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가미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riter T Sep 17. 2018

용기(勇氣) 내어 만든 용기(容器)

16년만에 찍는 쉼표 하나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못해요


- 이규경, 용기 -




용기를 냈다. 스물 일곱, 꿈 많고 패기 넘치던 그 때 시작해 30대를 송두리째 관통하고 불혹의 나이를 넘어 마흔 셋에 이르기까지 16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그 레이스를 멈추려 용기를 냈다. 이직을 위해 사표를 낸 적은 있지만, 거친 벌판으로 나가기 위해 사표를 던진 건 처음이어었다.



20대부터 40대까지 이름 석 자보다 더 많이 불렸던 ‘기자’. 기자는 내 청춘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래서 사표를 가슴에 품었을 때는 내 젊은 날이 송두리째 도려내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끼기도 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6년... 아쉬움도 남겠지만 언제 끝날 지도 모를 이 질주를 계속하는 게 맞는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이 길을 계속 가는 게 맞는 것인가, 길은 내 인생이 추구하는 방향대로 뻗어 있는가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직함대신 이름 석 자만 남기기로 했다.



사실 어디서 무엇을 하던 ‘박수칠 때 떠난다’는 게 인생 모토였지만, 돌이켜보니 박수받을만큼 훌륭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추해질대로 추해져서 뒷방에서 눈칫밥을 먹거나 등 떠밀려서 내쫓기 듯 나가지 말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은 지킬 수 있어 다행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었다. 용기(勇氣)를 내어 남은 내 인생은 새로운 용기(容器)에 담아보려 한다. 사표 속엔 사전적 의미인 퇴사의 의미도 담겨있겠지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출사표’의 의미도 담겨 있다.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려면(出), 사표(辭表)를 던져야겠지.



그렇게 내 인생의 1막은 끝이 났다. 지금은 2막을 열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인터미션 시간이다. 그동안 기자로서 물음표, 느낌표를 찍어왔다면 이젠 쉼 표 하나를 찍어보려 한다. 그리고 2막을 힘차게 열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글을 쓰고 말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일을 해나갈 것이다. 기사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 



Copyright(C) Sep.2018 by Writer T. All rights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패션 테러리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