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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교 Mar 02. 2019

늦어도 화내지 않는 이유

종종 아니 거의 모든 만남에서 지각은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어느 모임에서 늦으면 "코리안 타임입니다" 와 같은 농담도 들린다. 10대에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20대에 진입하고 나서는 연인, 친구, 동료 관계에서 늦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약속에 늦으면 서운함과 짜증이 서로 손잡고 앞다투어 몰려왔고, 늦은 상대방에게 서운함, 짜증을 분출하게 되더라. 그 결과는 어떨까? 분출한 이후의 시간은 불편한 시간으로 바뀐다.


짜증을 분출해서, 얻는 게 뭘까? 앞으로 안 그랬으면 하는 희망? 나의 분노를 해소했다는 후련함? 분노는 전염되기 때문에 내가 표출하는 순간 상대방의 기분도 분노 혹은 미안함으로 가득 차게 된다. 결론적으로 그 만남의 시간은 아무 의미 없어진다. 심지어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다음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오늘 짜증을 냈으니 너는 다음에 늦지 마. 그럼 우리는 다음에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다음이 아니라 그 날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은 없을까?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왜'를 생각하며 파고들었다. 전제는 상대방은 늦었고 나는 짜증이 났다에서 시작했다. 상대방의 입장과 내 입장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먼저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나는 짜증이 났다. 왜 짜증이 났을까? → 상대방이 늦어서 → 상대방이 늦어서 왜 짜증이 났을까? → 내 시간이 낭비되는 거 같아서 → 내 시간이 왜 낭비되는 거 같을까? → 기다리면서 시간 죽이는 거 같아서 → 시간을 왜 죽이는 거 같을까? →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 왜 아무것도 안 할까? → 할 게 없어서 → 할게 왜 없을까? → 무언가 없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파고들다 보니 필요한 건 기다리는 시간을 유의미하게 보낼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유의미하다면 기다리면서 짜증이 생긴 다기보단 내가 평소에 보내는 유의미한 시간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때부터 책을 보거나 영화, 드라마, 명상 등등 평소에 하는 무언가로 채워나갔다. 기다리던 시간은 유의미하게 보낸 것이 되고 짜증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위의 흐름은 아주 이상적인 의식의 흐름이다. 왜 저런 의식의 흐름이 나왔는지를 알아보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여기서는 다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지만 크게 긍정과 부정으로 나눠보자. 상대방에 대한 불만이 많다면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고 상대방이 좋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부정적으로 먼저 생각해보자. 

상대방이 늦었다. 왜 늦었을까? → 나오기 싫어서 → 왜 나오기 싫었을까? → 나를 만나기 싫어서 → 나를 왜 만나기 싫을까? → ㅠ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상대방이 늦었다. 왜 늦었을까? → 맘에 드는 옷이 없어서, 더 준비를 하느라 → 왜 그랬을까? → 나에게 더 잘 보이고 싶어서 → 왜 나에게 더 잘 보이고 싶을까? → 좋아서 : )

이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건 긍정적인 게 아니면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위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순간 더 큰 서운함과 짜증이 생길 뿐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매우 쉽다. 만나는 순간 드러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태도와 표정으로 그 모든 것이 드러난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명확해진다. 긍정적인 상황이라면 별 고민 없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맞았다면 답은 간단명료해진다.



더 이상 만나지 않으면 된다.



누군가를 왜 만나는지 생각해보자. 시간을 내고 약속을 잡는 의도적인 만남은 어떤 즐거움을 위해서 만나는 것이다. 그 목표에 도달하는 것에만 충실하면 된다. 긍정적인 만남만 해도 시간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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