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위반 딱지가 날아왔다.
그날의 그 시간을 나는 도둑맞았다.
어느 날, 우편함에 시속 위반 딱지가 와 있었다.
50km 제한 도로에서 62km 속도로 달리는 내 차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찍힌 차량 안의 운전자가 나도 맞고 그 시간에 거길 지나갔다는 추측은 할 수 있겠는데,
범칙금 32,000원 납부는 둘째 치고, 그날 무얼 했는지,
왜 그 시간에 그곳을 지나갔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한 행동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순간이 답답하고 화가 나기까지 했으니,
차근히 다이어리를 기록해 가기 시작했다.
다이어리는 보통 나의 하루를 짤막하게 기록하는데,
어떤 때는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한 줄 기록도 하지 못하고,
일주일이 후딱 지날 때가 있다.
아마 이 시기도 그런 시기였는데,
그날 앞뒤로 뭘 했는지, 어딜 갔는지 기억이 다 나는데,
그 시간에 왜 거길 지나갔는지 아무리 떠올려도 기억이 나질 않더라.
영수증과 카드내역까지 다 훑어봐도 기억이 나질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나는 그날을 되찾아 오려고 부단히도 애를 썼지만 아쉽게도
그날의 그 시간은 내 머릿속에서 찾아낼 수 없었다.
그저 그 시간에 그곳을 지나갔겠거니 하고 추측만 할 뿐이다.
마치 그날의 그 시간을 누군가에게 도둑맞은 느낌이라 썩 유쾌하지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