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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대방 고라니 Dec 20. 2021

피곤한 월요일을 맞는 이유

아이러니한 월요일

주말이면 늦게 일어난다. 여기에는 나름의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평일 내내 참은 수면욕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더 보태자면 영화를 보든 폰을 하든 간의 이유로 금요일 밤에 일찍 자지 않는 것도 있다. 토요일에는 거의 점심때쯤 눈을 뜬다. 10시간 가까이 자고 일어나 거울을 보면 평소보다 부어있다. 가끔은 허리도 뻐근하게 아프다. 보통 그렇게 주말이 시작된다. 내게 토요일은 항상 점심부터 시작이다.



그렇게 톱니바퀴는 한 칸씩 밀려난다. 머리가 띵할 정도로 충분히 자고 나면 기분이 좋다. 사람은 역시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일어나 점심거리와 아이스 라떼를 사러 밖으로 나간다. 내 방은 해가 잘 들지 않아 모르지만 밖에 나가면 대부분은 해가 쨍한 날이다. 맑은 날에 활기찬 사람들 사이로 몽롱하게 걷다 보면 백수가 된 기분이다. 가끔 아니 꽤 자주 백수가 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요즘 내 토요일 점심은 집 앞 빵집에 파는 샌드위치와 아이스 라떼다. 묵직한 감자 샐러드가 든 샌드위치는 이 빵집만의 특징이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맛있는 샌드위치는 아니지만 집에 가서 베어 물 순간을 기대하게 만드는 정도의 맛이다. 거기다 아이스 라떼를 한 모금 더하면 단순한 메뉴지만 풍미 넘치는 점심이 완성된다. 그때쯤 되면 잠도 깬다. 오히려 음식과 카페인이 들어가 활발해진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주말을 시작한다.



적당히 여유로우면서도 바쁜 주말을 보낸다. 보통 주말 약속을 하나만 잡는다. 밀린 빨래와 청소, 떨어진 생필품과 식재료 장보기 등의 일정을 적절히 소화하면 어느새 일요일 저녁이다. 이제 월요일을 맞이할 시간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 시간을 싫어했다. 이태선 밴드에겐 미안하지만 개그 콘서트의 엔딩을 알리는 그 연주 소리는 어린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때쯤 되면 더 큰 문제가 나를 기다린다. 잠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씻고 가만히 누워 있어도 잠은 오지 않는다. 당연하다. 주말 동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 몸은 이미 한 칸씩 밀려난 생체리듬에 적응했다. 거기다 커피도 꾸준히 마셨고 평일 때처럼 치열하게 살지도 않았다. 피로를 해소하고 카페인을 가득 충전한 몸은 새벽 내내 말똥말똥하다. 눈을 감고 똑바로 누워있기도 하고 괜히 이리저리 자세도 바꿔본다. 그러다 아예 포기하고 폰을 본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신기하다는 사실을 한번 더 확인하고 정신은 더욱 또렷해진다. 이 글을 끄적이는 시간도 월요일 새벽 세시다. 사람은 어리석고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다음날 잔 것 같지도 않은 몸을 이끌고 출근한다. 일부러 커피를 왕창 먹고 일을 시작한다. 가끔 졸기도 하면서 목을 이리저리 스트레칭하며 잠을 깨려 안간힘을 쓴다. 월요일은 신경 쓸 것이 많아 더더욱 정신없다. 바쁘고 일이 많아서 컨디션이 제일 좋아야 하지만 제일 피곤한 상태다. 아이러니하다. 잠과 업무에 휘둘리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끝나 있다. 힘든 월요일을 보내면 이 악순환을 끊고자 매번 다짐한다. 주말에도 아침형 인간이 돼야지. 



항상 비슷한 월요일을 맞는다. 노력하지만 다음 주에도 어느 정도 악순환이 반복될 것을 안다. 주말 늦잠은 달콤하고 금요일은 적어도 열두 시는 넘겨서 자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도 당분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주말을 목표로 삼는다. 그럼 월요일이 조금은 덜 힘들까. 사실 아닌 건 알고 있다. 월요병은 불치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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