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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T Aug 08. 2019

[연예기자의 삼중고 ③] 롤 모델 선배 어디 없나요?

고달픈 현재, 비전 없는 미래에 갇혀...


[연예기자의 삼중고 ①] 우린 조회 수의 노예인가요?

[연예기자의 삼중고 ②] 너희는 ‘피’가 다르잖아? 에 이어...



지난 두 번에 걸쳐 연예기자들이 처한 삼중고 중 두 가지 큰 고충을 살펴봤다.(주: 상단 링크 참조) 



연예기자들은 조회 수 올리는 기계로 전락, 그저 그런 혹은 욕먹는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연예기자들은 회사 내부에서도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였다. 밖에서는 ‘기레기’, 안에서는 ‘서자’인 신세.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예기자들의 현재는 괴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미래에도 괴로울 확률이 크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연예기자들이 처한 세 번째 고충이자, 가장 큰 고충이다.



#. 비전도, 롤 모델도 없다


조회 수 올리는 기계,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시름하는 연예기자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재도 힘들지만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밝은 미래가 있다면, 앞으로 좀 더 좋은 근무 여건이 주어진다면,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의 가치가 인정을 받는다면 현재의 고단함, 쏟아지는 비난도 견딜 수 있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다.



연예매체들을 비롯해 대한민국 언론 자체가 광고수익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데, 경제가 어려운 만큼 기업들도 홍보, 특히 광고비 지출을 줄이고 있다. 무엇보다 유튜브나 각종 SNS를 통해서 훨씬 효율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으니 굳이 비싼 돈 들여가며 언론매체에 광고를 할 이유가 없다.



이에 일부 매체 데스크나 선임급 기자들은 광고 이외의 수익모델 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당장의 생존을 위해 본업인 기사 생산과 관리조차 뒷전으로 밀어냈는데 수익을 낼 뾰족한 수는 잘 보이지 않는다.



줄어든 수익은 고스란히 기자들의 급여와 처우에 영향을 미친다. 극소수 메이저 매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매체 기자들은 열악한 처우와 근무 조건 하에서 일하고, 경영난에 봉착한 매체 기자들은 고용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특히, 연예기자들을 둘러싼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위에서 언급한 외적인 조건 이외에도 연예기자는 조회 수 올리는 기계로 전락한 만큼 질 낮은 기사 생산을 거듭하며 커리어를 이어간다. 



전직이나 이직이 용이하지 못한 커리어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연예기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하던 일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간혹 연예 기획사나 홍보사로 전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또한 포화 상태인데다 갑의 위치에서 을(?)의 위치로 바뀐 만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전직에 성공하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한 연예매체에서 다른 연예매체로 이직하며 쳇바퀴 도는 삶을 이어가거나 제 자리에 주저앉는다. 기자라는 직업은 유지하면서 정치 경제 등 분야를 바꾸거나 좀 더 나은 매체로의 이직도 어렵다. [연예기자의 삼중고 ②] 너희는 ‘피’가 다르잖아? 에서 살펴봤듯, 경력기자 모집 시 타 분야에서 연예기자를 받아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렇기에 연예매체에서 롤 모델이 될 만한 선배는 거의 없다. 여건이 좋지 않거나, 업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명확하지 않을 때 해당 분야 선배를 롤 모델 삼아 따라하거나 그들이 걸어왔던 길을 좇으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언론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인간적으로 좋은 선배들은 많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자연인으로서 좋은 사람인 것일 뿐, 그런 좋은 사람도 선배 기자로서 후배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수많은 선배기자들 중 일부는 데스크, 일부는 스타 기자가 되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성공일 뿐 연예기자 시스템의 성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나마 데스크가 된 선배기자들은 본업보다는 회사 수익과 트래픽을 고민하고, 이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 그나마 데스크라도 되면 다행이다. 대다수의 선배기자들은 뒷전으로 밀려 자괴감이 들 만한 기사를 쓰며 커리어를 근근이 이어간다. 혹은 고비용 저효율의 대명사로 전락해 기자생활을 마치거나 전성기 시절 자신이 깔보던 마이너 연예매체로 이직해 어렵게 기자생활을 이어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똑똑한(?) 일부 후배기자들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선배들을 예우(?)한다. 업계에서 이름 좀 날리는 선배기자나 현재 매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위치에 있는 선배들에게는 인사를 하고 그 라인을 타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선배들에게는 무안할 정도로 안하무인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모른다. 인사를 씹어가며 무시하는 그 선배도 한 때는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괴로운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 그리고 그 속에서 살겠다고 발버둥치며 벌어지는 얼굴 붉히는 일들. 그렇게 기자들의 삼중고는 완성이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기자들이 먼저, 그리고 수많은 경고 신호를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벌여온 일이다. 누구도 원망할 수 없기에 더 괴롭다.



Copyright(C) Aug.2019 by Writer T. All rights reserved.



시리즈 순서

[연예기자의 삼중고 ①] 우린 조회 수의 노예인가요?

[연예기자의 삼중고 ②] 너희는 ‘피’가 다르잖아?

[연예기자의 삼중고 ③] 롤 모델 선배 어디 없나요?(현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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