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빨래하는얼룩말 Mar 06. 2022

시속 위반 딱지가 날아왔다.

그날의 그 시간을 나는 도둑맞았다.

어느 날, 우편함에 시속 위반 딱지가 와 있었다.

50km 제한 도로에서 62km 속도로 달리는 내 차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찍힌 차량 안의 운전자가 나도 맞고 그 시간에 거길 지나갔다는 추측은 할 수 있겠는데,

범칙금 32,000원 납부는 둘째 치고,  그날 무얼 했는지,

왜 그 시간에 그곳을 지나갔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한 행동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순간이 답답하고 화가 나기까지 했으니,

차근히 다이어리를 기록해 가기 시작했다.

다이어리는 보통 나의 하루를 짤막하게 기록하는데,

어떤 때는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한 줄 기록도 하지 못하고,

일주일이 후딱 지날 때가 있다.


아마 이 시기도 그런 시기였는데,

그날 앞뒤로 뭘 했는지, 어딜 갔는지 기억이 다 나는데,

그 시간에 왜 거길 지나갔는지 아무리 떠올려도 기억이 나질 않더라.

영수증과 카드내역까지 다 훑어봐도 기억이 나질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나는 그날을 되찾아 오려고 부단히도 애를 썼지만 아쉽게도

그날의 그 시간은 내 머릿속에서 찾아낼 수 없었다.

그저 그 시간에 그곳을 지나갔겠거니 하고 추측만 할  뿐이다.

마치 그날의 그 시간을 누군가에게 도둑맞은 느낌이라 썩 유쾌하지 않더라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의 폭탄이 터지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