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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폴리틱스

프란스 드 발/바다출판사

by 자몽커피

그러나 라윗의 권력은 단 10주밖에 가지 못했다. 이에룬과 니키의 연합이 재결성되었고, 그날 밤 라윗에

대한 피의 복수가 이뤄졌다. 이에룬과 니키는 라윗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물어뜯고 여기저기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은 물론, 라윗의 고환까지 잘라버렸다. 잘려진 고환은 사육장 마당에서 나중에 발견되었다. 이 싸움에서 피를 너무 많이 흘린 라윗은 결국 수술대 위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 사건은 밤에 세 마리의 어른 수놈만 있었던

숙소에서 일어났다. 라윗이 엄청난 피해를 당한 데 반해 나머지 두 수놈은 상대적으로 적은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아, 우리는 니키와 이에룬 사이의 협조가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른험 집안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공격이 있었던 날 이후로 새로운 삼각관계가 출현했다. 이전에 힘의

삼각관계에서 보여졌던 역학관계가 단디, 니키, 그리고 이에룬 사이에서 다시 되풀이되기 시작했다. p.319




*저자소개

프란스 드 발 (1948~2024)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장류 학자이자 대중 저술가이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에서 동물 행동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침팬지 폴리틱스>는 당시 학계에서 흔히 ‘영혼 없는’ 실험 객체로 취급받던 침팬지의 사회에도, 인간과 같은 마키아벨리적 권력 투쟁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영장류 평화 만들기>, <보노보>, <내 안의 유인원>, <차이에 관한 생각> 등의 책을 통해 영장류의 공격적인 성향뿐만 아니라 도덕적이고 평화적인 모습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영장류 사이에 마치 평행선처럼 대비가 가능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책소개

1982년 출간 즉시 영장류 학자들로부터 과학적 성과를 인정받아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정치가, 기업경영인, 사회 심리학자들로부터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본성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준다는 찬사를 받았다. 고도의 정치적 기법으로 그들만의 관계와 서열을 그물처럼 엮어가는 아른험의 침팬지 집단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우리에게 정치의 기원이 인간의 기원보다 더 오래되었음을 전해준다.



책을 읽은 소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너무 재밌었다와 책이 전~혀 읽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중간이 없을까를 생각하니 영장류나 인간이나 별것 없다, 너무 비슷하다고 여겼던 부류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을, 아니다, 인간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부류들은 재미없어했던 걸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나는 재미있는 한 편의 정치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이 책을 번역한 장대익 교수는 침팬지의 고품격 정치 행동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나 또한 이 말에 동의한다. 저자가 말했듯이 이 책은 일반 대중에게 읽힐 목적으로 쓰인 책이다. 침팬지의 행동을 인간처럼 분석하는 의인화의 과정이 불편한 사람도 있겠으나 그만큼 쉽게 읽힌다.

23마리의 침팬지에 이름과 성격을 부여하고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이들을 관찰하고 행동빈도를 세고,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과학자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다. 저자인 프란스 드 발은 1975년에서 1979년까지 약 6년간의 관찰과 기록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내가 느낀 과학자의 시선은 다정함이었다. 대상을 의인화해서 바라보고, 감정을 공유하고, 끊임없이 나와 닮은 점을 찾아낼 줄 아는 기술이 묻어있다.



네덜란드 아른험에 있는 뷔르허스 동물원의 대규모 사육장은 집단생활을 포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소개된다.

강화유리 너머로 8000평방미터의 사육장과 동절기에 이용하는 실내홀로 구성되어 있다. 강화유리를 설치한 것은 관광객이 먹이를 주지 못하게 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침팬지들이 관광객들에게 돌팔매질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육장 일부를 제외하곤 물이 가득 찬 도랑으로 둘러싸여 있고(그럼에도 탈출을 시도하는 침팬지가 있다.) 약 50여 그루의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자연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는 침팬지는 소규모 집단으로 나뉘어서 먹이를 구하러 다녀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아침저녁으로 공평하게 먹이를 준다. 그 결과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증가하게 되고, 그들에게는 이른바 '사회화'를 위한 시간이 지나칠 정도로 많아졌다고 한다.




23마리의 침팬지들은 하나의 개성을 지닌 주체로 집단 내에서 동료들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가 뚜렷하다고 한다. (p.80) 이 책의 주인공들을 살펴보자.


*이에룬- 초대왕. 목표 달성을 위해서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는 수완가. 정치 9~10단이며 일명 ‘늙은 여우’

수태를 시킬 수 없는 신체적 결함의 소유자.

*라윗- 사교적. 개방적. 우호적이며 동료들에게 신망이 두터움. 자신감이 넘치고 우아한 모습.

