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레인 Mar 26. 2021

호주의 전설이 되어버린 미술가, 브렛 화이틀리의 연금술

호주인들이 격하게 사랑하는 브렛 화이틀리의 예술가로서의 몸부림

Australian artist Brett Whiteley. Photograph: Transmission

1939년에 호주 시드니의 패딩턴 지역에서 태어나서 1992년에 세상을 떠난 브렛 화이틀리(Brett Whiteley), 그는 호주에서 전설이 되어버린 미술가이다. 불행하게도 그는 마약과 알코올을 작업의 원동력으로 인용했고,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그의 마지막은 쓸쓸하고 외로웠다. 


호주인들은 그의 감각적인 독특한 에너지와 힘이 담긴 그의 작품을 사랑했으며, 그의 작품들은 다른 작가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구성으로 그림을 보는 관객에게 강렬함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렛 화이틀리의 작업은 종종 보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 때도 있는데, 이는 브렛 화이틀리가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 예술과 삶에서 보고 겪은 다양한 현상들과 감정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Untitled Red Painting1960, Brett Whiteley

브렛 화이틀리는 바닥에 떨어진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에 관한 책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그 순간 그는 삶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그는 빈센트 반 고흐에게 영감을 받으며 그림 작업을 진행했다. 


브렛 화이틀리가 국제적인 명성을 쌓기 시작한 계기는 영국의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에서 그의 그림을 구입한 이후이다. 그는 테이트 갤러리가 구매한 작품 중에서 당시 현존했던 가장 어린 예술가로 기록되어 있다. 이 그림은 호주의 붉은빛이 도는 흙색과 이탈리아 회화 및 건축의 분위기를 강력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풍경과 여성의 몸과 결합했다. 


브렛 화이틀리의 그림은 놀랍도록 성숙하고, 상상력이 풍부합니다. 영적이며, 완전하고 완벽하게 독창적입니다. 젊은 예술가의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의 그림은 단순히 뭔가 아는 것을 넘어서 그는 완전히 깊이 깨달았습니다. 젊음에서 흐르는 에너지,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적인 비전으로 그림을 채웠습니다. - 큐레이터, 브라이언 로버트슨(Bryan robertson)



Alchemy, oil and mixed media on wood, Brett Whiteley
Alchemy, ©Brett Whiteley

필자는 어제 운이 좋게도 이 작품을 실제로 보고 왔다. 다만, 작품의 저작권 문제 때문에 관객들에게 사진 촬영이 제한되어 있어서 제대로 찍지는 못했지만.. 실제로 본 연금술(Alchemy)이라는 작품은 몽환스럽고 환상적이었다. 가만히 서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온 것 같다. 브렛 화이틀리의 걸작 중 하나라는 연금술. 총 18개의 패널(병풍 같은 나무판)에 여러 가지 재료와 오일 물감을 사용하였다.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환상과 비전으로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으로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림 속에는 글씨, 콜라주(인쇄물이나 신문지, 벽지, 잡지, 악보 등등을 풀로 붙이는 것), 다양한 재료들을 부착한 것을 볼 수 있다. 


Brett Whiteley in North Sydney house, date unknown, by Robert Walker © Estate of Robert Walker. 

브렛 화이틀리는아시아의 미학의 관점과 유럽의 감성을 융합하여 새의 깃털, 새 둥지의 일부, 유리로 된 눈알, 플러그, 조개껍질 조각을 오브제로 사용했으며 나무, 바위, 강 같은 장소를 기반으로 상상과 느낌을 배경으로 하는 감각적 풍경을 새로이 창조하기도 했다. 이는 브렛 화이틀리가 본인의 마음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물건을 사용하여 자신의 변화된 상태를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듣는 음악과 우리가 존경하는 그림을 만드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가의 신화는 작품 자체만큼이나 중요합니다. 결국 예술은 벽에 걸린 그림이 아니라 인간성을 표현한 것입니다. - 데이비드 도날슨


연금술에서 일본 소설가인 미시마 유키오(Yukio Mishima, 혹여라도 오해가 생길까 봐 요즘같이 민감한 시기에 일본 작가를 거론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에게 영감을 받은 브렛 화이틀리는 미시마 유키오의 초상화로 시작해서 태양이 폭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금 속에 그려진 태양의 하얀 부분은 발광하는 듯한 변화의 빛을 나타내며 이는 브렛 화이틀리에 의해 추상적으로 표현되었다. 관객들은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그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브렛 화이틀리는 끝내 미시마 유키오의 초상화를 완성하지 못했다. 브렛 화이틀리의 인생에서 꽤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인 이 작품은 브렛 화이틀리 자신의 자화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오른쪽에서든 왼쪽에서든, 브렛 화이틀리의 작품 가운데서 IT라는 단어를 볼 수 있다. 이는 한쪽 끝에서 태어나 다른 쪽 끝에서의 죽음을 말하고자 하는데 즉, 탄생과 죽음을 표현하고 있다. 또는 바다와 하늘의 차가운 영역에서 나오는 인류에 대한 영적 깨달음을 연금술 같은 금의 관계로 비유해서 말한다고 한다. 


BRETT WHITELEY AT GAS WORKS STUDIO  1971
예술은 관객들을 놀라게 해야 하며,
관객들을 변화시켜야 하며,
그들이 작품을 본 순간 얼어붙게 만들어야 합니다. 
예술가들은 진실과 편집증 사이에서 작품을 작업해야 합니다.


연금술은 사진 속의 이 가스 워크 스튜디오(Gas works Studio)에서 완성되었다. 사진 속의 브렛 화이틀리가 보이시는가? 그는 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보인다. 


