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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공현진/문학과 지성사

by 자몽커피

계절이 가고 여름이 왔다. 우리는 열심히 노력했다.

아무 데나 옷을 벗어 던졌고 음식을 먹고 난 후에 생겨난 쓰레기들을

치우지 않았다. 이건 우리의 노력의 결과였다.

귤껍질과 계란 껍데기가 발바닥에 붙었다. 컵라면 용기와 종이컵도

쌓였다. 우유갑, 종이 박스와 비닐봉지, 종이봉투도 겹겹이 쌓여갔다.

신문지도 한가득. 우린 우리의 방법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마다 거리를

헤매던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할머니처럼 거리로 나가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주워 왔고 아무 곳에나

던져놓았다. 프라이팬, 국자, 뒤집개 같은 주방 도구는 물론이고 도무지 무슨

용도인지 모르겠는 청동 동상, 유모차, 콘센트가 잘린 커피 머신, 휠체어,

나무 지팡이, 교회 의자 같은 것들을 거리로부터 얻었다.

우리가 열심히 사물을 모아도 사물들은 지치지 않았고 어떻게든 말하려고 했다. p.233


표지가 맘에 들어 빌려온 책. 책 표지를 그린 Eileen corse, ( 일린 코스? 아일린 코스? 일린 코르스?) 도서관 홈페이지에 검색을 해보니 없다. 아직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작가인 듯. 구글을 통해 들어가 보니 그림들이 모두 시원시원하다. 유화물감인데 수채화처럼 청량감을 뿜어낸다. 당장 붓질을 하고 싶을 만큼.

<스물두 번째 레인>처럼 요즘 수영장 표지가 자꾸 눈에 띈다. 표지의 작품 제목은 『Bubble Bubble』 원, 투, 쓰리, 포 버블버블~ 자연스럽게 노래가 흥얼거리게 된다.

독일 Flow Magazine 표지로 실린 작품이라고.


corse는 20여 년 전부터 그림에 대한 열정을 품기 시작했으며, 대담하고 흐르는 듯한 그림으로 많은 팬을 확보했습니다. 임파스토와 알라 프리마 기법을 사용하는 corse의 그림은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그녀의 최근 연작인 '물'에는 해변이나 수영장에 있는 사람들을 담은 그림들이 모여 있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세요"


"예술가 Eileen Corse는 예술가로서도, 사업가로서도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Eileen corse art



독일 Flow Magazine 표지 Bubble Boom Bubble up

출처 : @eileencorsestudio




수영을 해 본 지 너무 오래됐지만 물의 감각만큼은 뚜렷하다. 물속에 첨벙하고 뛰어든 순간 물거품이 뽀글뽀글 솟아오르는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니 난 왜 컴퓨터 앞인가 한탄이 나온다.

저항을 거스르듯 몇 초동안 물이 나를 감싸주며 폭 안기는 느낌이 온몸의 감각을 깨운다. 물 위에 떠있을 수 있겠다는 착각. 그 찰나의 순간이 깨지면서 중력의 원리에 따라 서서히 물속으로 가라앉을 때의 숨 막힘과 편안함. 그런데 멸망이라니, 제목은 무지 무거운데 그림은 너무 fun 하지 않나! 물만 보면 뛰어드는 아이들처럼.

어떤 책들은 리뷰를 쓰는데 한 달에서 몇 년이 걸리기도 하는데 이 책은 단번에 쓰였다. 그런 책들을 가뭄에 콩 나듯이 만나기도 하는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료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런 작품을 사랑한다. 꼬여 있는 작품도 좋아하지만 짧고 분명하고 명료한 문체를 볼 때마다 나의 분신을 만난 듯 너무 반갑다. 이번에 알게 된 공현진 작가님! 나의 서랍 속에 저장이다.

이제 작품 속으로 한 편 한 편 들어가 보자.


*녹

결혼 이주 여성인 녹은 노강사의 아이를 돌보는 시터였다. 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노강사는 이혼 후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둘은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서 수업을 가르치는 강사와 학생으로 만났고 녹이 반값에 시터를 하겠다고 제안한다. 전 남편은 양육비를 보내기는 보내는데 꼭 5만 원, 3만 원이 모자라게 보내는 인간이다. 녹은 시터로서 맘에 들지 않았지만 논문을 쓰고 강의가 있어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에서 노강사도 녹이 필요했다. 녹이 자꾸 자신의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고 급기야 노강사의 아이가 다치는 일이 생긴다. 그러다...