*니키- 서커스단 출신. 쇼맨십과 넘치는 에너지. 패륜적 행동. 돌발행동. ‘태풍의 핵’ 같은 존재. 준비되지 않은 우두머리.

*단디- 체격은 왜소하지만 집단의 인텔리. 모든 탈주극의 배후로 추정. 다른 침팬지들을 속일 수 있음.

*마마- 공동체의 현자. 모든 정권 내내 사실상의 최종 보스. 수컷 중심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 캐스팅 보터.

*파위스트- 무정부주의자 혹은 불순분자. 비혼주의자. 번식거부. 집단에서 영향력 발휘. 일명 ‘아른험의 마녀’ 주로 수컷과 어울림. 레즈비언. 니키와의 사이에서 암놈 퐁아를 낳았다는 반전의 주인공.

*호릴라- 마마와 프란예의 새끼를 잘 보살핌. 침팬지 최초로 젖병 수유에 성공. 마마의 절친. 암컷 사회에서 서열 2위.




침팬지 사회에서 인사는 우열관계를 의식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라 할 수 있다. 지위가 낮은 놈은 상대방에게 연신 절을 하거나 나뭇잎이나 나무막대기를 가져와서 건네기도 하고 발, 목, 가슴 등에 키스를 하기도 한다.

한쪽은 굴욕적으로 굽실거리고, 다른 한쪽은 왕처럼 인사를 받는다. 암놈은 대게 수놈 우위자에게 자신의 성기를 검사하고 냄새를 맡을 수 있게 엉덩이를 내민다.

인사의 4분의 3 이상을 독점하는 집단내의 일인자 이에룬에게 언제나 눈에 잘 띄지 않았던 라윗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사건이 일어난다. 라윗이 이에룬이 보는 앞에서 암컷과 교미를 하고 이에룬 주위로 큰 원을 그리며 자기 과시를 한 것이다. 1976년 여름에 시작된 최초의 투쟁은 단 한 번의 싸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싸웠다, 화해했다를 반복하며 서서히 라윗이 우위를 점유하는 과정을 다룬다.


이에룬은 막강한 암컷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으므로 라윗이 싸움을 걸어올 때면 암컷들 무리로 도망을 가거나 도움을 요청했다. 라윗의 노골적인 도전을 받은 이에룬은 자기 시간의 30퍼센트가량을 암컷 무리에서 보냈다. 자신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시 라윗은 이에룬에게 거의 인사도 하지 않았다.

라윗은 서열 3위인 니키와 간접연합을 형성하는데 이에룬과 라윗이 싸울 때 암컷들을 공격하는 임무를 니키가 담당했던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싸우다가도 반드시 화해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이다. 싸움이 끝난 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두 적수가 서로 껴안고 오랫동안 키스에 몰두하고는 서로 털을 골라주기도 한다. 물론 감점의 골이 깊었을 때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이에룬과 라윗도 서로 싸우고 나면 이런 화해의 과정을 거치는데 때로는 암컷이 개입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화해의 과정 없이는 절대 실내홀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감정의 앙금을 그때그때 푸는 것이 서로에게 이롭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멀리서 예를 찾을 것도 없다. 한덕수와 김문수의 포옹장면을 떠올려보라... 국민의 힘 후보로 다시 뒤집어지는 결과가 나온 후에 한덕수가 두 팔 벌려 김문수를 껴안는 장면을.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이해하고 넘어가자.


지금은 영장류들이 화해를 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히려 의문점은 어떤 상황에서 화해가 이루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가장 유력한 생각은 화해가 가치 있는 관계를 회복하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p.62



권력의 이동은 인사의 횟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날 아침 라윗은 이에룬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 이에룬도 저지를 하지 않는다. 암컷들도 이 둘의 미묘한 차이를 인식하고 점차 이에룬에게 인사하는 횟수가 적어진다. 시비와 화해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라윗은 권좌를 차지한다. 니키와 연합한 지 72일 만에 이에룬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저자는 수놈 사이의 결투가 단순히 완력 대결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고 한다. 사회관계가 싸움의 결과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힘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내 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싸움의 결과가 사회적 관계를 규정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사회관계가 싸움의 결과를 결정했다. 우열을 둘러싼 교섭의 과정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즉 사회적인 배경이 경쟁자들의 자신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다른 구성원들의 태도에 의해 그들의 실력이 결정되는 것과 같았다. 한 달쯤 뒤 숙소에서 벌어진 싸움에서 라윗은 이에룬보다 육체적으로 강력하다는 점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집단 전체에서 자신의 승리를 확인하기 까지는 9주일이나 더 걸렸다. 그 무렵 이에룬은 더 이상 다른 동료들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고, 파위스트는 이미 그의 진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라윗은 이에룬에게 노골적으로 도발하기 전에 먼저 집단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폈다. 최후의 결전에서 거둔 그의 승리는 단순히 야만적인 힘의 과시만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라윗이 이에룬에게 다른 구성원들의 태도가 이미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시켰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p.164





이에룬은 라윗과 충돌이 있은 한 달 후부터 떼쓰기 행동을 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떼쓰는 모습처럼 그려진다. 처음에 이에룬 편을 들던 암컷들도 점점 도와주지 않게 된다. 이런 이에룬의 모습을 보고 저자는 권력을 잃은 닉슨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린다.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파면당한 윤을 보라. 여전히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손을 뻗는 모습을.


