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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T Aug 07. 2019

[연예기자의 삼중고 ②] 너희는 ‘피’가 다르잖아?

밖에서는 기레기, 안에서는 서자... 설 곳이 없다


[연예기자의 삼중고 ①] 우린 조회 수의 노예인가요? 에 이어...



앞서 연예기자들이 처한 삼중고 중 첫 번째로 연예기자들이 왜 조회 수 올리는 기계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살펴봤다.(주: 상단 링크 참조)



이어 이번 시간엔 연예기자의 삼중고 중 두 번째 고충을 언급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고충이 콘텐츠에 대한 고충, 결과물에 대한 고충이라면 이번 시간에 다룰 고충은 근무 여건에 대한 고충이다.



#. 평소엔 ‘서자’ 취급, 필요할 때는 ‘한 식구’


저질 기사 생산자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연예기자들. 사내 처우나 입지가 좋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예기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한다. 밖에서는 ‘기레기’, 안에서는 ‘찬밥’ 신세인 것이다.



요약하자면, 독립된 연예전문매체(주: 연예부만 있어 연예기사만 생산하는 매체, 이하 연예매체)는 처우가 열악할 뿐 타 부서와의 차별은 없다. 회사 내 다른 부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예매체에 비해 규모가 크고 자금력이 있는 종합지(일간지/경제지/방송사 산하 연예부, 이하 종합지)의 경우 여건은 연예매체에 비해 좀 더 좋지만 차별이 존재하기도 한다.



종합지는 주로 공채 모집으로 기자를 채용한다. 매 해 기수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채 기수로 뽑힌 기자들은 수습기간(주: 사회부에 배속되어 경찰서부터 취재하는 경우가 많다)을 거쳐 정치 경제 사회부 등에 배속된다.



이렇다 보니 종합지엔 연예부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매체 환경이 지면에서 온라인/모바일 중심으로 바뀌고, 연예 기사가 조회 수를 올려주는 효자노릇을 하자 너도 나도 연예부를 만들고 연예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예부를 어디에 둘 것인지가 각 언론사의 고민거리였다. 연예부에 대한 인식이 ‘딴따라 기자’ 혹은 ‘그저 그런 기사로 조회 수 올려주는 부서’에 그치다 보니 본사엔 연예부를 들이지 않았다.



빡센 관문을 뚫고 본사로 들어온 파릇파릇한 공채기수에게 처음부터 그런 일을 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판단도 한 몫 했으며, 그동안 연예부가 없었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기자들을 교육시키고 장 단기적인 계획을 수립할만한 시스템도 없었다. 게다가, 연예기자들은 종합지 채용과는 별도로 연예전문매체의 채용을 통해 커리어를 쌓아온 만큼 종합지는 경력기자 채용을 통해 연예부에 필요한 인력을 충당했다.



이에 대부분의 회사는 계열사나 자회사에 연예부를 뒀다. 그 어려운 공채 모집으로 뽑힌 ‘성골’, ‘적자’ 신입기자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쉽게(?) 기자가 된 연예부 기자들을 한 지붕 아래 같은 신분으로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적자의 혈통이 흐르는 기성 기자들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예기자들은 ‘서자’라는 한계에 부딪혔다. 계열사나 자회사 소속이다 보니 본사에 소속된 ‘적자’ 기자들에 비해 처우는 열악했다. 그나마 본사와 완전히 분리된 계열사나 자회사라면 좀 낫다. 소속은 계열사/자회사지만 본사에 파견 형식으로 건너와 본사 데스크의 업무 지시를 받는 경우도 많다. 업무 지시하는 사람 따로, 돈 주는 사람 따로(주: 이 경우엔 계열사/자회사 소속이다 보니 철저히 소속 회사의 룰과 처우 조건을 따른다)다.



기형적인 구조만큼 업무도 기형적이다. ‘적자’들은 소위 트래픽(조회 수)을 빼 먹고 재미를 볼 때는 ‘한 식구’처럼 대한다. 연예인 친필 싸인이나 기념촬영이 필요할 때, 영화 시사회나 콘서트 티켓을 요청할 때, 회사 행사를 위해 연예인을 섭외할 때에도 ‘한 식구’니 협조할 것을 종용한다.



하지만 자극적 기사를 통해 조회 수를 올린 대가로 욕을 먹거나 난감한 상황에 처할 땐 철저히 남남(계열사/자회사 직원) 취급을 한다. 복지나 처우 문제에 있어서도 ‘남의 회사 사람’이니 신경 쓰지 않는다. 속된 말로 ‘꼬우면 공채 전형 합격해서 다시 들어오던가’라는 식이다. 그렇게 연예기자들은 두 번 상처를 입는다.



그나마 메이저급 종합지는 ‘더럽고 치사하지만 처우는 안정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예매체의 경우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 경영난에 봉착하거나 위태로운 경우가 많다. 차별은 없지만 생존 자체가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는 얘기이며, 기자들에게 후한 연봉과 메이저 매체 수준의 복지를 안겨주기 어렵다는 얘기다. 연예 현장 취재, 인터뷰, TV모니터, 기획기사는 물론 가십거리와 실시간 검색어까지 챙겨야 할 만큼 일은 많지만 노동 대비 급여의 ‘가성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연예매체에서는 언론고시(메이저 언론사 공채시험) 불합격으로 인해 불안한 지원자, 혹은 열정으로 가득한 대학교 졸업 예정자들을 채용한다. 그리고 떨어지는 가성비는 이들의 ‘열정’으로 채워진다.



소수의 매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연예매체 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신입으로 들어온 기자들은 2~3년 이상 경력을 쌓으면 좀 더 여건이 나은 매체로 이직하거나 연예기자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전직하거나 유학 결혼 재충전 등 개인적인 이유로 회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다시 대학교 졸업 예정자나 열정 페이를 감안하고라도 취준생 신분을 탈피해 기자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젊은이들, 혹은 이 쪽 바닥(?) 생리를 잘 모르는 도전자들로 채워진다.



1년 365일 질 낮은 기사를 생산할 수 있는 인력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된 것이다.



[연예기자의 삼중고 ③] 롤 모델 선배 어디 없나요? 로 이어집니다.



Copyright(C) Aug.2019 by Writer T. All rights reserved.



시리즈 순서

[연예기자의 삼중고 ①] 우린 조회 수의 노예인가요?

[연예기자의 삼중고 ②] 너희는 ‘피’가 다르잖아?(현재글)

[연예기자의 삼중고 ③] 롤 모델 선배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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