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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크로스핏을 하세요?

우리가 크로스핏을 해야 하는 이유

by 거친짹

안녕하세요. 저는 '집닥' 콘텐츠팀에 몸 담고 있는 거친짹입니다.


여러분, 크로스핏을 아시나요?


크로스핏을 창시한 그렉 글레스만(Greg Glassman)은 크로스핏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끊임없이 다양하게’ ‘고강도로’ ‘기능적인 동작을’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힘든 동작을 짧은 시간 안에 마쳐야 하는 운동이 크로스핏이라 생각합니다.


crossfit-meme-.jpg 보통사람들이 크로스핏이라하면 생각하는 인식들과, 실제 모습을 비교한 그림입니다.


저는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오히려 한 자리에서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정적인 취미를 갖고 있었는데요. 디자인 일을 시작하고서는 한자리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일이 많아지고 밤을 새우는 일들이 잦아지니 점점 몸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린 시절 허리를 다친 적이 있어 허리디스크 질환을 갖고 있는데, 1년에 한 번은 크게 허리가 삐끗해서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하는 고통을 경험하며 한 달여 동안을 통원 치료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만 있는 일이 길어지며 몸은 망가지고 있었습니다.


돈은 돈대로 치료비로 나가고, 몸은 몸대로 최악의 상태가 되니 그 순간에 문득 이렇게 사는 게 사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이대로는 못 살겠다, 내 몸에 뭔가 조치를 취하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사무실 근처의 헬스장을 다니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자투리 시간을 내서 운동을 시작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제한된 시간 안에 더 효율적으로 운동을 할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여기저기서 정보를 듣는 중에 ‘한 시간만 하면 다른 것들 할 필요 없는 운동이 있다’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크로스핏이었습니다.


단시간 내에 고강도 운동으로 효율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크로스핏.


Crossfit이란 말은 영어의 Crossover와 Fitness가 합쳐진 단어로써 한 분야에 특화된 능력만 배양하는 것이 아닌 파워리프팅의 '최대 근력', 역도의 '파워', 육상의 '스피드', 기계 체조의 '협응력', 지구력, 민첩성, 균형감각, 정확성 등 다양한 운동을 복합시켜 종합적인 능력을 끌어올리는 운동입니다.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내럴리스트를 목표로 합니다.


그럼 도대체 그 매력이 무엇이길래 저는 이리 열정을 다해 크로스핏을 설명하고 있을까요?

제가 느끼는 크로스핏의 매력은 자극 성취감 그리고 함께 하기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고강도의 운동을 단 시간 내에 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듭니다. 저는 처음 이 운동을 체험했을 때 운동을 마치고 화장실에서 토를 하는,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을 경험했습니다. 그렇게 한 번 운동을 하고 정신과 육체가 너덜너덜 한채 일주일이 지났는데, 육체적 한계에 도달했을 때의 자극이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났습니다. 그 경험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는 욕구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스멀스멀 일어났습니다. 그만큼 신체에 강렬한 자극을 주어 또 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날의 운동, 'WOD'

두 번째로는 성취감입니다. WOD Workout Of Day의 준말로 미국에 있는 크로스핏 본부에서 그날의 운동을 올려주면, 전 세계의 각 체육관에서(박스라고 합니다) 그대로 따르거나 상황에 맞게 스케일링을 해서 운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크로스피터는 누구나 WOD를 합니다. 어떤 WOD는 단시간 내 빨리 끝내야 하는 것도 있고,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횟수를 하는 WOD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어느 WOD도 만만한 것은 없습니다. 처음 크로스핏을 시작하고 WOD에 적혀있는 운동들을 확인하면 무섭고 힘들 것 같고, 이걸 과연 내가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처음엔 힘들었던 운동이 점점 적응이 되고, 특히나 키핑 풀업이라는 턱걸이 동작을 한 번도 제대로 못하다가 스무 번을 당겨 올릴 수 있게 되면서 느꼈던 성취감 그 어느 것 보다 짜릿한 경험이었습니다.


크로스핏에 익숙해지면 무섭고 힘든 운동이란 두려움은 내일은 무슨 WOD일까라는 기대감으로 바뀌고' 이걸 과연 끝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이 WOD는 얼마나 걸릴까’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좋은 점은 여럿이 함께 운동을 하면서 경쟁하고 협력하며 서로에게 상승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점입니다.