"닉슨은 오열을 토하며 매우 슬퍼했다. 어떻게 단순한 도둑질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단 말인가? 그는 무릎을 꿇고 주먹으로 카펫을 치며 소리내여 울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이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p.20



라윗이 위협 과시를 하는 동안, 그는 놀랄 만한 연기력을 발휘해서 마치 썩은 사과가 떨어지듯 나무에서 떨어지더니 금속성 비명을 지르면서 땅바닥을 뒹구는 것이었다. 그리고 몇 미터 정도 떨어진 땅바닥에 드러누워 암놈들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p.157




떼쓰기에 관해 흥미로운 사실은 이미 30대의 성숙한 이에룬이 마치 어린애 같은 아니 완전히 유치한 퇴행적인 행동으로 다른 침팬지들의 주목을 끌고 동정을 얻으려 한 점이다. 그것은 젖 먹는 아기 때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어린 새끼들은 어미에게 거부당했다고 느끼면, 다시 안아줄 때까지 울거나 발길질을 해댄다. 어미가 받아주면 놀랍게도 금세 떼쓰기를 그만둔다. 이에룬이 자신을 지도자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하는 라윗의 책동에 겁을 먹어 불안과 위협을 느꼈기 때문에 아기와 똑같은 행동을 연출했던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말하자면 이에룬은 권력의 젖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p.158




쿠데타에 성공한 라윗은 이제 어떻게 행동할까? 일인자가 된 라윗은 완전히 태도를 바꾸어서 스스로 보호자의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다. 지위의 안정화에 초점을 둔 것이다. 집단내에 싸움이 일어나면 편을 들어야 하는데 승자의 지지자가 아니라 패자의 지원자가 되어 준다. '패자의 지원자'란 가만 두면 질게 뻔한 놈의 편을 드는 것을 말한다. 집단의 두목이 되기 전에는 35프로만 패자를 지원했다면 왕좌를 차지한 뒤에는 69프로, 1년 뒤에는 86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늘어난다. 약자나 어린 침팬지 편을 들어주는 횟수가 늘어나자 암놈들도 라윗을 지지하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을 저자는 강자의 보안관 역할로 보고 있고, 또한 이것이 일인자가 갖추어야 할 의무라는 것이다. 나중에 일인자가 되는 니키는 겨우 22프로에 그친다. 니키는 이에룬을 등에 업고 일인자가 되었지만 라윗처럼 보안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린 침팬지를 공격하는 패륜적인 행동을 저지르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집단에게 철저한 응징을 하는 분할통치를 시행했다. 권력을 사유화한 대가는 처참했다. 강압적인 통치방식은 두려움의 대상으로 전략시켰고 그의 몰락을 그저 바라만 본 침팬지들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침팬지도 사람처럼 역지사지의 감정을 느낀다고는 보지 않지만 적어도 침팬지 사회에서 니키는 미움받는 존재임은 틀림이 없었다.

그의 최후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도랑에 빠져 죽었다.


라윗은 1인자 자리에 오른 뒤에는 약자 쪽과의 결속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집단의 두목이 되기 전에는 35퍼센트만 패자를 지원했지만 왕좌를 차지한 뒤로는 이 수치가 69퍼센트로 증가했던 것이다. 이런 대조는 라윗의 태도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게다가 1년 뒤에는 패자에 대한 라윗의 지원이 86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 p.184





강자의 보안관 역할과 그 강자가 위협에 직면했을 때 약자로부터 받는 지원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을지는 뻔하다. 암놈과 그 새끼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1인자 수놈은 장차 라이벌과의 권력투쟁에서 어떠한 지원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1인자 수놈의 보안관 역할은 호의라기보다 의무에 가깝다. 1인자로서의 지위는 이같은 의무에 달려 있다. p.185





라윗의 정권교체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라윗의 정권이 무너지는 과정도 아주 흥미로웠다. 비극의 씨앗은 간접연합을 맺었던 니키보다 이에룬과 더 친하게 지내려 했기 때문이다. 이때 이에룬은 라윗이 아닌 니키와 연합을 한다. 이에룬과 니키의 연합을 끝까지 막고자 했지만 라윗의 역량으로는 불가능했다. 정치적 역량이 미미한 니키와 손잡은 이에룬을 보면서 정치의 세계란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것 같다.

