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일 만에 결혼하기 프로젝트
인간관계의 재정립
청첩장 모임은 결혼 준비 중에 가장 감정소모가 심했다. 어느 범위의 친구들까지 청첩장을 줘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가장 고민되는 경우가 나는 과거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을 했지만 서서히 연락이 끊겨 왕래가 없어진 경우였다. 이 참에 연락해서 서로 소식을 업데이트하며 우정이 되살아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너무 오랜만에 선뜻 연락을 하는 게 주저됐다. 나의 고객인 회원님들에게도 청첩장을 드리는 것이 고민되었다. 부담을 드리는 것 같기도 하면서 동시에 안 드리면 서운해할까 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헷갈렸다.
가까운 지인들 중 겹치는 지인이 많지 않아 한 명씩 따로 봐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무척 부담이 됐다. 예비신부에게 청첩장 모임이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금전적으로 얼마나 에너지 소모가 심한 것인지 처음 깨닫게 되었다. 과거에 청첩장 모임 없이 모바일 청첩장만 보내는 친구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꼈었는데 막상 내 차례가 되니 그 친구들의 입장이 이해가 됐다. 반면에 결혼 전에 나를 따로 불러서 청첩장 모임을 해준 친구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결혼 준비를 하면 바쁘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출이 정말 많은데 그럼에도 시간을 내어 내게 밥을 사준 것이 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인지 알 것 같아 고마웠다.
내가 결혼식에 참석했던 친구들에게는 청첩장을 주자!
고민 끝에 내가 결혼식에 참석했던 친구들에게는 청첩장을 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말이다. 이 김에 다시 연결이 되어 반가운 얼굴 한번 더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본전 뽑으려고 오래간만에 연락했구나’라고 받아들이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무렴 어떤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그들의 몫이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축하받기는 좋아하고 돌려주는 거에는 인색한 인간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오랜만에 대학 동기에게 연락을 했다. 그 친구는 대학교 시절에 가깝게 지내던 무리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일찍이 결혼하고 육아를 하면서 싱글이었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며 서서히 멀어진 친구였다. 나는 그 친구에게 아주 가끔 안부 연락을 한 적이 있지만 그녀는 본인의 결혼 이후 내게 먼저 안부 연락을 한 적이 없었다. 결혼식 전에 그녀와 청첩장 모임을 갖는 것은 아무래도 시간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그렇다고 오랜만에 연락해서 모바일 청첩장만 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고민 끝에 결혼식이 끝나고 밥을 한 번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연락을 했다.
나: **야 오랜만이야. 잘 지내니?
대학동기: 오 ** 오랜만이다.
나: 내가 결혼하게 됐어. 갑작스럽게 진행이 되고 있어서 미리 모바일로 소식을 전할게. (문자와 함께 모바일 청첩장을 같이 보냈다.)
대학동기: 어머 결혼하는구나! 진짜 축하해!!
나: 고마워! 밥이라도 먹으면서 근황 이야기하면서 청첩장 전달을 해야 되는데 워낙 급하게 진행이 되는 거라 요즘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이렇게 전달하는 거 양해부탁해.
대학동기: 그러게 그래도 알려줘서 고마워! 준비 잘하고.
나: 고맙긴 당연하지! 종종 생각났어. 혹시 올 수 있어? 온다고 하면 자리 마련해 놓을게. 스몰웨딩이라 인원을 미리 알아둬야 하거든.
대학동기: (문자를 읽고 답 없음)
답변이 오면 결혼식 끝나고 밥을 한번 사겠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기분이 무척 나빴다. 못 간다 정도의 답변은 보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아예 답이 없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었다. 10여 년 전 호텔에서 결혼한 그 친구의 결혼식에 축의금을 꽤 많이 냈었다. 당시 내 형편에 비해 말이다. 예전부터 이기적인 성격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오랜만에 연락해도 그렇지 이 정도의 비매너 리액션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불쾌했다. 이 친구가 가장 기분 나쁜 케이스였다.
전 직장 동기들에게 청첩장을 돌리면서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동기 단톡방에서 청첩장 모임 날짜와 장소를 잡는데 한 명이 자신의 딸 키즈카페에서 내 청첩장 모임을 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와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데 무려 본인의 동네에 있는 키즈카페에서 하라니 굉장히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몇몇 동기들의 반응도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그 단톡방에 있는 모든 동기들의 결혼식에 참석을 했었다. 대부분 7-8년 전 정도로 아주 오래전이었다. 결혼을 늦게 하다 보니 불리한 것 같아 속상했다. 본인들은 과거에 축하받을 거 다 받았고 지금은 육아하느라 정신없으니 나 몰라라 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런 반응이라면 동기들과 청첩장 모임을 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경사스러운 일을 앞두고 굳이 단톡방 분위기를 내가 안 좋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참았다.
생각지 못한 고마운 사람들
반면 기대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감동을 주는 분들도 많았다. 가장 큰 감동을 준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나의 고객인 회원님들이었다.
부담을 드리는 것 같아 회원님들에게는 청첩장을 드릴 생각을 못했다. 알고 보니 오히려 청첩장을 받기를 기다리거나 청첩장을 안 드려서 오히려 서운해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회원님들 대부분 내게 청첩장을 받지 않으셨는데도 불구하고 선뜻 축의금이나 선물을 챙겨주셨다. 심지어 내 결혼식에 참석해도 되는지 물어보시고 직접 오셔서 축하해 주신 분들도 계셨다. 고객에게 항상 드릴 생각은 했어도 무언가 받을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는데 생각지 못한 분들의 축하를 받으니 감동이 배로 느껴졌다. 새삼 감사한 귀인들이 가까운 나의 일상 속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음이 따뜻해지며 더 좋은 수업과 서비스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주의인 나는 후회 없이 최선을 다 하고 싶었다. 숨 쉴틈도 없는 바쁜 스케줄이었음에도 앞으로 평생 연락하고 지내고 싶은 친구들에게는 청첩장 모임을 강행했다. 겹지인이 없어 한 명 한 명 따로 시간을 내어 모두 만나야 했다. 시간적으로 금전적으로 무척 부담스러웠지만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들 대부분 자신의 결혼식 전에 나에게 청첩장 모임을 해줬기 때문에 나도 감사함을 잊지 않고 꼭 대접을 해주고 싶었다. 대소사를 치르면 내 사람이 정리가 된다고 하는데 나 역시도 그랬다. 결혼식을 진행하면서 불필요한 인간관계는 정리가 되었다. 반면에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다시 보이면서 그분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