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기념 휴직 상황 브리핑
어린이날이다. 지난 일기에도 썼다시피, 다행히 도은이는 아직 어린이보다는 영아의 카테고리여서 어린이 대접에 대한 부담이 없다. 하지만 오늘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어린이날의 분위기 때문일까, 벌써부터 내년 어린이날이 조금 두려워졌다. 내년부터는 극진한 어린이 대접을 요구할 것만 같다.
여하 간에 오늘은 어린이날이지만 우리에게는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그래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는 오늘은 무슨 일기를 쓸까 고민하다가 문득, 내가 일기랍시고 이걸 쓰고 있지만, 그래도 브런치 어플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인데 너무 불친절하게 일기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내가 어떤 상황에서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은이는 20개월이 조금 지난, 날 닮아서 귀여운 딸이다. 아내를 닮았다면 예뻤겠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나를 더 닮아 귀엽기만 할 따름이다. 아내는 여느 워킹맘이나 그러하듯, 출산 직후 아직까지 휴직 중이며 그동안 육아와 살림을 전담했다. 그 과정에서 손목, 허리, 등, 무릎 등 인간의 몸에 탑재된 거의 모든 관절에 손상을 입었고, 더불어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으로 정신건강까지 악화되고 있었다. 퇴근 후, 주말 등에 돕는다고 노력은 했으나, 마음가짐만 가상할 뿐 실질적 도움은 거의 없었다고 자평할 수 있다. 그래서 얼마 간의 고민 끝에 육아휴직을 다짐했다. 육아를 돕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아내를 돌보기 위해서가 더 큰 휴직인 셈이다.
연차 기간까지 더해 출근을 하지 않은 지 3주가 되어가는 지금, 아내에게 내가 도움이 되고 있냐고 묻는다면 아내는 왠지 고개를 저을 것만 같다. 여전히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것은 아내고, 나는 그저 그 전보다 조금 더 시늉만 하는 느낌이다. 도은이는 여전히 엄마에게 매달리고, 그런 도은이와 관련된 대부분의 활동은 아내가 처리한다. 나는 그 외의 일들을 조금 더 하려고 노력만 하고 있다. 그래도 점점 나아지겠지,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역시나 앞선 일기에서 언급했듯, 5월 3주 차부터 도은이가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또 많은 변화가 생길 것 같다. 가장 크게는, 도은이가 등원한 동안 우리 부부에게 약간의 여유가 주어질 것이다. 아내를 위한 휴직이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는 만큼, 그 시간들을 잘 보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
10개월의 휴직기간은 아마도 우리 가족에게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일 거다. 훗날 돌이켜봤을 때, 후회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즐거움으로 기억되도록 해봐야겠다. 사실 그건 전적으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언제나 하는 생각이지만, 나만 잘하면 된다.
오늘의 도은
- 어린이날 선물로 30만 원 이체해드림 : 아직 어린이 대접은 이르지만 그래도 어린이날을 그냥 보낼 수는 없어 선물을 해줄까 하다가, 지금 시기에 특별히 필요할 것도 없어 화폐의 미래가치 상승을 기대하며 통장에 용돈을 입금해드렸다. 이런 말은 웃기지만 진짜 사실인 게, 우리 셋 중에 가장 부자다. 계좌에 돈이 제일 많을 거다.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