나는 아이를 데려오는 건 괜찮지만 그렇다고 일을 제대로 못하면 곤란하지 않겠냐고 녹에게 말했다. 내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녹의 아이가 녹의 손을 잡고 있었지만 나는 목소리를 낮출 수 없었다.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녹. 녹은 내 애를 봐주기로 했잖아. 얘기가 다르잖아! 그 뒤로 녹은 일을 할 때 자기 아이를 데려오지 않았다.

나는 녹이 내 아이를 다치게 했어도 녹을 자르지 않았다. p.27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성인 기초 수영반 꼴찌인 곽주호와 문희주의 이야기. 곽주호는 사출성형기에 끼어 목숨을 잃은 동료의 죽음에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자 회사를 그만둔다. 도시가 물에 잠기고 있다는 뉴스를 본 후 수영을 배우기로 마음먹는다. 10년 동안 사립학교에서 교사로 일한 문희주는 학폭사건에 연관된 아이들에게 환경문제를 열변하다 잘리고 그동안 모아놓은 돈과 퇴직금으로 온갖 취미반에 등록한 상태다.

곽주호와 문희주의 늘지 않는 수영 실력에 강사는 버럭 화를 내고 마는데...


희주는 화내야 하는 일과 화낼 필요가 없는 일을 정했다. 고래와 펭귄이 죽고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지구가 죽어가는 일에 화를 내자. 어차피 인간은 죽는데. 다 같이. 희주는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도 이 사실을 빨리 알려주고 싶었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물에 잠길 거다. 빠르면 30년 뒤에. 다 같이 죽는 거지. 희주가 그 말을 한 건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희주가 근무하던 사립학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p.57



"악당이 됐네요. 그 강사가. 졸지에. 우리 때문에."

물 밖으로 나온 주호에게 희주가 말했다.

"악당은 우리죠."

주호가 말했고 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p.61



*돌아가는 마음

서른에 집을 나간 언니가 5년 만에 집에 왔다. 가출인 듯 독립인 듯 애매한 이유는 주일마다 꼬박꼬박 교회에 언니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빠가 하는 교회는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고 신도는 가족, 이모, 동네할머니까지 여섯이다. 집에 돌아온 언니가 선포한 것은 결혼 소식. 처음엔 모두 반기는 듯하더니 결혼식을 하지 않겠다는 언니의 말에 엄마가 폭발한다.

유달리 똑똑했던 언니는 대학을 그만두고 사회낙오자로 살고 있지만 끝내 가족에게 그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언니를 대신해 가족의 가장노릇을 하는 주인공은 일은 빡세지만 그만큼 월급이 나오는 회사를 다니고 있다.

매번 공지를 잘못 올리는 기획 관리팀의 황대리. 일부러 그러는 걸까? 개발자인 주인공은 매번 일처리를 하기 위해 회사에 나가고...


그는 문제를 일으킨 자신이 나보다 먼저 퇴근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태도가 선량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런 일이 한두 번이었을 때이다. 그 이상을 넘어 반복되니 나는 그의 모든 행동이 제스처처럼 느껴졌다. 미안한 척. 주눅 든 척. 만회하려는 척. 나는 그의 이런 점이 더욱 싫었다. p.82




그런데 모르는 채로, 모르면서,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아닌 사람을.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믿는 것. 그것이 진짜 믿음일까.

언니는 자신이 겪은 일을 내게 한 번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어느 날 이불 안에 돌아누워 있는 언니의 형체를 보면서 나는 말했다. 내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울먹이며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그래도 언니가 살았으면 좋겠어. 언니는 그럴 거라고 대답했다. p.91



*이름을 짓기 직전

아마추어 밴드를 결성한 석주는 자신이 결성한 밴드에게 퇴출당한다. 실력이 없어도 너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석주가 안타까운 선미는 같이 밴드를 하기로 한다. 석주는 점심시간에 선미회사로 와 같이 밥을 먹고 근처 공원에서 회의를 한다. 여행사에서 일하고 있는 선미는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만든 노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은따를 당한다. 물론 선미도 비정규직이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기 때문이다. 석주는 삭발을 하고 기타를 배우고 단식을 하며 진심으로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밴드에 진심이었던 이 둘은 근사한 이름을 갖게 될까?



