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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열두시 Mar 31. 2016

그때, 그 찰나의 순간 '둘'

혼자이기에, 더 그리워지는 '둘'이라는 순간

둘이 그리워지는 아주 짧은 '전환'의 시간


그러지 않겠노라, 다짐하면서도 다시금 우리를 덮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이별의 순간과 같은. 


언제 맞이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별이지만, 사실 그보다 더 익숙해지지 않는 시간이 있다면 

혼자여서 좋았다가, 혼자여서 외로워지고. 혼자라서 즐겁다가, 혼자라서 쓸쓸해지는 

짧은 전환의 시간들일 것이다. 문득 찾아오고, 절대 애틋해질 수 없는 되새김질과 같기에 더더욱.


다만, 조금씩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그 시간을 대하는 태도이다.

외로움과 쓸쓸함이 순식간에 밀려온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다음에는-이라는 시간으로, 그러니 다음에는-이라는 생각과 말로 채워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곳을 바라본다는 것


2015년 여름, 곡성




혼자이기에, 한쪽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 이미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어떤 것들인지 알고 있음에도 그 순간만큼 혼자라는 사실이 크게 다가오는 때도 없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다음의 '둘'을 떠올리게 된다. 나란히 앉아 있다면 우리 뒤의 창으로는 무엇이 보일까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 테고, 마주 보고 앉아 있다면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는 무언가를 전해주는 낭만적인 순간과 함께 할 텐데. 그렇게 각기 다른 방법으로 부족한 무언가를 채워줄 수 있을 텐데.   





놓치고 있는 것들을 붙잡아 줄 수 있는,
서로에게 또 다른 서로가 있다는 사실이 그리워지는 숫자, 하나





누군가를 겹쳐 바라본다는 것


2016년 3월 20일, 우리동네 카페 겸 갤러리




얼마 전, 독립 영화를 보고 싶을 때 자주 찾게 되는 미로스페이스에서 '라스트 탱고'를 봤다. 여주인공인 마리아 니브 리고가 '사랑은 없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나와 한 열 간격으로 영화를 보던 한 사람의 뒷모습이 겹쳐졌다. 빛이 최소화된 공간이었지만, 나보다 더 깊게 장면과 교감하는 모습에 순간 처음 들어올 때와는 다른, 낯선 이면이 느껴졌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나는 다시 한 번 다음의 '둘'을 생각하게 되었다. 


함께 영화를 보게 된다면, 당신과 내가 이 곳에서 영화를 보게 된다면. 한 번쯤은 당신의 뒤에 앉고 싶다는 생각을 말이다. 그렇게 당신과 영화를, 그러니깐 영화를 보는 그 사람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면에서는 어떤 모습이고, 이 장면에서는 어떤 표정일지. 장면 장면과 겹쳐지는 그 사람의 모습은 어떨지, 나란히 앉아 있다면 볼 수 없을 테니. 서운해하지 말고, 우리 한 번씩 서로의 뒷좌석에 앉아보자고 말이다.





사랑하는 이의 낯선 이면이 
낭만적인 충돌로 다가오지 못하는 쓸쓸한 숫자, 하나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


2016년 초, 문래동 어느 카페





요즘과 같은 날이라면, 늘 테라스가 있는 카페를 그리워하게 된다. 홀로 찾아갔던 문래동 어느 카페의 옥상은 공간 전체가 테라스의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유난히 가깝게 자리 잡은 의자 한쌍이 있었다. 한쪽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니, 함께였다면 정말 오랜 시간을 말없이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만큼은 다음의 '둘'이 아닌, 이전의 '둘'을 떠올리게 되었다. 스스로 겪었음에도 믿을 수 없는 순간과 마주했을 땐 자연스레 서로의 발걸음이 느려지는 순간이었다. 서로의 보조를 누구보다 잘 맞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두 시선이 한 곳에 머물렀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그 순간 말이다. 그만큼,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되는 그 순간은 언제든 황홀하게 다가오는 게 아닐까 싶은. 






스스로는 쉽게 멈춰지지 않는
발걸음이 아쉬워지는 숫자, 하나





이렇듯, 혼자일 땐 다음의 둘을 위한 짝사랑을 하게 된다.

그게 아니라면, 앞선 생각들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혼자였을 때 기분 좋은 상상을 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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