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만약 줄리아 데이비드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도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
나도 산후우울증과 육아 우울증을 겪은 걸까?
예전에 이런 뉴스를 접했다면 아이를 두고, 엄마가 세상을 뜨는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라도 내가 책임지고 이 세상에 내놓은 아이들이 있는데,
세상을 등지고 떠날 수 있단 말이냐며 노여워 했을 거다.
내 아이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며
결국에는 세상과 작별하는 그녀를 나는 아주 조금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겠다.
나도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다고 하면 나도 마음이 아팠던 걸까?
하지만 안타까웠고, 허무했다.
아이를 위해 항우울제 약을 끊었으면 출산과 동시에 모유수유를 중단하고
먹었어야 했다.
약을, 내 목숨처럼 먹었어야 했다.
그렇게 사랑하는 아이의 곁을 떠날 거였으면, 스스로 이겨낼 자신이 없었으면
어떻게든 그 악몽과 같은 생각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났어야 했다.
그렇게 떠난 그녀는 비록 마음이 편안했을지라도
남아있는 이들에게 죄책감을 남겼다는 걸 그녀는 알아야 한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약을 권하지 못했던 자신을 탓하게 될 남편과
자신의 존재로 인해 힘들어했을 엄마를 이해하면 할수록 자신 때문이라고 여길 그녀의
사랑하는 딸
그들에게 그녀는 주지 않아도 될 상처를 주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지어준 책은,
책은, 무용지물이다.
정말 사랑하는 이가 내 곁을 떠났는데,
내가 어떻게 그 책을 보고 위로를 받고 사랑을 느낄 수 있나
미국판 <82년생 김지영>인가 싶었다가
그렇게 비극으로 치닫는 결말에 나는 사실 충격이었다.
아이를 두고,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세상을 떠날 시도를 했다는 건,
그저 비판하고 싶다.
영화는 그저 영화로 바라봐야 한다지만 너무 감정을 이입했나.
매 장면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보여준 눈빛은,
그냥 그녀에게 쑥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유독 그녀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장면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그 눈을 바라보며, 나도 행복을 느끼다가도, 미움을 느끼다가, 복잡 미묘한 감정을 나도 함께
느끼고 있었는데,
지금에서야 그녀의 마음을 조금 이해해 보자면,
소원이 있냐는 남편 이선의 질문에
지금 이 순간이라는 답변을 한다.
그녀는 진심으로 지금 이 순간이 멈추었으면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