려 그런 일로 인해서 엘리자베스와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서.. 필자는 때론 나쁜 경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필자의 스튜디오에 있던 필자가 만든 작품을 누군가 고의적으로 몇 번 망가뜨린 적이 있는데..
다른 교수님께 부탁해서 작품 보관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했던 적이 있다. 내 작품이 무사한 것을 보고 누구 보란듯이;; 엘리자베스가 너무 좋아하며 안아주었는데.. 그게 너무 고마웠다. 또한, 올해.. 필자가 참여한 공모전에서 누군가 표절했을 때에 엘리자베스가 그걸 제일 먼저 찾아내 주어서.. 마음고생을 좀 했지만.. 진실을 알게 해 줘서 너무 감사했다. 아.... 표절...... 언젠가 한 번쯤 심각하게 꼭 다뤄보고 싶은 이야기.
엘리자베스는 조용하고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편이지만.. 확실한 강단이 있다.
나는 엘리자베스의 그런 점이 너무 좋아 :)
그녀의 파스텔톤의 작품들과 그림.
그녀와 확실한 아트 스타일이 너무 좋다. 필자는 부끄럽게도.. 아직도 필자의 스타일이 뭔지 모른다.
올해는 꼭 제대로 찾을 수 있기를. 미대를 졸업해놓고도 아직도 혼란스러우면 어떡하나..
오늘도 내일도.. 그저 꾸준히 열심히 하며 찾아봐야겠다.
내년에는 엘리자베스와 함께 이 곳에 서는 것을 기대하며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