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쏙 드는 웨딩드레스 고르기

99일만에 결혼하기 프로젝트

by 자몽까는언니
웨딩드레스 예산 200만 원으로 잡았다가
본식 2부 드레스 퍼스트 비용만 200만 원이 들다.


언니 나는 드레스에 돈 많이 쓰는 행동은 정말 어리석은 것 같아. 추가비용까지 내면서 신상 드레스는 대체 왜 고르는 거야?


불과 며칠 전 친한 언니와의 통화에서 내가 했던 말이다. 하객 입장에서 보는 드레스는 다 거기서 거기라며 드레스에 돈 쓰는 게 제일 아깝다고 생각해 왔다. 뭐든지 내가 직접 해보기 전에는 말을 함부로 뱉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결혼을 준비하면서 절실하게 깨달았다. 막상 드레스를 입어보니 내 안에 내가 아닌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더 비싼 드레스를 고르고 있었다.



결혼 3주 전

결혼 3주 전에 본식 드레스와 베일을 고르러 예랑이와 함께 드레스샵을 방문했다. 얼마 전 촬영용 웨딩드레스를 몇 벌 입어봤다고 예전과는 다르게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다. 본식 드레스는 촬영용 드레스보다 훨씬 예뻤다. 각 드레스를 입을 때마다 해당 드레스를 만든 디자이너의 브랜드 철학과 어떤 컨셉의 결혼식에 어울리는지 설명을 해주셔서 입어보는 내내 재미가 쏠쏠했다. 본식용 드레스는 입어보는 것마다 모두 예뻐서 거울을 보는 내내 공주놀이를 하는 것 마냥 즐거웠다. 어떤 것을 고를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드레스를 계속 보다 보니 처음에는 클래식한 스타일에 끌리다가 점점 새로운 디자인에 눈길이 갔다. 그렇지만 한 번뿐인 결혼식에 독특한 것을 입고 싶지는 않았다. 뭐든지 결국에는 클래식이 진리 아니던가.

다양한 스타일들 중 클래식한 A라인 실루엣의 튜브탑 드레스를 1부 본식 드레스로 최종선택했다. 이전에 단 한 번 대여가 나간 모델이었다. 상태가 새것처럼 좋은데 심지어 퍼스트가 아니어서 추가 비용을 낼 필요도 없었다. 드레스와 세트인 베일은 곧 한국으로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베일은 내가 퍼스트로 사용하는 거였다. 추가금액 없이 말이다. 정말 하늘이 나의 결혼을 돕는 것이 분명했다.

본식 드레스
본식 드레스와 세트 베일

드레스를 입는 내내 예랑이가 사진을 찍어주었다. 나중에 탈의실에서 피팅을 해주는 직원분이 우리 예랑이 만큼 호응 잘해주는 분 없다고 귀띔해 주었셨다. 어떻게 만났는지 물어보고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생각해도 이 사람만한 남자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며 점점 더 예비 신랑에 대한 확신의 감정이 들었다. 그렇게 1부 본식 드레스는 큰 고민 없이 금방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1부 본식 드레스를 고르고 2부 드레스를 고를 차례가 왔다. 착용해 본 2부 드레스들은 모두 예뻤지만 ‘이거다!‘싶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드는 것은 없었다. 2부 드레스는 핑크색 컬러에 세련된 디자인으로 고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지만 앞에 본식 드레스를 많이 입어봐서 2부 드레스를 더 보여 달라고 하기가 민망했다. 본식 드레스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쓴 것 같아 후회되었다.

2부 드레스 후보군들

우리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숍에서는 1부 드레스에서 탈락된 스타일을 2부에서 입는 것을 추천해 주셨다. 본식 드레스들 중에 고가 라인의 브랜드가 꽤 있어서 괜찮은 제안처럼 느껴졌지만, 1부와 2부 모두 흰색 드레스를 입고 싶지는 않았다. 2부 드레스는 컬러감이 있는 특별한 스타일을 입고 싶었다.

숍에 있는 실장님과 직원들이 우리가 빨리 결정을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분위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샵에서 나오기 직전까지 무척 고민을 하다가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가장 무난한 드레스로 결정을 내렸다.

고민 끝에 고른 2부 드레스

사실 내가 픽한 2부 드레스도 자체로는 무척 예뻤지만, 위에 언급하다시피 2부 드레스는 무채색이 아닌 꼭 컬러가 있는 드레스를 입고 싶었기에 마음이 찝찝했다. 게다가 드레스의 핏이 나의 체형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지 않아 속상했다.


