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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is Kunwoo Kim Sep 30. 2022

한 우물만 팠는데,이미 말라버린 상태라면? 명언의 역설

초반에 선택과 집중에 몰입하기보다, 파도타기처럼 유연하게 움직여야 산다

한 우물만 팠는데,이미 말라버린 상태라면? 명언의 역설

초반에 선택과 집중에 몰입하기보다, 파도타기처럼 유연하게 움직여야 산다 


‘선택과 집중하라’, ‘한 우물만 파라’는 사업하는 내내 듣는 소리다. 선배 사업가 및 스쳐 지나가는 사람조차도 나에게 했던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나는 아마 선택과 집중했다면 더 빨리 망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너무나 좋은말은 그리 좋은 뜻은 아닐 수 있다. 


대신 투자받은 이후 멘토링을 통해 얻었던 것은 한 우물만 파는 선택과 집중은 때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나의 현실에서 적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사업모델이 잘 안 될 경우 리더는 빠른 분석을 통해 다른 방향으로 모델을 전환해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중해야 할 상황을 선택해야 한다. 때론 현재 시장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바라는 사업모델과 하고 싶은 일만 추구하면서 시장이나 소비자의 변화는 바라보지 못한 채 자신의 고집을 밀어붙인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 풍랑을 만나면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사업철학과 방향성을 잃지 않고 일관되게 추구해야 한다. 방향을 잃지 않는 새로운 시도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실패했더라도, 이를 통해 가치 있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

나 역시 1인 미디어라는 방향성은 처음부터 잃지 않았다. 처음에 생소한 시장에서, 누구도 잘 이해 못 하는 상황이었지만, 몇 년을 계속 추구했고 버티다 보니 1인 미디어 시대를 맞이했다. 물론 아직 큰 성공이나 성장은 아니다. 꾸준히 늘어나는 매출과 성과는 보이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그래서 계속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하는 중이다. 내가 잘하는 것을 찾고 싶었고, 차별화된 결과를 만들고 싶었다. 


서점의 시작은 앞서 말한 것처럼 단순했다. 공간이 있으니 책을 들여놓으면 서점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제안하기만 잘해도 손님들이 책을 살 거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래서 우리 스튜디오 옆에 비어있는 공간에 책을 들여놓고 서점이라고 칭한 것뿐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었고 트렌드를 방향과 길을 잃었다. 츠타야 병에 걸린 나는 고객에게 내가 바라는 걸 제안만 했지 정작 고객이 원하거나 좋아하는 것은 잘 알지 못했다. 만약 내가 서점 사업을 계속해서 고집했다면 지금 창업의 끝은 취업이라고 말하며, 다른 회사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에 대한 변명도 있다. 서점이 사업의 목표는 아니었다. 나는 서점을 통해 협상하고 싶었다. 서점은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최종 목표는 IP에 있었다. 콘텐츠를 가진 작가와 출판사, 기업을 시작으로 이를 공간 플랫폼이자 콘텐츠 플랫폼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출판사와 작가와의 관계에서 접근하기 쉬운 매개체로 서점을 선택한 것이었다. 내가 작가가 되거나 출판사를 창업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서점 대신 작가에 도전하거나 출판사를 창업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서점은 상대적으로 출판사에 대한 접근하기 일반인이나 기업 담당자보다 쉽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동질감을 형성하는 소위 같은 울타리, 같은 업계라는 이유로 협업하기 좋은 구조라 판단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제조업에 머무는 출판이라는 아날로그 콘텐츠를 최신 디지털로 OSMU를 하는 것을 그렸다. 



나의 서점은 사실 책을 팔기 위한 모델이라기보다 그 속에 담고 있는 수많은 의의가 내재되어 있었다. 그러한 목표에 비해 현재는 매우 제한된 정보와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다.


매거진 에디터님들과 함께한 비전 설명회, 이후 성과는 없었다.

나름 차별화를 위해 일반 종합서점이 아닌 독립서점을 지향했고, 매거진 전문서점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많은 잡지사 담당자를 초청해 간담회도 갖고 우리의 비전도 소개했다. 나는 매거진이 갖는 휘발성 높은 콘텐츠가 지금 유튜브 시대에 적기라고 판단했고, 매거진 안의 내용을 1인 미디어 콘텐츠 타입으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텍스트 에디터가 영상에디터로 쉽게 전환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은 내 착각이었다. 그들에게 일하나 더 던져줄 뿐이었고, 실제 작동하는 방식과 수익모델도 달라 결과적으로 아무도 하기 싫은 일처럼 되어버렸다. 실은 실무자를 만날게 아니라, 회사 대표를 만나서 움직였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매거진 텍스트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을뿐더러, 다른 담당자에게 콘텐츠를 만들라고 해도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콘텐츠라는 거대한 테두리는 비슷해 보이지만, 텍스트와 영상은 문법 자체가 달랐다. 글만 쓰던 사람이 영상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서로 역할을 기대했지만 회사 내부 자산이 너무나 취약했을 뿐만 아니라 자본과 시간 모두 제한적이어서 상생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계속해서 안 좋은 상황과 고객의 무관심에 빠른 결정을 내려야 했다. 계속해서 우물을 파다가는 물을 마시기도 전에 말라죽을 수도 있었다. 도전은 끝이 났고, 나는 큰 손실과 불안한 사업구조를 만들어서 결국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때 계속해서 고집했다면,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대에 더 버틸 수 있었을까? 이후 지금과 같은 사업모델은 유지할 수 있었을까? 꼬리를 무는 질문이 따라온다. 등골이 오싹해진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잘못된 판단과 상황을 인정하고 반성했다. 바로 개선책을 내놓으며 버티기 작전에 돌입했다. 


그리고 2개월 뒤, 새롭게 개선된 사업모델로 첫 투자를 받았다. 


김건우. 


*여러분의 응원과 지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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