언제가 나는 석주에게 넌 왜 일을 안 하느냐고 물었다. 석주가 내게 왜 일을 하냐고 되물었다. 일을 해야지 그럼 안 해? 나는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석주는 내게 왜 그 일을 하고 있냐고 다시 물었다. 나는 그게 중요하냐고 물었다. 석주는 중요하다고 했다. p.115



그저 음악을 하고 싶고 그 시간을 누리고 싶은 것뿐이라고 석주는 말했다. 진심도 자격이 있어야 가질 수 있어? 내가 정말 많은 걸 바라는 거야? 나는 석주의 넋두리를 들었다. 나는...... 사실은 석주가 많은 걸 바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석주의 울음은 내 생각을 덮었다. p.131



*선자 씨의 기적의 공부법

요양보호사 양성 교육원에서 만난 선자 씨와 진아는 나이가 많고, 어리다는 이유로 그룹에 끼지 못해 둘은 친구가 된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선자 씨는 영하의 날씨에 일을 하지 못하게 되자 일흔이 넘은 나이에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다 요양보호사가 되기로 한다. 선자 씨의 공부법은 효율성이 엄청 떨어졌는데 그 이유는 공부란 걸 해본 적이 없어서이다.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아버지를 간병하느라 대학원을 그만둔 진아는 한 달간 고모에게 아버지를 부탁하고 공부를 시작한다. 내년이면 교육이수시간도 늘어나고 국비 지원도 올해가 마지막이라 선자 씨는 반드시 합격을 해야 한다.

선자 씨의 기적의 공부법은 사실 진아가 전수해 주는 공부법이다. 과연 선자 씨는 합격을 할 것인가?


"너는 너의 삶을 살아야지."

그 말에는 가족에 얽매여 자기 삶을 희생하고 있다는, 그러니까, 그런 건 주체적이지도 못하고 건강한 태도가 아니라는 책망이 깔려 있음을, 진아는 모르지 않았다.

"네 삶을 무너뜨리면 안 돼." p.156



내가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고 기원할 만한 상황인가, 그런 처지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자격이 없나, 자격이 없는 건가? 스스로에게 외치듯 되물었다. 그리고 마음껏, 진심으로 선자 씨의 안녕을 생각했다. p.171




*권능

딸이 죽은 후 조카에게 집착하는 초희이모의 이야기. 기독교와 무속 모두 절실히 매달린 이모는 아이의 명이 길지 않다, 남자가 없어야 하는 팔자를 갖고 태어났다는 무당의 말에 솔이의 모든 것을 간섭한다. 엠티를 말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모는 조카(주인공)를 미워하고 그 미움을 온전히 견디는 주인공. 가족인데 어쩌겠어라는 체념과 미움이 이모, 엄마, 주인공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집에 데려온 예비조카사위에게 불편한 말을 쏟아내는 이모. 드디어 이모를 끊어내기로 결심하는데...



무엇보다 이모는 믿기만 믿으면 모든 문제는 해결해준다는, 엄마가 한 전도의 말을 문제 삼았다. "나는 믿었어. 정말로." 목이 잠긴 채로 이모가 말했다. 이모는 엄마가 거짓말을 했다고 하면서도 교회에 나가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p.191



나는 떠나기를 바라면서도 결국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떠나지 않았다는 기분보다 남겨진 기분에 시달렸다. 돌보지 않아 시든 화분 같은 기분. 그런 기분이 들 때마다 물을 잔뜩 줘서 죽어버리고야 마는 식물들이 질투가 날 만큼 부러웠다. 가령 솔이의 안전에 눈이 먼 이모의 몽매한 사랑 같은 것이. 나는 때로 부러웠다. p.192



그런데 그 마음의 한가운데를 들여다보고자 하면, 도저히 보이지 않는 그 마음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든 끌어올리고자 하는 마음. 다른 세계가 아니고서는, 믿음을 믿는 일이 아니고서는 살 수 없는 마음. p.204




*우리는 숲

부모의 동반자살 시도 후 살아남은 자매, 미영과 가영의 이야기. 유일한 보호자인 이모는 식당에서 불판을 닦느라 자신의 몸도 망가진 상태다. 모든 사물이 말을 걸자 미영과 가영은 집에 있는 물건을 내다 버린다. 사물들이 일방적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사물들의 기억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물건을 버려도 소용이 없자 자매는 이번에는 필요하거나 필요 없는 물건을 주워온다. 집은 금세 쓰레기집이 된다. 자매의 이야기는 뉴스를 타고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는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려낼 수 없는 기억들이 난무한 가운데 엄마가 시장에 가면 사주던 왕만두에 기대 자매는 만두가게를 차리는데...


