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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열두시 May 24. 2017

그때, 그 찰나의 순간 '일기예보'

내일을 맞이하는 우리만의 의식






내일의 날씨는-
그리고 내일은-






2017년 봄, 군포의 어느 오래된 건물






오늘에 치이고, 오늘에 지치는 날이 많아지자 내일을 미리 그려보고 정리할 시간이 조금씩 사라진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던 때였다. 잠깐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앉아서, 누워서 쉬어야지 하면서 그대로 잠드는 때였다. 그렇게 맞이한 어제의 내일, 오늘은 정신이 없었고 그렇게 일주일과 한 달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 한 번은, 친구가 밤늦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내일 비 온다니까 우산 꼭 챙겨 나가라'라는 인사를 건넸다. 내겐 비가 온다는 사실보다 '내일'이라는 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친구로부터 '내일'에 대한 소식을 듣자마자 '내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그랬다
날씨에 대한 정보보다
내일을 어떻게 맞이할지에 대한
막막함을 해소해줄 수 있는
계기와 시간이 필요했다






2017년 봄, 의왕의 어느 카페






그렇게 나는 지금까지도 '일기예보'를 챙겨보고 있다. 굳이 TV가 아니더라도, 궁금한 내용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뉴스'와 '소식'을 접하기 위한 별도의 시간은 갖지 않아도 된다는 나의 생각이 친구와의 통화를 계기로 조금씩 바뀐 것이다. 스마트폰이 아닌 TV를 선택한 것, 틀릴 가능성이 높은 줄 알면서도 날씨를 확인하는 데에는 '내일'이라는 시간이 자리 잡고 있다. 하루 중, 유일하게 '내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내겐, 일기예보를 보는 그 시간이
내일을 미리 만나보고
내일을 먼저 시작할 수 있는
의식처럼 느껴졌다






2017년 봄, 역삼동의 어느 카페






비가 올 예정이라고 하면, 젖지 않는 신발을 신어야지- 조금 젖어도 괜찮은 옷을 입어야지- 전철보다는 집 앞에서 바로 탈 수 있는 버스가 좋겠어- 라는 생각으로 오늘의 내일을 그려볼 수 있었다. 나아가, 산책을 하면 좋겠다던 그녀의 말에 산책하기 좋은 장소와, 잠시 머무르기 좋은 카페를 알아보던 것을 멈추고 실내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내일을 미리 알아버리는 것'은 재미없다던 어느 작가의 말이 순간순간 떠오르기도 했지만, '우리의 내일을 미리 그려보는 시간'이 내겐 점점 즐겁게 다가왔다. 






틀려도 괜찮겠다 싶었다
날씨와 어울리는 내일이 아니라
우리와 어울리는 내일을
미리 그려볼 수 있으니 말이다






2017년 의왕의 어느 공원






날씨로 시작해, 내일에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제공해주는 '일기예보'를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 것 같다. 한 가지,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내일을 나와 우리의 하루로 만드는 것에 조금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으면 하는 것. 어제 그려본 오늘과, 오늘 그려본 내일을 조금더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것. 그렇게 하루하루를 나와 우리에게 더 알맞게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






내일의 날씨로 시작해
내일의 우리를 만나게 해주는 일기예보
오늘은 또 어떤 시간을 만들어줄까, 라는
기대로 TV앞,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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