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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하는얼룩말 Dec 09. 2021

나는 엄마보다 귀가 작잖아요

그래, 틀린 말은 아닌데, 


오늘도 분주한 아침이다.

삐약아 일어나야지부터 시작해서,


쉬 했니?

얼른 먹자~

옷은 이걸로 갈아입어야 해.

아니다, 옷 갈아입기 전에 세수하고 양치부터야. 젖을 수 있거든

아침에 엄마 바쁘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어.

너희들이 도와줘야 해,

할 수 있지?

하며 잔소리 같은 지시사항들을 열거하기 바쁘다.



아침에 책 읽어달라는 삐약이에게

미안해 아침에는 시간이 없거든, 다녀와서 읽어줄게.

엄마 바이킹(에어바운스) 타도 돼요?라고 묻는 삐약이에게

미안해 하원하고 그때 설치해 줄게. 아침에는 시간이 없어서.

하며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늘어뜨려놓으며 하고 싶다는 것들을 제지하고,

또 분주히 잔소리 같은 지시사항을 늘어놓는다.



옷 입어,

엄마 씻고 나올 때까지 안 입고 있음 엄마 변신할 거야~

엄마 무섭게 변하고 무섭게 말해도 어쩔 수 없어.

반협박까지 일삼는다.


씻고 화장하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도

둘이 장난친다고 아침 간식은커녕 옷도 안 갈아입고 있음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야! 하고 신호탄을 던진다.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아이들,

그제야 뭐에 홀린 마냥 옷을 급하게 갈아입기도 하고,

아까 입을라고 했는데 형아가,

나 아까 먹을라고 했는데 작은 삐약이가.


하며 서로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래, 뭔가 억울하겠지.......


엄마 변신한다고 했지?!

아침에 엄마 바쁘다니까! 하며 다다다 잔소리 일발 장전이다.

어찌어찌 겨우겨우 나갈 채비를 한다.

나의 짐, 아이들의 가방 및 다른 물품들을 차에 싣다 보면 정신없이 등원 준비 완료다.


시동을 켜고 운전을 시작하는데,

큰 삐약이가 뒤에서 이야기한다.

"엄마, 근데 왜 아까 예쁘게 말 안 했어? " 하며 정녕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본다.

"삐약아, 엄마가 처음에 엄청 많이 이쁘게 이야기했거든, 근데, 너희들이 엄마 말을 들어줬니?" 했더니,

"나는 엄마보다 귀가 작잖아, 그래서 잘 안 들렸어!"



오 마이 갓!

말이라도 못 하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귀여운 앙탈 같은 그 말이 너무너무 귀여워서,

그 말을 하고 싶어서 그 질문을 했나 싶기도 하고, 암튼 이래저래 미소를 불러오는 대답이었다.


"아~ 그랬구나~" 화법이 필요한 시점인듯했다.

"아~ 그랬구나, 그래서 우리 삐약이가 속상했겠네,

말을 안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안 들려서 그런 건데"

"응" 앙 다문 입으로 대답은 곧잘 한다. 그제야 서러움 폭발이다. 눈물 뚝뚝 흘린다.

"그건 엄마가 진짜, 미안해. 다음에는 크게 말해서 잘 들리게 이야기할게. 사이좋게 지내자" 했더니


또 눈물을 훔치며

"알겠어, 나도 엄마 말 안 들어서 미안해요" 한다.

언제 이렇게 컸나, 너와 내가 대화 같은 대화를 하다니, 싶다가도 그 귀여운 핑곗거리를 두고두고 기억했다가.

조금 더 크면 놀려야지 마음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가 처음으로 그린 자화상을 그림판으로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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