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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is Kunwoo Kim Oct 04. 2022

좋소기업에서 가장 중요한건 고객? 그보다 중요한건...

기본만 제대로 해도 절반은 간다 

좋소기업에서 가장 중요한건 고객이지만, 더 중요한건...

기본만 제대로 해도 절반은 간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이다. 고객이 있어야 사업이 의미가 있고, 지속 가능하다. 그러나 지속가능을 위해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직원이다. 직원은 어떻게 보면 첫 번째 고객이고, 가장 주관적이면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존재다. 고객을 위한 마케팅과 프로그램은 많지만 직원을 위한 마케팅은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직원이자 동료를 위한 활동을 얼마나 했는가 물어보면 그다지 할 말이 없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었지만, 입장이 다르고 생각의 차이가 꽤나 많이 났다. 그렇기에 때로는 독불장군처럼, 때로는 떠넘기기 식으로 일을 한적도 있다. 재정이 그다지 좋지 않음에도 그들을 위한다고 생각하며 이것저것 시도했었다. 그리고 어려워지면 금세 취소하고 없었던 일로 해버리기도 했다. 말 그대로 좋소기업의 전형이었다. 


처음에 나는 직원들이 원할 법한 복지 제도를 도입했다. 아니 도입했다고 생각했다. 월간 문화비 지원, 식사비 지원, 도시락족을 위한 반찬 구비, 월간 문화 행사, 교육비 지원 등. 하지만 매출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내놓은 지원은 나중에 나에게 독으로 작용했다. 명분 없이, 기분대로 조직을 운영한 셈이었다.


그러다가 재정 상태가 어려워지니, 그동안 제공했던 것들을 하지 못했다. 멈출 명분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면서도 수십만 원 단위에서 수백만 원 단위로 규모가 많아지니 이것도 무시 못할 사이즈가 되어버린 것이다. 작은 조직이어도 처음부터 없었으면 몰라도 줬다가 뺏는 기분을 제공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래서 꽤 오랫동안 내 월급도 챙기지 못한 상황에서도 복지 제도를 운용하느라 내 삶은 계속해서 피폐해졌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할 순 없었다. TV나 잘 나가는 기업을 다룬 기사에서 본 다른 기업들의 복지 제도를 도입한 것은 온전히 나였기 때문이다. 


실은 내입장에서 이러한 복지제도를 도입하면 직원들은 꽤 감동하고 의미 있게 여겼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나의 착각이었다. 직원이 바라는 것은 따로 있었다. 더 많은 돈과 휴식, 그리고 동기부여였지, 작은 규모의 복지라고 할 것 없는 지원책은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콘텐츠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의미 있는 행위라 생각하고 실행했던 것들도 그다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경우도 있다. 문화비를 도입하여 월 10만 원 규모로 책 구매와 영화 관람을 인정했었는데, 월말이 되자 부랴부랴 사지 않는 책을, 보지 않은 영화 영수증을 지출품의로 요청했다. 할 말이 없었지만 한동안 지급했던 걸로 기억한다. 


직원은 언제든 나를 대신하고 기꺼이 나를 위해 함께하는 동료다.  그들은 기업과 조직의 부속품이 아니다. 사실 나는 이 부분을 간과했다. 직원은 그저 나의 일을 대신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이러한 태도로 사람을 대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회사를 잠시 거쳐 갔고 인재를 영입하지 못했다.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조직이었을 뿐, 그들과 함께 성장한다고 느끼게 하는 기업이 아니었다. 그저 나 혼자 하는 자영업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이 부분은 여전히 나에겐 어려운 숙제와 같다. 10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 많은 상처를 받기도 했다. 나는 분명 잘해주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생각은 달랐던 경우도 있고, 처음과 이야기가 다르다고 바로 퇴사한 사람도 있다.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일해보니 생각과 다르다고 입사 하루 만에 그만둔 사람도 있다. 일하다가 갑자기 월급만 받고 그만두어 다음 달 업무에 차질이 생겨 애를 먹은 적도 있다. 서로 계약사항을 준수했음에도 여러 문제를 만든 사람도 있다. 일이 산더미인데, 내가 봤을 땐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에 집중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까먹은 사람도 있다. 물론 모두 내 입장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대처능력이 부족했다. 이를 담아내거나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그들을 품을 만한 여력이 안 되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경험하고 지금도 어려움을 겪는 중이지만 깨달은 게 있다면, 우리는 함께하는 동료이며, 계약에 의거해 서로 합의점을 찾는 관계이지, 무조건적인 상하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는 성장을 도와주는 존재로서 자리해야 한다. 시키기 위해서만 일하는 존재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의 성장, 그들의 성장, 우리의 성장을 위해서  그들은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투입한다. 그렇기에 더욱 소중한 사람이어야 한다. 서로 간의 절차와 조건은 계약서로 합의하고 지켜야 하지만 전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해야 한다. 사업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고객, 상품과 서비스에 직접 맞닿고 소통하는 사람은 직원이자 동료였다. 혼자 이루어낸 건 결국 아무것도 없음을 잊지 말아야 했다. 


김건우. 


*여러분의 응원과 지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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