브렛 화이틀리는 예술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시험하기 시작했는데, 그는 팝 뮤지션처럼 '연금술'이 관객들을 감동시키기를 원했다고 한다. 연금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며, 자아의 변형을 나타낸다. 솔직히 연금술에 들어있는 철학들은 완벽하지 않고, 난해한 지식의 조각들이지만 이 작품은 브렛 화이틀리 그 자체이기에 그의 사후에도 이렇게 호주에서 호평받는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언어로 브렛 화이틀리 자신을 작품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브렛 화이틀리는 16세기 초의 스위스 연금술사인 보쉬(Bosche)와 파라셀수스(Paracelsus)에 대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비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에 대해서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브렛 화이틀리는 이를 신성한 초월의 은유로 여겼으며, 파라셀수스의 이론처럼 한 가지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단지 일시적인 겉 피부일 뿐이며, 그 피부 속에는 매우 반대되는 다른 현실과 모습이 놓여있다는 이론에 영감을 받았다. 이렇듯 수세기 사이의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이분법은 브렛 화이틀리의 생각과 일치했으며, 이러한 이론에서 그는 그의 그림을 삶이 예술로, 평범했던 것을 비범한 것으로 바꿀 수 있는 연금술로 바꿀 수 있었다. 브렛 화이틀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고 상상하며 작업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결국 마약의 유혹에 빠져버렸다. 


브렛은 정신 분열증이 아니었지만 선과 악으로 나눠진다는 의미에서 정신 분열증 상태에 매료되었습니다. 권력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지불할 대가는 무엇입니까? 항상 이 다음은 어떤 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졌습니까? 

첫 번째 패널의 미시마 유키오의 초상화를 파괴하고 나머지 그림들을 그려 넣었을 때, 브렛 화이틀리의 연금술은 성장하고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지옥에는 낙원이 있고 그 작은 세부 사항은 모두 유머러스하고 무섭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습니다. 모든 연금술사들은 변신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그저 비금속에서 금으로 가는 것은 무의미한 부분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성배를 찾는 것, 천국과 지옥, 동물들과의 영적인 연결입니다. 이것이 브렛 화이틀리가 연금술에서 나타내고자 한 것입니다.
- 호주 NSW갤러리의 수석 큐레이터, 베리 퍼스(Barry Pearce)


필자는 호주 시드니(Sydney)의 써리 힐(Surry Hills)이라는 동네에 위치하고 있는 브렛 화이틀리의 스튜디오에 다녀왔는데, 실제로 이 스튜디오는 브렛 화이틀리가 1987년부터 죽기 전인 1992년까지 살았던 곳이다. 1985년, 티셔츠 공장이었던 창고를 브렛 화이틀리가 구입하여 전시 공간으로 개조했다. 현재는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 갤러리(Gallery of NSW)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 곳에서 브렛 화이틀리가 실제로 쓰던 물건들이 있는 2층의 스튜디오, 드로잉 작품들도 감상하고 왔다. 



Self portrait in the studio 1976

마지막으로 이 그림은 필자가 브렛 화이틀리의 그림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다. 문화적 혼종성에 대한 작품에 대한 것들을 찾으면서 발견했는데, 강렬한 파란색과 브렛 화이틀리만의 감각에 매료되었다. 작품의 제목은 스튜디오에서의 자화상(Self portrait in the studio)이다. 이 그림은 1976년에 그려졌는데, 이 그림 속에서는 거울 속에 비치는 브렛 화이틀리 본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방 속의 파란색 배경과 거울 속에 비친 그의 모습은 그가 현재 슬프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보통 파란색은 물을 뜻하는데, 방이 온통 그의 작품들과  파란색으로 채워져 있는 것은 눈물 속에 있는 그의 작품과 삶을 나타낸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는 벌거벗은 여자가 아닌 거울 속의 자기 자신을 보며,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브렛 화이틀리의 작품에서 사용된 이 파란색은 '울트라 마린 블루'라고 하는데, 이는 호화로운 삶(호주는 물가 앞의 집이 매우 비싸다. 특히 하버브릿지가 보이는 풍경의 집이란 가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로또가 당첨된다고 하더라도 사기가 어렵다)과 항구 도시를 의미하는 물의 색을 의미하며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 그림 속에는 동양적인 요소를 볼 수 있으며, 브렛 화이틀리가 동양 미술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은 약물 남용과 예술에 대한 중독을 모두 받아들이는 스튜디오에 갇힌 브렛 화이틀리의 모습을 상징한다. 그림 전체에서는 마치 탈출구를 찾기 위해 그림을 샅샅이 뒤지면서 그렸다는 인상을 준다. 창문 밖의 풍경은 방에서 사용된 울트라 마린 블루 컬러와 함께 바다의 색이 어우러지며, 이는 깨달음과 희망의 주제에 관심을 가지며 평화로운 삶으로 탈출을 꿈꾸는 브렛 화이틀리의 희망이 육체적으로는 너무 가깝지만 정신적으로는 멀리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브렛 화이틀리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음을 알았으며(이미 그는 호주 내에서 유명했으니까. 그리고 평론가들에게 엄청난 시달림을 받았다) 내부의 새장과 마약 중독으로부터 창문을 통해 탈출할 기회를 엿보았다. 즉, 그가 원하는 건 그가 받는 고통과 정신적인 학대들로부터의 탈출이었다. 그림 속 여자의 벗은 몸(그의 아내이자 뮤즈인 웬디, Wendy)은 그의 외로움을 나타낸다. 이 그림은 매우 감정적이며, 강렬하지만 조용하게 브렛 화이틀리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조각과 그림, 판화를 포함해서 광범위한 작품들을 창조한 브렛 화이틀리는 호주에서는 이젠 전설이 된 미술가이다. 관객마다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하고, 해석도 각자 다를 것이다. 



이전 05화 빅 티에우, 주얼리에 담긴 이민자의 이야기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