보안관 역할을 잘 해내는 라윗이 권좌에 오랫동안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저자는 바로 마키아벨리식 해석을 내놓는다. 아무리 좋은 지도자라도 다른 개체들의 권모술수 앞에서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잘 대해준 라윗을 배신하고 니키와 연대한 이에룬의 선택을 뭐라 할 수 있을까?

에필로그에 소개된 라윗의 최후를 읽었을 때는 정말 소름이 끼쳤다. 니키와 이에룬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고 그 권력의 공백을 라윗이 차지한 것이다. 그러나 라윗의 권력은 10주 만에 끝났다. 이에룬과 니키가 다시 연합을 한 것이다.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낮이 아니라 밤에, 사육장이 아니라 어른 수놈만 있었던 숙소에서 일어난 일이라 저자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대선 1위 후보에 대한 암살제보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룬-라윗-니키로 이어지는 삼각 구도는 새로워진 불안정성으로 인해 늘 흔들렸다. 삼두정치에 관여하는 구성원들 사이의 차이란 아주 미미하기 때문에 권력의 균형은 언제라도 달라질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이 상존했다. 한편으로는 대결이냐 화해냐를 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연합 형성이냐 고립이냐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 p.213




아래 <군주론> 인용문에서 ‘귀족’을 ‘서열 높은 수놈’으로 ‘평민’을 ‘암놈과 새끼들’로 고쳐서 읽어보라. 그러면, 우리는 니키의 ‘군주권’이 두 전임자의 ‘군주권’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귀족의 원조를 받아 군주권을 얻는 것은 평민들의 지원을 받아 군주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왜냐하면 귀족들은 스스로를 동등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군주는 원하는 대로 그들을 지배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p.227



이에룬과 단디는 더욱 친밀해지면서 반 니키연합을 형성했다. 이에룬은 니키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으며, 자신을 단디에게 떼어놓으려는 니키의 시도에 맞섰다. ...이번에는 얼음이 없었고, 니키는 그곳에 빠져 익사하고 말았다. 신문에서는 ‘자살’이란 이름을 붙였지만 치명적인 결과를 동반하는 두려운 공격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p.321





라윗이 죽은 후 이에룬은 단디와 연합해 니키를 공격한다. 어쩌면 최후의 승자는 이에룬이 아닐까 싶다. 니키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도랑에 빠져 죽었다. 영장류 중 침팬지에게만 있다는 동정심이 발휘되지 않은 이유가 설명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는 수놈은 연합을 통해 암놈은 성격과 나이로 서열이 결정된다고 한다. 한국사람 특징이 첫 만남에 나이를 묻는 불문율이 여기에서 나온 것일까? 일명 '멋있으면 언니' 소리가 나오는 성격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자기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 모든 문제를 심플하게 만드는 사람, 긍정적인 사람, 그릇이 큰 사람 등의 대답이 나왔다. 나는 리트리버처럼 경계심이 낮은 사람을 뽑았는데, 나 스스로 그런 인간이 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열을 결정짓는 원리는 성별에 따라 다르다. 수놈 사이에서는 연합이 우열을 결정한다. 수놈이 암놈에 비해 우위에 있는 것은 주로 육체적 우월성에 기인한다. 한편, 암놈끼리의 서열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보다도 ‘성격’과 ‘나이’다. p.270




아른험 침팬지 집단에 속한 암놈들의 서열은 위로부터의 위협과 과시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아래로부터의 존경에 바탕을 둔 것처럼 여겨진다. 암놈들은 좀처럼 자기 과시를 하지 않으며, 자발적인 ‘인사’가 수놈들 사이에서는 13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암놈들은 54퍼센트에 달한다. p.271




암놈들은 수놈들이 힘으로는 획득할 수 없는 것들, 예컨대 성적⸳정치적 호의, 성질을 죽일 수 있게 도와주는 침묵의 정책 등을 제공할 수 있다. p.272



하지만, 다른 놈들을 밀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지 따져보면 두목은 마마입니다. p.273




<침팬지 폴리틱스>를 통해 정치가 인간만의 영역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수컷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침팬지 사회에서 질서가 어떤 식으로 유지되는지, 수컷들의 서열 관계와 수컷 우두머리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아보았다. 정치는 더 이상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우리에게 정치의 기원이 인간의 기원보다 더 오래되었음을 입증했다.

조금 있으면 선거다. 이번에는 침팬지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줄 때라고 본다.


권력의 균형은 매일매일 시험되며, 만일 그것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도전이 일어나고 새로운 균형이 찾아올 것이다. 결국 침팬지들의 정치도 건설적이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로 분류되는 것을 명예롭게 여겨야만 한다.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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