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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하는얼룩말 Dec 01. 2021

[감쪽같은 그녀 영화]

나문희 선생님은 빠져들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휴지를 찾았다.

오열하다 못해 수습할 수 없을 정도의 눈물, 콧물까지 나왔으니 말 다 했다.

조부모와 손자, 손녀가 나오는 영화들은 진정으로 슬퍼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얼마 전에 보았던 덕구도 마찬가지고,

어제 혼자 애들 깰까 껌껌한 방구석에서 노트북을 켜 두고 숨죽이며 봤던

감쪽같은 그녀도 억지 슬픔이 아니었다.

덕구는 할아버지 버전이라면,

감쪽같은 그녀는 할머니 버전이라고 하면 딱 맞겠다.


기본적인 건 다를 게 없다. 내리사랑이다.

불의의 사고로 내 새끼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고, 남겨진 손주들을 내 힘닿은 데까지 돌보고 싶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몸이 함께 따라주지 않아 누구보다도 마음 아프고 속상해하는 조부모를 보여주셨다.


실은 포스터를 보고 내가 좋아하는 느낌의 나문희 선생님의 그 특유의 유쾌하고 발랄할 모습이어서

심은경 님과 함께 했던 '수상한 그녀'의 코미디 인가하고 추측만 했을 뿐이다.

영화 전반부만 해도 그런 코믹한 영화가 맞는다고 장담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는데, 어떻게도 그렇게 유쾌한 와중에 할머니의 그 먹먹한 슬픔까지 잘 보여주시는지 보면서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오열하는 모습, 아이들의 이름을 새긴 문신


심해진 치매 증상으로 자각하지 못하던 새에, 밥 한솥을 다 먹어버리고 오열하는 할매의 모습,

행여, 자신의 병으로 아이들의 이름을 잊을까 전혀 예술적이지 않은 글씨체로 문신을 받아오신 

할머니의 마음.


손녀의 손등을 일부러 물어버리고 자신의 손등을 똑같이 물어본다. 얼마나 아팠겠냐며, , ,

"이 늙은 가죽도 이래 아픈데, 저 쪼매난 손이 오죽했겠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작은 손녀를 입양 보내고 나서 할머니의 병세가 악화됨을 스스로 느끼자

공주도 어떻게든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해주고 싶어 맘에도 없는 독한 말과 행동으로 아이를 몰아세운다.

장면 장면마다 그것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되려, 나는 그 감정을 받아들이기가 힘들기까지 했다.


할머니는 스스로 요양원으로 가시겠다고 마음을 먹고, 마지막 날 공주에게 머리를 감겨달라 부탁한다.

할머니의 반은 진실, 반은 거짓인 마음을 전한다.


"니 내를 제일로 힘들게 하는 게 뭔지 아나? 너무 잘하려고 하는 공주 니다.

공주야. 인자 내 좀 고만 놔주면 안 되겠나, 내 좀 고만 쉬게 해 주면 안 되겠나"

할매가 자신을 놓아달라 공주에게 부탁하는 장면.





"어느 날 아가 아를 업고 왔는데 너무 좋더라

맨날 혼자만 밥 먹고 혼자만 잠자고, 혼자만 멍했는데, 그 아가 와서 너무너무 좋더라

근데, 내가 맘을 감췄다. 감쪽같았지."




"할매의 그 마음은 이미 벌써 알고 있었습니다, 할매요 나의 가족이 돼줘서 고맙습니더" 하며

이미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팔을 베고 한참을 운다.


그 어린아이 혼자서 할머니의 임종을 지켰다. 이제 세상에 혼자라는 마음이, 그 마음이 어떨지 감히 상상이 되질 않아 안타깝고 애처로움 마음이 더 들었다.


큰 손녀 역할로 나오는 공주 (김수안)을 보고 도대체 이 아이는 누구지?

뭐 이렇게 사람을 홀리냐 하면서 눈물을 훔치고도 공주를 눈에 담았다.

요양원으로 떠나는 할머니는 배웅하지 못한다.


이 장면을 보고, 공주가 벌써 할머니의 임종을 지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 마지막 가족이라 생각했던 할머니가 내 눈앞에서 떠나시는데 그 마음이 어떨까



저를 못 알아보는 할머니는 보고 오열하는, 임종을 앞둔 할머니 곁에서 눈물을 보이는 공주

어떻게도 이렇게 때와 장소에 맞게 표정을 변화하고, 또 그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지

공주에게 마음이 갔다.


저를 가족으로 받아주신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 그 할머니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어린아이 혼자서 동생도 지켜야 하고, 부모님은 세상을 떠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내 엄마의 엄마뿐이었다.

그런데 그 기둥이 사라진다. 그 절망스럽고 홀로 남겨진다는 두려움을 아이는 감사함으로 극복한다.


잠들기 전, 잠깐만 보고 자야겠다는 나의 계획을 무산시켜버린 영화였다.

나는 그렇게 중간에 끊지를 못하고 한밤중에 눈물바람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이 영화의 여운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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