함께하며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 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피트니스 프로그램은 재미보단 인내를 요구합니다. 멋진 몸매를 상상하거나 의사의 경고를 상기하며 참고 견디기 마련이라 체육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무겁습니다. 그러나 크로스핏터들에게 크로스핏은 '운동' 보다 '놀이'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마치 골프나 조기축구를 하듯 즐기는 마음으로 박스로 향하게 됩니다.


운동 후 자기 기록을 칠판에 적게 되는데 비슷한 레벨의 사람들과 은근히 경쟁을 하기도 하고, 초보자들에겐 먼저 다가가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가르쳐주며 서로가 서로를 끌어올려줍니다. 이 과정에서 동료애라고 할만한 끈끈한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 만물에 뭐든지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듯이 크로스핏에도 단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끔은 경쟁이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기록 경쟁이 재미와 동기부여라는 좋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쟁심리를 부추겨 훈련받는 사람이 오버트레이닝을 하게 되면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게 됩니다.


이 부상의 위험도는 각 박스 코치들의 수준에 따라 결정됩니다. 바른 자세로 운동을 지도하고 오버 트레이닝하지 않게 각자 개개인에게 맞는 운동으로 스케일링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코치들이 있다면 부상 위험은 대폭 줄어들게 됩니다. 처음 크로스핏을 시작할 때는 각 박스마다 있는 무료체험을 하거나 드롭인(1일 이용)을 이용하여 좋은 박스의 분위기, 좋은 코치를 찾아 올바르게 배워야 되겠습니다.


두 번째로 단점 요소라 생각되는 부분은 경제성입니다. 주변에서 크로스핏 비용을 물어볼 때 한 달에 20~30만 원의 수강료가 너무 비싸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듣곤 합니다. 이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체감이 달라지는데요. 일반적으로 동네에 흔히 있는 헬스장이 5~10만 원의 선에 월회비가 이뤄지는 점에 비하면 비싸게 느껴지지만, 헬스장의 개인 피티 수업은 1회에 5~10만 원인 것에 비하자면 저렴하게 느껴집니다.


크로스핏은 역도 체조 등의 동작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도가 필요하기에 학원과 같은 클래스 개념으로 진행됩니다. 저 개인적으로 혼자서는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기 때문에 코치가 지속해서 자세를 체크해주고 이끌어주는 크로스핏이 원래 의지보다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잘 맞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점 요소라면 무엇보다 힘들다는 점입니다. 크로스핏은 가장 효율적인 운동효과를 위해서 단시간에 매우 힘든 운동을 진행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운동이 너무 힘들어 실제로 등록하고 일주일 안에 그만두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체육관들이 무료체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죠.


그렇다면, 도대체 운동선수가 될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힘든 걸 왜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우리의 인생은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기에, 우리는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크로스핏의 목적은 당신을 운동선수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약간 무거운 물건이라 해도 혼자서 옮길 수 있고, 짧은 거리지만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정도의 지구력을 갖기 위함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크로스핏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살기 위해서 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크로스핏을 하고 나서부터는 코어가 튼튼해져 1년에 한 번씩 허리가 삐끗하는 일도 없어졌고,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을 병행하며 면역체계도 좋아져 철이면 철마다 달라붙던 감기도 잘 안 걸리게 되었습니다. 군살들은 자연스레 빠지고 특별히 따로 몸을 다듬지 않아도 여러 동작에 필요한 근육들이 골고루 발달해 몸매가 보기에도 좋아졌습니다.


그러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운동을 쉬게 되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허리가 아파오고 감기가 걸리고는 합니다. 결정적으로 크로스핏을 안 하고 있다 보면 간헐적으로 머릿속에서 그 자극이 계속 떠올라 결국 제 발로 다시 박스를 찾아가게 됩니다. 여러모로 크로스핏과 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직접 경험해보니 좋은 점들이 많기에 저도 여러분들께 자신 있게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건강함이란 단순히 겉으로 보기 좋은 몸을 갖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신체능력을 가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건강해진다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생길 때 그것을 극복해낼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더 잘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건강하다면 내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하고 싶은 일들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겠죠. 그런 게 행복한 삶 아닐까요.


나를 위해, 그리고 내 주위의 사람들을 위해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3,2,1 GO!



<참고 - 이근형의 크로스핏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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