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가 변수를 만들어내는 상황 줄이기
지금도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사람이지만, 초기에는 매일이 실수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스타트업 기획자가 일하는 방법'을 준비하며 거의 모든 글에 등장하는 단어지만, 내가 가장 많이 했던 실수 중 하나는 나의 결정이 주는 영향을 깊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팀과 나를 위해 필요한 일을 주도적으로 찾고, 팀원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실수는 그래도 점점 줄어들었지만 나 스스로가 변수를 만들어내는 상황은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번은, 온라인 클래스를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 상세 화면에 연관 콘텐츠를 노출하는 기능을 준비한 적 있었다. 함께 살펴보면 좋은 클래스를 추천해주면 사용자 1명 당 참여하는 범위가 넓어질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예약까지 완료되는 비율이 높은 건 좋았지만, 예약과 동시에 서비스를 이탈하는 상황을 막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노출할 콘텐츠 개수는 물론 예약 또는 좋아요 등의 행동이 끝난 뒤 리스트를 노출한다는 기준 등 필요한 정책을 하나, 둘 정리했다. 기능 제공 후, 어떤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지도 포함시켜 나름 잘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테스트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디자이너가 발견, 내게 전달한 메시지는 기존 클래스를 대표하는 커버 이미지와 상세 화면에 적용된 연관 클래스 썸네일 해상도가 달라 별도로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퍼블리싱까지 완료된 모습을 보니, 해상도가 다른 썸네일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고, 양쪽 일부가 잘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클래스 커버 이미지를 우리가 직접 제작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추가 이미지를 제작하게 된다면 디자이너의 업무가 추가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다행히 해상도는 어렵지 않게 수정, 넘어갈 수 있었지만 정해진 일정을 놓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나는 기획을 함에 있어 기존 서비스에 영향을 주는 대상과 범위를 더 꼼꼼히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몇 가지 상황을 정리해 별도 시간을 투자, 확인하고 있다.
이직을 하거나 담당 서비스가 바뀔 때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OS 별 실제 서비스 화면을 하나씩 캡처하고 정리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화면이나 기능 단위 이름을 텍스트와 흐름 위주로 구조화하는데 집중했지만, 이 경우 아무리 매일 보는 서비스라 하더라도 앱을 실행하거나 웹사이트로 접속해 화면을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사용자가 앱을 설치, 실행하는 순간부터 주요 기능을 사용하는 과정을 화면으로 캡처, 기능 정의 등에 쓰이는 이름을 붙여 버전별 확인이 가능하도록 준비했다. 이는 두 가지 상황에 큰 도움이 됐는데 하나는 특정 화면이나 기능을 개발하는 데 있어 영향을 받는 화면을 빠르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온라인 클래스 커버 이미지와 연관 클래스 썸네일 사이즈를 고려하지 못했던 건, 전체 화면을 훑어보지 않고 추가 기능이 붙는 화면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때 상세화면과 리스트 화면 등 동일 콘텐츠가 갖는 이미지가 포함된 화면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는 버전에 따라 실제 사용자가 접하는 화면이 어떻게 변경되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기능을 추가하거나 개선하는 등 화면에 영향을 주는 내용은 스토리보드, 와이어프레임 등 문서로 볼 수 있지만, 실제 어떻게 반영되었고 해당 버전으로 업데이트되면서 영향을 받은 화면은 무엇인지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오버플로우(Overflow)'라는 툴을 주로 활용하는데, 실제 화면을 캡처해 각 화면에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고, 어디로 이동 가능한지에 대한 정리는 물론 특정 화면에 변화가 있는 경우 변경사항에 대한 요약내용과 관련 문서를 통해 상세 내용을 볼 수 있도록 문서 링크를 함께 기록하고 있다. 버전에 따라 동일한 방법으로 정리할 경우 팀 내에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으며, 기능 개발 시 하나의 기준 문서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버전 별 아직 해결하지 못한 화면, 기능 단위 이슈 사항을 기록해 관리할 수 있다.
서비스나 팀 단위, 목표 달성을 위해 꾸준히 관리하는 '지표'가 있다. 문제는 추가되거나 업데이트되는 기능에 따라 지표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복합적으로 상황을 봐야 하지만, 업데이트 후 대응보다 준비 과정에서 예상 가능한 변화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우리가 매일 데이터를 들여다봐야하는 이유'에서 정리한 것처럼 팀 단위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미리 예측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측한 내용이 맞다면, 기능에 대한 데이터를 살펴보는 것과 동시에 팀원이 제시한 의견과 근거자료를 같이 보며 더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틀렸다 하더라도 그 내용을 놓치지 않고 기록, 다음에는 더 신중하게 예측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홀로 생각할 때보다 우리가 준비하는 기능이나 프로젝트 등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 나도 자주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핵심 지표를 끌어올리는 역할이 아니라 단순히 기능 단위 사용이 많아질 수 있으며 서비스 입장에서 의미 없는 시간으로 끝나는 상황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기능이 업데이트되거나 추가된 경우, 사용자들이 이를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고려하는 과정도 꼭 필요하다. 앱을 실제로 업데이트 후, 기능 단위에 대한 안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일회성인 경우가 많아 습관적으로 넘어갈 경우 관련 정보를 다시 확인하지 못한 상태로 불편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사용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지나 자주 묻는 질문이 있고, 1:1문의 시 담당자가 확인할 수 있는 매뉴얼 등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자주 묻는 질문은 1:1 문의를 하기 전 필요한 내용을 사용자가 구분에 따라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새로 추가되는 내용이 있다면 잊지 않고 함께 업데이트해주는 것이 좋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서비스를 담당했을 때, 1:1 문의와 FAQ를 별도 메뉴로 제공한 적 있는데, FAQ에 있는 내용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운영 담당자의 업무 50% 이상이 답변을 작성하는 것에 투자되었다. 이후 두 기능을 한 화면에 통합, 궁금한 점을 검색과 서비스 이용 구분에 따른 답변으로 먼저 확인할 수 있게 했고 1:1 문의는 화면 하단에 적용했다. 덕분에 기존 대비 1:1문의 등록이 40% 이상 줄어들었다. 추가되는 기능 등에 따라 FAQ 내용을 작성하고, 구분에 따라 잘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담당 인원의 업무는 물론,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된 경험 이기도 하다.
팀을 위한 업무 매뉴얼도 함께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좋다. '모두를 위한 업무 매뉴얼 작성하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서비스 준비 단계부터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 측면에서 기능 단위 답변 내용을 정리하고 추가하는 것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작게는 추가되는 기능들에 대한 내부 이해를 높일 수 있으며, 크게는 영향을 받는 기능이나 화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존 내용들 역시 빠르게 수정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큰 변화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전까지의 서비스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우리가 준비하는 개발 과정에서 받는 영향을 미리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공하고자 하는 기능 자체를 잘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배포 후 다양한(부정적인) 변수를 만날 수밖에 없고 이는 팀 전체의 일정이나 업무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2023년 07월, 제 첫 도서가 출간되었어요. 제목은 ’10년 차 IT 기획자의 노트’입니다. 브런치 '기획자가 일하는 방법'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사수 없이 일하는 어려움을 저보다 조금 늦게 출발한 분들이 덜 느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9개 노트(기록)를 바탕으로 기획과 PM의 주요 업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리한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