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후 비즈니스모델 가지치기가 시작되었다. 값비싼 댓가였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자 가장 많이 설명하는 것이 비즈니스모델이다. 사업이란 단어와 떼어놓을 수 없는 용어인데, 쉽게말하면 어떻게 돈벌 것이냐 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지속가능한 수익모델, 시스템으로 인한 자동적인 수익형성일텐데, 정말 쉽지 않다. 서점의 수익모델은 결국 유통과 판매다. 싸게 가져와 중간에서 남기고 파는 것이다. 하지만 서점의 유통은 다른 유통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서점의 유통구조는 몇 십년 간 고착화 된 구조 속에서 변화나 혁신이 어려운 영역이었다. 독립서점부터 크라우드펀딩까지 새로운모델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큰 콘텐츠 시장규모와 가장 많은 종사자 수를 자랑하는 전통 출판영역은 여전히 견고한 성과 같았다. 종류와 품종 그리고 참여자수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것이 다른 품목과는 전혀 다른 분야다. 또한 지식 거래의 실체다보니 어느 하나 허투루 접근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이면서 완전 경쟁시장이다.
호기심과 취향에 의해 선택한 서점은 그냥 단순히 책을 쌓아두고 모아두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가능한 최저가에 책을 입고해야 했고, 수많은 책을 진열해야 그 중 한두 권 정도가 손님의 취향을 저격해 구매를 유도한다. 가령 슈퍼와 같은 동네 상점의 제품 종류가 100을 기준으로 한다면, 책은 같은 사이즈에서 제품 종류가 그 10배 혹은 50배 규모가 있어야 비슷한 수준으로 팔리는 구조일 것이다. 구매전환까지 이어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가, 유통과정에서 제품의 변별력이 없기에 실제로 서점 사업은 어려운 모델이었다. 어려운 모델을 다른 말로 돈벌기 쉽지 않다고 해석 할 수 있는데, 서점처럼 싸게 들여와서 비싸게 파는 유통 구조는 단순하지만, 경우에 따라 어려운 사업모델의 가장 대표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서점을 하면서도 수익모델을 따져야 하는 이유는 오래오래 하기 위해서다. 수익이 나와야 지속 가능하다. 서점수익이 낮다면 이를 매개체로 하는 모델이 나올 필요도 있다. 서점은 결국 콘텐츠의 영역으로서 대량 구매의 모델은 아니어도 사람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 결국 이야기 산업의 특징이자, 인간의 본능적 지적 추구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점자체의 수익모델이 낮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차선책이 필요하다.
자몽서점의 수익모델은 명확했다. 좋은 책을 쌓게 들여와서 마진을 남기고 파는 것. 하지만 그사이에 내포된 유통 방식의 차이와 저마진 구조, 그리고 물리적으로 노동강도가 높은 제품 큐레이팅을 알지 못했다. 좋은 책을 들여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업의 본질적 향상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일이고, 어떻게 접근하고 큐레이팅 되느냐에 따라 실제로 서점업의 평판이 달라진다. 사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사례 검토도 있었다. 영국의 유명서점의 모델을 벤치마킹도 했고, 실제 잘 나가는 유통상의 모델도 차용하기도 했다. 좋은 모델을 차용했지만 어느덧 계속해서 커지는 구멍을 막기 위한 덕지덕지한 느낌의 모델이 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매거진 전문서점이란 컨셉도 내가 잡지를 좋아한 이유도 있었지만, 차별화 전략을 위해서였다. 지금도 유명한 ‘매거진B’, ‘볼드’ 등의 유명 잡지 등에 대한 호평과 마니아층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단순히 현상만 보고 딱 우리 컨셉이라고 생각한 것이 문제였다. 같은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 더 큰 사업적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판단이었다. 결국 잘 만들던 영상콘텐츠 사업 방향을 틀어서 뜬금없이 유통으로 뛰어든 것도 유튜브 황금시대를 막 열리는 그 타이밍에 결정적 실수라고 판단된다.
이처럼 새로운 일을 도전할 때 결과물만 보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자세히 살펴보면 무수히 많은 관계와 협상의 과정이 내포되어 있는데, 이를 종종 놓쳤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추진할 때는 욕망과 분위기에 휩쓸려 종종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곤 한다. 신규 사업을 시작할 때는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봐도 좋을것이다. 더욱이 트렌드와 분위기를 읽고 비즈니스모델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구성되는지를 이해하면서 시작하는 것도 좋다.
이러한 어려움을 몸소 겪고 나니 다음번부터 마음을 바꿨다. 사업모델 가지치기 하듯,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지금 잘되고 있는 일과 고객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으로. 시장의 성장은 사업가에 의해 주도하지만, 이를 키우는 것은 고객의 몫이기에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기가 막힌 해결책이나 아이디어를 내세우기보다 실제 내가 지금 막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만 몰두하게 되면 생각의 객관화가 막혀버린다.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적 결정에 행동이 움직에게 된다. CEO의 결정에 따라 사업의 방향과 진행속도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사업을 취미로 하지 않는 이상, 고객이 원하는 것을 따라가야할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내가 하고싶은 일을 접목할 필요가 있다.
김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