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찍는 쉼표 하나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못해요
- 이규경, 용기 -
용기를 냈다. 스물 일곱, 꿈 많고 패기 넘치던 그 때 시작해 30대를 송두리째 관통하고 불혹의 나이를 넘어 마흔 셋에 이르기까지 16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그 레이스를 멈추려 용기를 냈다. 이직을 위해 사표를 낸 적은 있지만, 거친 벌판으로 나가기 위해 사표를 던진 건 처음이어었다.
20대부터 40대까지 이름 석 자보다 더 많이 불렸던 ‘기자’. 기자는 내 청춘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래서 사표를 가슴에 품었을 때는 내 젊은 날이 송두리째 도려내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끼기도 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6년... 아쉬움도 남겠지만 언제 끝날 지도 모를 이 질주를 계속하는 게 맞는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이 길을 계속 가는 게 맞는 것인가, 길은 내 인생이 추구하는 방향대로 뻗어 있는가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직함대신 이름 석 자만 남기기로 했다.
사실 어디서 무엇을 하던 ‘박수칠 때 떠난다’는 게 인생 모토였지만, 돌이켜보니 박수받을만큼 훌륭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추해질대로 추해져서 뒷방에서 눈칫밥을 먹거나 등 떠밀려서 내쫓기 듯 나가지 말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은 지킬 수 있어 다행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었다. 용기(勇氣)를 내어 남은 내 인생은 새로운 용기(容器)에 담아보려 한다. 사표 속엔 사전적 의미인 퇴사의 의미도 담겨있겠지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출사표’의 의미도 담겨 있다.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려면(出), 사표(辭表)를 던져야겠지.
그렇게 내 인생의 1막은 끝이 났다. 지금은 2막을 열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인터미션 시간이다. 그동안 기자로서 물음표, 느낌표를 찍어왔다면 이젠 쉼 표 하나를 찍어보려 한다. 그리고 2막을 힘차게 열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글을 쓰고 말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일을 해나갈 것이다. 기사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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