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
금요일 밤,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잠드려는 순간 익숙한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인사 대신 그녀가 내게 던진 말은 '우리 또 싸웠어'라는 것이었다. 잘 들어주기에, 그녀의 사람이 나와 다른 성향을 갖고 있기에 무슨 일이 있으면 내게 한 번씩 털어놓곤 했다. 정작, 내 연애는 10개월이 넘도록 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동생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인 양 들으며 깨달은 것은 '반복'에 관한 것이었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 같은 이유로 다툼과 갈등이 생긴다는 것은 결코 좋은 신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라는 말이 담고 있는 의미는 수없이 많지만
반복은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버릴 수 있기에
사람과의 관계에서 튀어나온 것이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30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나는 두 달 전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들었던 것과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녀의 말투로, 만남을 지속하기 위한 '걱정'이 아니라 만남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한숨'으로 바뀌었다는 것. 몇 번의 반복으로 인해 그녀는 그동안의 의심과 걱정을 확신으로 바꿔가는 중이었다. '우리 또 싸웠어!'라는 말로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는 '우린, 맞지 않는 것 같아!'라는 말로 끝났고,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게 왜 이렇게 힘들어 오빠?'라는 말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평소와 달리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했지만 전화를 끊고 난 후, 나는 지난 시간들을 끄집어낼 수밖에 없었다. 왜곡된 기억일 가능성이 있지만, 나의 경우에도 같은 이유로 다투거나 갈등이 생긴 적이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잦지 않더라도 다른 좋은 점들을 계속해서 밀어냈다는 점이었다. 서로에게 좋았던, 행복했던 시간들이 더 많았음에도 2-3번의 반복으로 인해 결국엔 '맞지 않네'라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금요일의 그녀처럼 말이다. 그 순간, 그녀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나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게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정답인 것처럼.
누군가 멈춰야 누군가 움직일 수 있는
신호등과 횡단보도의 관계처럼
나뿐만 아니라, 내 사람을 위해서라도
한 번씩은 숨고르기를 했어야만 했다
금요일의 그녀도, 그때의 나도
그 사람과는 어떻게 된 거야?
아니... 잘 안 맞는 것 같아. 자주 부딪히기도 했고.
그러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금요일의 그녀에게 다시 연락이 온다면 위와 같은 결말을 전해줄지도 모른다. 사실 그녀뿐만 아니라 내게도,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비슷한 끝맺음을 경험해 봤으니 낯설게 바라볼 이유는 전혀 없다. 그래도 그녀의 전화로 시작된 이 이야기를 이전과 동일하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고, 한 번쯤은 그 당연한 끝맺음에 대해 다르게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30년을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온 우리인데
맞는 사람을 찾는다는 건 정말 벅찬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맞는 사람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
맞는다는 것은 두 사람이 모두 멈춰야 하지만, 이해한다는 것은 한 번씩 나누어 멈춰도 되지 않을까?
맞춰간다는 의미로, 한 사람이 무언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작년, 7월 7일이었습니다. 브런치의 작가로 첫 글을 발행했을 때가 말이죠. 부족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운 좋게 브런치북 금상을 수상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3,000명이 넘는 분들이 구독하기를 눌러 주셨습니다. 그렇게 10개월이라는 시간동안 40개라는 많지 않은 글을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을 함께 해주셔서, 뜬금없지만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말이죠 :)
메일 주소를 프로필에 슬쩍 넣어둔 이유는 누군가 부족한 제 글에 '바른 쓴소리'를 해주시지 않을까 라는 마음에서 였습니다(먼저 보내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언제든, 편하게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새롭게 시작되는 한 주도 모두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