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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T May 03. 2018

ㅋㅋㅋ

케렌시아의 종착지, 케세라세라

사진출처: 케렌시아, 소확행 등과 맞닿아 있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케렌시아(Querencia), 케바케(Case by Case), 케세라세라(Que sera sera)… 줄여서 ㅋㅋㅋ

 
느닷없이 외국어 공부 삼매경에 빠진 건 아니다. 요즘 ‘케렌시아’라는 말이 ‘워라밸’, ‘소확행’과 함께 떠오르는 3대 키워드라고 해 나란히 놓아봤다.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케렌시아: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 또는 그러한 공간을 찾는 경향
 


한 눈에 봐도 세 단어는 이웃 사촌 간이다. 동질감이 팍팍 느껴지는 게 이천 십팔 년을 대변 하는 단어로 손색이 없다. 경제적인 압박은 늘 내 등 뒤에 업혀 있고, 그나마 돈을 공급해주는 직장생활은 팍팍하기만 하다. 열심히 살지만 쳇바퀴를 벗어날 수도 없는 고단한 날들. 그렇기에 죽일 듯이 덮쳐오는 일의 쓰나미 속에서도 휴식과 여유를 찾기 위해 애써 균형을 잡아보고,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이라도 느껴보려고 발버둥쳐보는 것이리라.
 

그래서일까, 자기 자신을 윤색하지 않고는 도저히 못 베기는 사람들이 자칭 ‘위로 전문가’, ‘위로 트렌드 세터’로 나섰다. 다 알다시피 그들은 꼰대형 인간이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우리 때는 말이야…’, ‘그래도 지금 이 정도면 예전에 비해 살만 한거야’ 따위의 글과 말로 나섰던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위로 전문가답게 시선을 늘 ‘위로’ 고정시킨 채 사람들과 조우했다. 눈높이가 맞지 않으니 공감될 리 없었다. 가뜩이나 고단한 인생, 잔소리가 하나 더 늘자 사람들은 반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꼰대들이 퇴장한 자리엔 ‘다 괜찮아’, ‘실패해도 돼’, ‘너무 애쓰지 마’를 앞세운 2세대 위로전문가들이 등장했다. 그들의 강의를 들으면서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고,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힐링이 된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1세대와 다르게 사람들의 호응을 얻자 여기저기서 유사한 말과 글들이 쏟아졌다.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도, 강의 리스트에도 ‘다 괜찮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투성이였다. 
 

그런데, 이런 글을 읽고 강의를 듣는 순간엔 치유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강의실을 나서고 책장을 덮으면 달라지는 건 별로 없었다. 일시적인 위안이었다. 또한, 그런 콘텐츠를 자주 접하다 보니 내성이 생겼는지 감흥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시적으로 고통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나 마취제 같은 느낌이 들어 무서웠다. ‘마음의 아토피’가 생겼는데 진통제 처방만 계속 해온 셈이다.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나섰다. 아토피를 치유하러 숲으로 들어가듯 말이다. 회사가 일만 시키자 사람들은 알아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고, 그 속에서 작지만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워라밸과 소확행을 펼칠 공간인 케렌시아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리라.
 

우리 모두에게는 케렌시아가 필요하다. 꼭 도시생활, 회사생활을 접고 시골에서 귀농하는 공간적인 케렌시아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에게는 지칠 때 방문할 마음의 휴식처가 필요한 것 같다. 약해 빠진 소리하지 말고 정신 차리라는 꼰대 잔소리도 없고, 반드시 치유하고 넘어가야 할 상처를 두고 치료하지 않아도 다 괜찮다고 진통제를 남용하는 사람도 없는, 내 마음의 아토피를 떨쳐버릴 수 있는 자연치유의 공간 말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그래서 케렌시아는 케바케다. 나 역시 나만의 케렌시아를 찾고 있다. 어쩌면 글을 쓰면서 케렌시아로 향하는 길을 찾을 수도 있겠지. 그리고 마침내 나만의 케렌시아를 발견하고 닻을 내릴 때 난 ㅋㅋㅋ 웃으며 이렇게 외칠 거다.
 

“케세라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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