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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열두시 Aug 04. 2021

이런 기획자는, 되고 싶지 않은 마음

우리는, 어떤 기획자가 되어야 할까?



감정 조절을 잘하는 사람이 되자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기획자는 다양한 사람,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자연스레 여러 상황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위치다. 의견에 감정이 상하거나, 이를 잘 숨기지 못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며, 객관적인 의견보다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기획자가 되었을 경우 팀원들이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거나 해야 할 말을 제때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좋지 않은 '에너지'를 퍼뜨려 팀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기록이다. 물론 그 기록은 스스로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자기 인식이 잘 되었을 때 가능하다. 만약 팀원 중 동일한 상황을 계속 만드는 경우가 있다면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그런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어떤 상황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지, 그 경우 어떤 결과를 맞이 했는지 등을 메모해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 전 미리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도 사람이기에 감정은 얼마든지 상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같은 상황을 여러 번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가야 할 길의 한 두 단계는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 되자.


당장 닥친일이 벅찬 이유는, 일정 상 여러 변수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닥쳐올 일을 미리 계산하고 고려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팀원들과 논의를 통해 개발 등에 필요한 일정을 수립했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미리 확인하는 일이 필요하다. 기획이 개발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기획의 헛발질로 인해 모두의 일정이 뒤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펙 문서 등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더라도 세부적인 논의나 기획을 하다 보면 변경해야 하거나, 추가로 전달해야 할 자료는 생길 수밖에 없다. 이때, 수정사항만 공유할 것이 아니라 함께 논의했던 가장 최근의 내용이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 등 다른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챙겨야 할 내용을 함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의 불만은, 변경 사항 자체가 아니라 변경된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거나 앞으로 해야 할 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미리 파악하지 못할 때 나온다. 일정을 내가 아닌 남과 상황 탓으로 돌리기 시작하면, 우린 매번 일정과 시간에 미리 대응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왜?라는 이유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명확한 근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주관적인 기준을 근거로 고집하면 아무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잘 정리하거나, 우리 서비스와 관련된 데이터를 여러 각도로 분석하거나, 우리가 함께 활용하고 있는 공통의 기준 등을 통해 왜?라는 질문에 미리 답하고, 공유해주는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참여하는 팀원들 역시 같은 기준에서 반박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주관적 의견으로 시작하게 되면, 참여 인원들 각자가 갖고 있는 주관적 의견을 더해 논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없으며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팀의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나는 보통 '공통의 기준'을 만들어 그 범위 내 서로의 의견을 덧붙일 수 있도록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 기준은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일 수도 있고, 어떤 데이터와 지표에 초점을 맞춰 커뮤니케이션할 지에 대한 내용인 경우도 있다. 중요한 건, 주관적 판단에 따라 비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막는데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라는 기획자가 왜?라는 이유에 명확한 근거를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원 역시 같은 기준과 방법으로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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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의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같이 일하던 기획자 중 한 명은, 과거의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이었다. '제가 그때 이렇게  해봤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어요. 이번에도 같은 방법을 활용해보면 어떨까요?'와 같은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물론 동일한 조건과 환경이라면 고려해볼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타깃도 서비스가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도 모두 다른 경우라면 이런 의견은 과거 경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대입하고자 하는 지극히 주관적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될 뿐이다. 작고, 큰 '성공'을 경험했다 하더라도, 그 경험이 또 다른 성공을 만든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기획자로 이전 경험을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특히 '성공'이라고 부를 경험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우린 먼저, 무엇을 계속 가져가야 하며, 무엇을 내려놓고 가야 하는지 답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프로덕트를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고민하고 무언가 들여다보는 것처럼, 우리의 경험 역시 같은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의 경험을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흐름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과정에 원인과 이유를 생각하는 사람이 되자.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논의 간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면 해결하기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내기보다, 충돌의 원인이 되는 이유를 먼저 파악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충돌은 아무 이유 없이 생기지 않으며, 대부분 일정 트리거를 통해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출발점에 대한 고려 없이 맺음을 위한 논의를 지속하다 보면, 엉뚱한 방향이나 또 다른 충돌을 가져올 수 있다. 때문에 이유를 파악하고, 그 이유에 해당하는 의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때 기획자의 역할은 관전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에 모두가 참여해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자여야 한다.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 일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 팀의 일부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1:1 대화를 한 번씩 하다 보면 구조적 문제인 경우도 많다. 겉에서 바라보는 것과, 직접 파고들어 확인하는 내용에 차이가 존재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니, 무턱대고 판단하는 것보다 이유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원인이라는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다면, 해결 방법 또한 상대적으로 쉽게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 되자.


배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스스로를 보완하기 위한 배움이며, 또 하나는 팀을 위한 배움이다. 전자는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지만, 후자는 실패 등에 대한 '인정'을 바탕으로 하기에 생각보다 멈칫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기획자가 정책을 잘못 설계해서, 디자이너가 모바일 내 텍스트 비율을 놓쳐서 등 누군가의 책임이냐를 알고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의 관점에서 더 중요한 건 서로가 그런 실수를 '왜' 하게 되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테스트를 꼼꼼하게 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고, 일정을 지나치게 빠듯하게 잡아 맞추는 것에 신경 썼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팀 단위로 실수한 내용을 기록하고,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며, 이를 동일한 상황에서 다시 꺼내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내가 속한 팀은 충분한 노력으로 스스로 만족하는 곳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더 단단해지는 곳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우린 기획의 영역에 대한 고민을 더해, 스스로의 배움도 챙길 수 있다. 슈퍼셀이 실패 파티를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가 아닐까 싶다.



함께 일하는 팀원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기획자로 일을 잘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은 매일 계속되지만, 혼자 일을 잘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창업부터 몇 번의 스타트업을 거치며 이런 생각은 확신이 됐다. 종종 기획자는 어떤 일을 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 계주의 첫 번째 주자와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모두가 같이 준비하지만, 기획은 보통 '출발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차례의 달리기를 끝낸 뒤 모든 일이 끝난 것 같은 태도를 지니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처음엔 그랬다. 다음 주자가, 또 다음 주자가 어떻게 달리고 있는지 그렇게 순위 등의 상황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지 않는 것이다. 이 경우, 나의 결과만 놓고 다음을 섣부르게 판단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으며 함께 뛰는 팀원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일도 마찬가지다. 기획자로 업무는 단계에 따라 잠깐 멈출 수 있지만, 기획은 프로젝트의 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다음 단계에 들어가는지,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는 무엇인지,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등은 나를 포함한 팀원에게 '제대로' 집중하고 몰입할 때 알 수 있다. 그러니,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며 내가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나로 시작한 출발이 잘못된 것은 없는지 계속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이 글은, 스스로를 위한 다짐에 더 가깝다. 실제 위 내용 모두를 지키며 일하기란 쉽지 않다. 연차가 높다고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기준도 아니고, 그 반대도 물론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변수란 변수는 늘 달고 사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며 각자의 명확한 기준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책상 한쪽, 눈에 띄는 색을 지닌 포스트잇에 타이틀 7개를 적어놓고 매일 확인하고 있다. 부족한 건, 더 노력하기 위해서 잘하고 있는 건, 당연히 더 잘하기 위해서 말이다.  






2023년 07월, 제 첫 도서가 출간되었어요. 제목은 ’10년 차 IT 기획자의 노트’입니다. 브런치 '기획자가 일하는 방법'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사수 없이 일하는 어려움을 저보다 조금 늦게 출발한 분들이 덜 느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9개 노트(기록)를 바탕으로 기획과 PM의 주요 업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리한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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