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소설집/출간 기념 무크지/래빗홀
"더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
지금 당신을 만나러 와야 했어요" p.128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양면의 조개껍데기
진동새와 손편지
소금물 주파수
고요와 소란
달고 미지근한 슬픔
비구름을 따라서
딱히 sf소설을 좋아하지 않은데 김초엽 작가의 책을 거의 읽은 걸 보면 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고 해야 할 듯. 2025년 8월 27일 바로 내일 김초엽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인 <양면의 조개껍데기>가 출간되는 날이다. 제목도 제목인데 표지가 너무 맘에 들어서 사전 미니북 얼리버드단을 신청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 될 것 같은 장르 중 하나가 sf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한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 독자로서 이번 책도 무지 기대가 크다. 솔직히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의식은 단편이 더 농도가 짙다고 해야 할까?
무크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담당 편집자와의 인터뷰, 동료 작가들이 말하는 김초엽 작가, 김초엽론, 본문에 들어가 있는 작품 <진동새와 손편지>.
개인적으로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분석해 놓은 SF평론가 심완선의 <김초엽론>이 가장 좋았다. 서평을 쓰는 입장에서 다른 이의 서평은 또 다른 공부가 되기도 하고 나와 다른 시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진동새와 손편지>에는 인간의 불완전한 소통체계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해석이 담겨있다. 아마 이런 점 때문에 김초엽 작가의 책을 꾸준히 읽었던 것 같다. 역시 난 다정한 사람이 좋은가보다.
본체인 소설집이 있어야 완벽한 세트 구성이다. 내일 당장 만나~
Interview 부딪치고 오해하면서 끝내 가닿을 작은 빛을 위하여
Reviews 김보영 배명훈 이다혜 정보라 정소연
Focus 불가능할 줄 알면서도, 알기 때문에 [심환선]
본문 엿보기 진동새와 손편지
그건 말하자면 '소설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쯤에 해당하는 것이겠지만, 의도해서 넣기보다는 보통은 평소 품고 있던 생각이나 질문들이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무의식을 거처 이야기에 반영되곤 해요. 다 쓰고 나서야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네, 하고 뒤늦게 깨닫게 되더라고요. p.15
그런데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우주에서 바라보면 다 똑같은 우주먼지지만 생긴 모양도 사는 곳도 속내도 특징도 다른 그 세부를 들여다보는 일에도 경이감이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그 우주먼지의 범위가 꼭 사람에만 한정되는 건 아니고, 식물이든 곰팡이든 돌멩이든 다 각각의 이야기가 깃든 먼지로서 놀랍고 매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p. 35
김초엽의 세계는 감싸안는다. 받아들인다. 공감한다. 가장 이해받지 못하고, 낯설거나 불합리하거나 쓸모없다 여겨지는 이들이 실재함을 안다. 너는 실재한다. 그러니 여기에 있어도 좋아, 라고 속삭인다._김보영소설가p.41
<행성어 서점>속 서점에는 읽히지 않는 언어로 쓰인 책이 가득하다. 뇌에 직접 설치하는 범우주적 통역기가 보편화된 세상이지만, 모르는 언어에 둘러싸이는 상황을 즐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행성어 서점의 책은 통역 모듈을 방해하는 문자로 인쇄되었기에 바로 통역되질 않는다. 서점은 관광객에게 "완전한 이방인으로서의 체험. 어떤 말도 구체적인 정보로 흡수되지 못하고 풍경으로 나를 스쳐 지나가고 마는 경험"을 판매한다. p.56
<진동새와 손편지>는 개체라는 개념이 없는 '나'의 시선으로 언어의 비효율성을 말한다. '나'는 현재 본체에서 개별적인 자아로 분화된 상태지만 나중에 본체로 돌아가 자아들과 의식을 동기화할 것이다. 완전한 전달이 이루어지는 동기화에 익숙한 '나'에게 "개체중심적 생물들에게는 서로 완전한 형태로 전달할 수 없는 사고가 있다는 것, 그것은 불완전한 '언어라는 것을 매개로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다. p.93
자 정리해볼게. 진동새들은 고유한 진동 패턴이 있어. 거의 완벽하게 재현되는 패턴이지. 필요하다면 그들에게 새로운 패턴을 다시 써넣을 수도 있어. 그럼 진동새들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p.117
삐뚤빼뚤, 기준이 되는 패턴과 마구 엇나가는 잉크의 흔적들. 나는 그 작은 손편지 위에서, 지구인들이 개성이라고 부르던 지독한 소통의 불일치를 목격했지. 우리가 겨우 해석할 수 있었던 건 한 줄뿐이었어. 보고 시플 거예요. 지구에 또 놀러와요. p. 123
"이런 거죠. 원래 우리 언어는 불완전하잖아요. 기록도 불완전하고요. 아무리 애써도 문자로 전하고자 하는 의미에는 왜곡이 생겨요. 우리는 문자 그 자체에 담긴 정보로만 서로 소통하는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문자를 이렇게 수많은 다른 꼴로 새기는 거예요. 문자로는 마음을 온전하게 전달하지 못하니까, 더 잘 전해보고 싶은 거예요. 어렵죠?" p.124
정말 특별한 의미가 아니더라고. 그렇게 똑같은 패턴을 다시 쓸 정도라면 Z에 대한 대단한 정보가 담긴 패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겨우 이런 뜻이었어.
더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 지금 당신을 만나러 와야 했어요.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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