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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열두시 May 17. 2021

회사가 아닌, 나를 기반으로 한 동기부여 방법

회사도, 지인들도 관여할 수 없는 것으로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세 번째 스타트업, 점점 무너지는 균형


창업과 위자드웍스, 오드엠을 거친 나는 오지큐라는 스타트업에서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되었다. 평소 콘텐츠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던 내게, 네이버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아 투자받은 환경과 국내외 다양한 국가에서 사용되는 글로벌 서비스를 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다만 직면한 과제도 만만치 않았는데 무엇보다 조직 특성상 기능 단위 팀(서비스 기획)과 서비스 단위 팀(담당 서비스)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이전과 같이 나는 입사 초기 팀원이자 기획자로 팀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방법,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적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함께 일하는 것의 중요성을 매일 깨닫고 느꼈기 때문이다. 번아웃 등 나에 대한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는 경우를 제외하곤 서비스와 팀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일을 해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 자신은 정체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진행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본연의 업무와 관리 역할이 겹치며 이런 상황은 계속되었고, 나는 주변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는 ‘탓'을 점점 많이 하게 됐다.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점점 많아지니 급한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많아진 것이다. 스스로 삼키지 못하고 변명으로 내뱉는 횟수도 늘어났다. 


결국 하고 싶어서 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의 균형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고 책임의 압박은 더 크게 다가왔다. 더 큰 문제는 나로부터 출발하는 해결방법이 아니라 회사와 조직이라는 외부로부터의 해결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면담을 통해 일부 조직 개편에 대한 이야기와 업무 방식에 대한 변화, 협업 툴 사용 등을 제안했고 실제 일부가 채택되어 시범적으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내 상황은 제자리였다. 더 나아진 것이 없었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처음 한 시점이기도 했다. 




동기부여,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그때까지 동기부여에 대해 따로 생각해본 적 없었다. 내가 하는 일의 즐거움은 의심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달랐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 명확히 알고 있음에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무레 요코는 <일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인간은, 상상하는 그대로 보다 가끔 반전이 있는 쪽이 훨씬 재밌다고 했지만, 그날의 나는 아니었다. 번아웃 때와 같이 나와의 만남을, 나만의 모습을 다시 그려볼 수 있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다시 나아가고자 했지만 모든 게 낯설게 시작해 낯설게 끝나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재밌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달려왔을 뿐 내 일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에 대해서는 더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순간이었다. 일과 태도에 정답은 없지만, 기대한 만큼이라는 기준을 많이 벗어났던 나였기에 나는 그 낯섦에서 한동안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쉽게 답을 찾지 못할 거란 생각에 나는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해당 분야와 관련 업무에 대한 흥미가 첫 번째, 더 잘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두 번째, 그리고 일에 대한 개개인의 철학이 세 번째. 내 주변 사람들은 동기부여를 발현시키는 방법으로 크게 세 가지를 활용하고 있었다. 세부 내용은 조금 달랐지만 내가 발견한 공통점은 ‘개인, 즉 나로부터 시작', ‘좋아하는 일이기에 더 중요한 나름의 명확한 가치와 기준'이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내가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지금까지 외면해왔던 내용이기도 했다. 




동기부여,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지인들과 대화를 통해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더 이상 재미있겠다, 라는 기준 하나로 업무를 대하는 건 나를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었다. 다시 창업을 떠올렸다. 내게 창업 전, 후로 끊이지 않고 연결되는 키워드는 배움이었다. 물론, 지금까지는 재미라는 조미료가 늘 함께 했었기에 본연의 맛을 잠시 잊고 있었지만 계속되는 경험을 통한 배움 그리고 성장은 내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기준이자 일을 하는 이유와 가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기준을 명확하게 가져가기 위해 나는 내가 포기할 수 있는 가치도 함께 생각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워라밸'이었다. 야근을 하게 되는 건, 내가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일부 반영된 것이며, 되려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빠르게 찾을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레 ‘책임감'이라는 키워드와도 연결되었다. 재밌겠다!라는 기준, 하나라도 더 하면 많이 배울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책임감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깊게 인지하지 못했다는 판단이었다. 앞으로 내가 동기부여라는 씨앗을 더 많이 움트게 하기 위해서는 나의 배움과 성장 그리고 흥미를 넘어 책임질 수 있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결국, 내가 일을 대하는 태도를 정의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이제야 설정하게 된 것이다. 


더 잘하기 위한 노력도 조금 비틀어 정리했는데, 모호한 정의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 이 책을 쓸 수 있는 기회도 그때의 결정 덕분으로 늘 해왔던, 앞으로도 계속할 일이기에 놓쳤던 과정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한 번씩 갖기로 했다. 창업 이후 실패 노트와 기획자의 노트 등을 꾸준히 작성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자주 스스로가 개선해야 하는 점들을 기록하기로 한 것이다. 또 앞으로 3년, 5년을 거쳐 내가 어떻게 커리어를 밟아 나가고, 어떤 단계를 거쳐 나가야 하는지도 함께 살펴봤다. 부족함을 알고, 앞으로 내가 가야 할 방향을 더 정확히 알 수 있다면 무엇을 채워 넣어 준비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다가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기준에 이제 나는 다양한 경험을 통한 배움과 성장이라는 내용을 채워 넣게 되었고, 더 잘하기 위한 기준에는 지금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앞으로의 나를 바라보며 그곳에 더 안정적으로 닿을 수 있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3년, 5년 뒤 내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불시착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다짐이 생겼고, 단단해졌다. 그리고 이는 모두 회사가 내게 해줄 수 없는 것들이기도 했다. 


틈틈이, 한동안 정리하고 나니 확실히 이전보다 선명해짐을 느꼈고, 재미없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으로 이건 싫어요.라고 거절했던 이전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무엇보다 내가 속한 회사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문제는 존재할 수밖에 없고, 결국 나 자신이 어떤 과정에 있는지, 어떤 생각으로 일을 대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면 회사 탓을 하며 스스로를 스스로가 정체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스스로가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지금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노트를 살펴보며 내가 가고자 하는 과정과 길 속에 있는지 살피고 확인한다. 그렇게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지 다짐하는 시간을 잊지 않고 있다. 다행이라면, 하기 싫은 일을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것.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에 대한 즐거움의 확신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하기 싫은 일을 단기 보상으로 버텨내는 건 그리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을 더 즐겁게, 꾸준히 성장하며 할 수 있는 나의 여정을 한 번씩 확인하고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 그 기준은 회사도, 내 주변의 지인들도 관여할 수 없는 것으로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동기부여란 결국, 번아웃을 견디고 이겨내는 것처럼 내 스스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3년 07월, 제 첫 도서가 출간되었어요. 제목은 ’10년 차 IT 기획자의 노트’입니다. 브런치 '기획자가 일하는 방법'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사수 없이 일하는 어려움을 저보다 조금 늦게 출발한 분들이 덜 느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9개 노트(기록)를 바탕으로 기획과 PM의 주요 업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리한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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