본식 드레스는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른 것에 비해 2부 드레스는 아쉬움이 컸다. 아무리 생각해도 2부 역시 마음에 쏙 드는 것을 고르고 싶었다. 인생에서 단 한번뿐인 결혼식이고, 드레스 대여비도 만만치 않은데 내키지 않는 스타일을 억지로 고르고 싶지는 않았다. 민망함을 무릅쓰고 드레스 샵에 전화를 걸았다. 2부 드레스를 다시 고를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다행히 며칠 뒤에 액세서리를 고르러 숍으로 재방문하기로 예약돼있었는데 같은 날 새로운 디자인의 드레스를 추가로 몇 벌 입어보기로 했다.


결혼 5일 전 마지막 드레스 숍 방문

이번에는 예랑이와 친정엄마와 셋이서 함께 드레스 숍을 방문했다. 아무래도 후회 없는 최종 선택을 위해 엄마의 의견도 반영을 하고 싶었다. 2부 드레스를 포함해서 헤어핀, 귀걸이, 그리고 구두를 골라야 했다.

헤어 장식은 최대한 화려하게 하고 싶었다. 몇 가지 스타일의 헤어핀을 머리에 해봤는데 생각보다 화려한 게 없었다. 결국 나의 의견을 반영하여 실장님께서 핀 여러 개를 이어 붙여서 가능한 가장 화려한 스타일로 연출해 주셨다.

본식 용 헤어 핀 고르고 있는 모습

헤어핀이 워낙 화려했기 때문에 귀걸이는 심플한 스타일을 선택했다. 그다음은 구두를 골라야 했는데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지 않아 아쉬웠다. 내 발사이즈에 맞는 구두는 딱 두 켤레뿐이었는데 하나는 앞코가 둥근 통굽에 15-16cm 높이였고 나머지 하나는 앞코가 뾰족한데 하이힐 스타일에 9cm 높이의 구두였다. 예랑이의 키가 크기도 하고 드레스의 기장이 매우 길기 때문에 굽이 높을수록 드레스가 예뻐 보였다. 최대한 높은 굽을 신고 싶었는데 통굽을 신자니 앞코가 둥글고 투박했고 하이힐을 신자니 오래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불편했으며 내가 원하는 만큼의 높은 굽도 아니었다. 오래 서있으려면 어쩔 수 없이 앞 코가 둥근 통굽을 선택해야 되었다. 걸을 때 은근히 구두가 잘 보이는데 드레스와 동떨어지는 귀여운 느낌의 통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본식을 코 앞에 두고 액세서리를 고른 것이 무척 아쉬웠다. 이렇게 구두에서 선택지가 없는 줄 알았다면 미리 웨딩슈즈를 구매했을 텐데 말이다.


1부 액세서리를 고르며 지쳐서 체력이 떨어졌지만 2부 드레스와 액세서리들을 골라야 했다. 지난번에 보지 못한 핑크 드레스들이 몇 벌 보였다. 2부 때에는 꼭 핑크색을 입고 싶었기 때문에 샵에 있는 핑크색 드레스를 모두 입어보았다.

그렇게 드레스들을 입어보던 중 정말 마음에 쏙 드는 핑크 드레스를 발견했다. 내 몸의 강점인 허리와 골반을 부각해 주면서 고급스럽고 여성스러운 핑크색 실크 드레스였다.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해당 숍의 시그니처 브랜드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 드레스는 내 거였다.

문제는 이 드레스는 이전에 한 번도 대여가 나간 적이 없는 ‘퍼스트’였으며 추가금액만 무려 200만 원이었다. 안 그래도 이미 드레스 비용에 꽤 많은 비용을 지출했는데, 추가로 거금을 내면서 굳이 2부에서 퍼스트를 입어야만 하는지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심지어 해당 드레스를 처음 입어본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길어봐야 1시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그것도 단 1번만 입는 드레스였다. 몇 분만에 끝날 순간을 위해서 추가비용을 그렇게나 많이 내야 되나 싶었지만 반면에 이 드레스가 몹시 입고 싶었다. 영원히 내 기억과 사진으로 남을 아름다운 순간이 그려졌다.

2부 드레스

예비 신랑은 고민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이거 내가 내줄게. 너 입고 싶은 거 입자.’ 나는 극구 사양했지만 그는 걱정 말고 입으라고 웃으며 말해주었다. 정말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에게 앞으로 평생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겠다고 다짐했다.

2부 드레스에 어울리는 귀걸이와 구두는 큰 고민 없이 금방 정했다. 1부 본식 구두는 결국 내 사이즈 보다 한 치수 큰 사이즈 중에 가장 괜찮은 스타일로 골라서 최종적으로 모두 마음에 드는 것으로 예약을 걸었다.


조금은 까탈스럽게 비치더라도 내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고르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본식 당일날 입을 것을 생각하면 무척 설렜다.

keyword
이전 26화청첩장 모임, 인간관계의 재정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