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열두시 Aug 21. 2015

언제부터 였을까 '빛'

빛,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






어디든 스며들 수 있다는 '부러움'


빛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들 중 내게 가장 크게 닿아있는 것은 '질투와 시기'가 아닐까 싶다. 골목길을 걷다 어느 벽에 스며든 '빛'을 보며 정말 부럽다고 말했다가 이젠 하다하다 빛을 질투하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여전히 내게 '빛'은 질투와 시기를 넘어 부러움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5년 겨울, 팀원들과 함께 찾았던 전주 한옥마을의 어느 골목길





2014년 가을, 계동의 어느 골목길






사실, 둘 이상이 섞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동반된다. 그런데 빛은 누구와 만나더라도 쉽게 스며들 뿐만 아니라 대상이 더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전주 한옥마을 어느 돌담에 스며든 빛이 그랬고, 계동 골목길 어느 의자에 앉아 있었던 빛이 그랬다. 덕분에 겨울의 돌담은 다른 공간보다 포근하게 느껴졌고, 홀로 놓인 의자는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어디든 닿을 수 있고,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기에






무엇이든 그려낼 수 있다는 '부러움'



'조금 외롭네'라는 생각이 들 때 쯤이었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하고 있고 해야 하는, 혼자 놀기에서 빠질 수 없는 골목길에서였다. 건물의 한쪽면에서 작은 움직임이 느껴져 시선을 돌렸는데, 그림자가 보였다. 바람이 한 번씩 불어오면 그림자가 따라 움직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느껴졌다.






2014년 겨울, 서촌의 어느 골목길






빛이 그려낸 그림, 그리고 바람이라는 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 그림자까지. 이미 외로움에 빠져 있는 상황이었기에,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은 아무것도 흘러 나오지 않는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 꽂고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음악을 떠올리면서. 빛과 바람이 만들어준 무대를.






세상 모든 공간을 자신만의 캔버스로 활용할 수 있기에






한 번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빛이 지닌 색이 있다면 무엇일까. 대상에 스며들어 보이는 색이 아닌 '빛이 지닌 고유의 색'이 있다면.


그 뒤로 며칠 동안 이 색일까, 저 색일까. 빛을 마주할 때마다 하나씩 적어보았지만(아니 어쩌면 당연한 거겠지만) 이거다 싶은 것은 나오지 않았다.






2014년 가을, 군산 히로쓰가옥



2014년 가을,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여전히 빛의 색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가장 가까이 다가간 결론이 있다면 앞에서 언급한 부러움 모두를, 글과 함께 넣어둔 사진들을 가져와야 할 것 같다. 돌담에 스며든 빛, 벽에 그려놓은 그림자까지. 대상을 더 뚜렷하게 만들어주거나, 대상의 색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어떤 모습인지 알아볼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생각해보면, 스스로가 빛의 본질이라 생각하는 '조연'의 성격이 빛이 지닌 고유의 색이 아닐까 싶다.






스며들고, 그려내고, 비춰주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색을 만들어내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찬란한 조연






2013년 봄, 난지 한강공원






가끔은 이렇게, 대상을 왜곡시키기도 하지만 그 왜곡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면 나도, 당신도 이미 빛에 중독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로등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밤하늘의 별을 선물해준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언제부터 였을까 '열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