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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열두시 Apr 24. 2016

그때, 그 찰나의 순간 '고백과 거절'

왜 우리는, 고백하는 사람의 용기만을 생각하는 걸까

두 사람을 위한 최종 관문 '고백'


고백. 설레지만 두렵고, 두렵지만 설레는 단어.

적어도 나는, 늘 그래 왔던 것 같다. 누가 먼저 건 사랑을 시작하는 데 있어 '고백'이 빠졌던 적은 없었다.

고백 이후에 나는 누군가의 한 사람이 될 수 있었고, 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고백을 하기 전보다 더 어색한 사이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고백이 '우리'라는 이름을 쓰기 위한 두 사람의 최종 관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2015년 겨울, 합정의 어느 카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가장 두려운 방법 '고백'





얼마 전, 친한 동생으로부터 술 한잔 하자는 연락이 왔다. 보통은 만나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에 더 익숙한 사이기에 술을 마시자는 것은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이므로, 늦지 않게 약속 장소로 찾아갔다. 그렇게 한 잔, 두 잔 술을 홀짝이던 동생은 어렵사리 최근에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녀는 평소 가까이 지내던 회사 동료이자, 연하의 남자로부터 고백을 받았다고 했다. 문제는, 고백을 한 상대가 팀 회식자리에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음을 전했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그의 마음을 모두가 알게 되었고, 팀원들은 용기 내어 한 고백을 받아주라며 한 마디씩 덧붙였다는 것. 다음날 들은 이야기로는 다른 남자 직원들에게 자신이 고백을 할 테니 옆에서 응원을 해달라는 부탁을 했었다고 한다. 그녀는, 정말 난감해하고 있었다. 팀원들이 이런저런 질문과 이야기를 툭툭 던져놓을 때마다 부담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2016년 겨울, 문래동의 어느 골목길





고백을 하는 '용기'도 중요하지만,
고백을 거절당했을 때
'용기'있게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 날, 그가 둘만 남겨진 시간에 마음을 전했다면 그녀는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미안함'은 있었겠지만 조금은 편하게 거절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 모두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고백하는 사람과 고백받는 사람의 '입장'이기도 하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둘만의 관문에 여러 사람을 끌어들여 한 사람을 더 불편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러니 그는 고백하는 용기만 생각한 채, 거절당했을 때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는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 가을, 상암동의 어느 카페



 


그 날, 그녀를 제외한 모두가
고백을 하는 '용기'에 몰입한 나머지
그녀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마음을 어렵사리 꺼내놓는 '용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도 나도 모두 고백을 해본 경험이 있고, 거절당한 기억 역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백하는 사람의 '용기'가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한 번은 생각해보고 싶었다. 한 사람의 마음을 밀어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거절과 동시에 안게 되는 일종의 죄책감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녀의 고민을 들었던 그 날, 우리의 결론은 그래도 거절을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고 시작 하더라도 어렵게 다가오는 것이 '사랑'인데, 분위기에 휩쓸려 관계를 시작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녀는 전화를 통해 퇴근 후 그와 함께 자리를 만들어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마음이 무겁다는 말과 함께.






그녀의 거절도 그의 고백만큼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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