우리는 잘못되지 않았어. 미영과 나는 열 손가락 끝에 매달린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우리는 원하다면 손가락을 접을 수 있었다. 원하다면 손가락을 접어 우리의 숲을 가둘 수도 있었다. 숲은 우리에게 말했다. 여기에 있어. 있어도 돼. 그래서 우리는 있었다. 우리는 숲에서 다치기도 했지만 숲은 우리의 집이었다. 숲은 우리를 망칠 수 없었다. 우리가 만든 숲. 우리가 쌓은 숲. 숲은 곧 우리였다. p.239






*모두가 사라진 이후에- 3인칭의 세계

생물학자인 실비아 디아코누는 모기나 파리 같은 해충보다 지구의 가장 큰 해악이 인간이라며 인간이 모두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 인류는 그녀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인구를 줄이는 일에 돌입한다. 불임유전자 삽입은 45퍼센트의 찬성으로 불발되고 대신 인간의 이성과 자정 능력이 선택되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이기적인 욕망이라는 교육이 이루어진 후 인구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그리고 지구에 한 사람은 남을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에 선택받은 마지막 인간이 바로 하나다. 인류는 왜 하나를 남겨둔 것일까?


인류는 왜 하나를 남겨둔 것인가. 마지막을 지켜보고 확인하기 위해서? 물론 그것은 하나가 수행할 중요한 임무가 분명했다. 하지만 부차적인 일이었다. 마지막을 지켜보고 확인하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었다. 자연의 섭리에 의해 가장 늦게까지 살아남은 인간이, 모두가 사라진 광경을 확인하며 그 자신도 사라지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인류는 인간의 역사를 제대로 마무리 짓기를 원했다. 인류는 지구에 뭔가를 남기고 가고 싶었다. p.265




사람이 죽은 이후의 세상이 얼마나 조용하고 평화롭고 안전하고 고독하고 아름답고 무서운지. 소란스럽고 외롭고 소름 끼치고 사랑스러운지. 누군가는 보았으면 좋겠다는 소망 때문에 자신이 남았다는 것을 하나는 알아챘다. 인간들이 사라진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하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하나는 비어 있는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안에 틀림없이 뭔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p.274






*나아가며

얼마 전 MBC 대학가요제 예심을 보고 온 s에게 들은 이야기다. 대학가요제의 규정은 단 하나, 모든 멤버가 대학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휴학생포함이다. 4명으로 구성된 s의 밴드는 3명이 졸업을 앞둔 4학년과 졸업요건을 못 갖춘 수료생 1명으로 되어 있었다. 수료는 규정상 대학생이 아니라서 예심이 힘들다는 작가의 말을 들었다고. 이번이 마지막이기에 누군가는 너무 간절했을 터. 방법은 수료인 한 명을 빼고 다른 멤버로 충원을 해서 나가거나, 우정에 금이 가는 게 싫어 예심을 포기하거나 두 가지다.

이 소설에서 끊임없이 말하는 '진심', 두 가지 선택지 중에 누가 덜 진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s는 예심을 포기하자고 했단다. 우리가 대상을 탈 것도 아닌데 멤버 한 명을 빼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결론은 다른 멤버가 충원되어 예심을 치렀다. 더 웃펐던 건 s네 밴드처럼 멤버교체가 이루어진 팀들이 상당수 많았다고. 우정보다는 뭐 그런 게 그런 거다.

이 소설에서는 선명한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닌 상황에 따라 어느 쪽도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도덕적 측면에서라도 녹에게 노강사가 사과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간세상이 무 자르듯이 반쪽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아는 나로서는 둘 다 안쓰러울 뿐이다.

수업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을 보면서 소리를 질렀던 수영강사도 이해가 되고, 오히려 부모 자식 사이라서 말 못 할 일들이 더 많다는 것도 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연을 끊지 못하고 목욕탕에 가는 <권능>의 주인공처럼 이모의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도 짠하고 실력은 없는데 밴드는 하고 싶은 석주의 진심은 또 어떤가.

세상에 홀로 남겨진 미영, 가영을 보면서 나는 좋은 어른인지 되돌아 보게 되고 지구에 혼자 남은 하나가 비어 있는 집들을 두드리는 모습은 너무 쓸쓸하기만 하다. 요양보호사라는 산하나를 넘은 선자 씨도, 아버지의 간병에 진심인 진아도 그냥 행복했으면 하고 바라는 책.

각자의 진심과 믿음들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길 소망하며... 어차피 세상이 멸망하더라고 오늘 하루 잘 살아내야 한다. 그게 우리의 숙명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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