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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솜사탕 Aug 27. 2022

전원주택을 계약하다 1

끝날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다

'아파트 매수 계약했다고 하지 않았나??

다시 전원주택을 계약했다고??'


이전 글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의아하실 수도 있겠다.

이렇게 된 이유를 이 글에서 써 보려고 한다.



강릉 한 달 살이를 마칠 때쯤 후다닥 아파트를 매수하고 계약까지 마쳤다. 당장 옮겨가는 것은 무리이니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1년 후에 이사를 하기로 하였다. 그로부터 10개월쯤 지나 강릉으로의 이사가 2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집을 계약할 때와는 우리 가족의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원래 지방 이주를 생각할 때는 현지에서 개원을 하는 것도 염두에 두었었다. 지방에서 새로운 일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고, 아무래도 수도권보다는 경쟁이 덜 치열할 테니 조금 수월하게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릉으로 오기 전 일을 쉬는 동안, 나는 아얘 치과의사 일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혀버렸다.



집을 구할 당시만 해도 출퇴근을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었기에, 아이 혼자 도보로 등교가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이 아주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 백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으니, 꼭 집과 학교가 인접할 필요가 없어졌다. 매일 픽업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이므로. (물론 이것도 보통 일은 아니지만... 이미 어린이집 4년을 그렇게 등 하원 시켰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부담이 아니었다.)


이 집은 아닙니다^^;;


로망을 실현시켜 볼까


나에게는 오랜 로망이 있었다. 하늘 보고 땅을 밟고 사는 것. 


제주도에 갔을 때 단독주택 형태의 숙소에 머무르면서 '그래 이게 사람이 사는 거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기억을 잊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의 시내권에서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려고 하면 꽤 많은 비용이 든다.  게다가 남편도 나도, 사십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아왔고, 둘 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편이 아니라서 마음이 있어도 실행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 우리에게 주변에 주택에 살고 있는 분들이 '무턱대고 주택을 사지 말고, 짓지 말고, 그전에 꼭 전세나 월세로 한번 살아봐라.'는 충고를 많이 해주었다.



그런데 이사 준비를 슬슬 시작하려던 어느 날, 번뜩 생각이 떠올랐다. 아이가 도보로 등하교를 할 필요가 없어졌고, 내가 출퇴근을 하지 않으니, 그렇다면...

이번에 주택에 한번 살아볼까??
아이가 어린 지금이 주택에 살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떠올린 시나리오는 이러했다.


우리가 살려고 매수했던 집에 세입자를 구해서, 전세금을 받는다.

우리는 그 돈으로 단독주택을 전세로 얻어서 살아본다.



번거로움을 감수한다면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시나리오였다. 문제는 이사를 두 달 앞둔 시점이라는 것이었다. 이미 우리가 당시 살고 있던 집에 들어올 새 세입자는 정해졌고, 이삿날도 확정한 시점이었다. 지금 와서 단독주택을 구할 수 있을까?



일단은 시도해보자


지금 망설이면, 앞으로 언제 기회가 올지 몰랐다. 아이가 조금만 더 커도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을 테니.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다. 시간이 빠듯하긴 하지만, 정 적당한 곳을 구하지 못하면 그냥 원래 가려던 집으로 들어가면 되니까.



일단 강릉에서 부동산을 거래할 때 많이 활용한다는 '교차로'사이트와, 네이버 부동산에서 물건들을 찾아보았다. 주택의 경우 매매 물건은 많은데, 전세 월세 물건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나마도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집은 거의 없었다.



우리가 원했던 첫 번째 조건은 단독 세대일 것(주택은 주인은 2층에 거주하며, 1층을 세 주는 형태가 많았다), 두 번째는  마당이 있을 것이었다. 이 조건 만으로도 많은 집이 걸러졌다. 그러니까 선택의 여지는 거의 없었다. 이 몇 안 되는 물건들 중에서 반드시 우리의 로망을 실현할 곳을 찾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주말마다 경기도와 강릉을 오가면서 물건을 보았다.



막상 가서 보니 주택에 한번 살아본 적도 없는 '주린이들'이 뭣도 모르고 주택을 구하겠다고 뛰어든 것이었다. 아파트를 구할 때는 구조가 거의 정형화되어 있고, 집값도 현재 거래되는 가격을 쉽게 볼 수 있으므로 선택에 어려움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주택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위치, 주변 인프라, 이웃과의 거리, 집 크기와 구조, 채광, 내부 상태, 마당이나 텃밭 유무, 담이나 울타리의 형태, 가격이 말 그대로 천. 차. 만. 별.이었다. 집이 100개면 100개가 다 달랐다. 그러니까 집을 많이 보면 많이 볼수록 더 내 취향에 맞는 집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물건이 있다 하면 조금 조건이 맞지 않아 보여도 마다하지 않고 집을 보러 달려갔다.



그러나 딱히 '이 집이다!' 하는 느낌이 오는 집은 없었다. 대부분은 그 비슷한 느낌조차 받지 못했다. 어떤 집은 시내라서 괜찮을 것 같았는데 막상 가보니 큰 도로 옆 횡~한 벌판에 덩그러니 딱 한 집만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가격이 괜찮아서 가보면 집 안에 햇빛 한 조각 안 들어오는 집도 있었고, 집 안은 리모델링이 되어서 너무 좋은데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 담 넘고 들어오기는 식은 죽 먹기 일 것 같은 집도 있었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따져대다 보니 별 수확 없이 시간은 지나가고 있었다. 매일 사이트를 들여다보면서 초조하게 새 물건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이쯤에서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부동산 여기저기에 얘기를 해 두면 적당한 물건을 찾아줄 텐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그런데 결코 그렇지 않았다.



강릉은 부동산들이 물건을 거의 공유하지 않는다. 공동중개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자기 부동산에 갖고 있는 물건을 자기를 찾아온 손님에게 중개한다. 그러니 부동산마다 갖고 있는 물건이 상당히 한정적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동산들이 수도권처럼 적극적으로 물건을 알아봐 주고 찾으면 바로바로 전화해 주는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강릉 부동산 사장님들은 지금까지 접해본 수도권의 부동산들과는 달리 그렇게 열심히 영업을 하지 않았다. 별 뾰족한 수 없이 내 손품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혹시...?


이삿날이 한 달가량 남았음에도 적당한 집은 찾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냥 매수한 집으로 들어가야겠다... 아쉽지만 거기도 좋으니까...'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즈음의 월요일 오후. 강릉 지역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주말에 보려고 갔다가 이미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여 못 보고 돌아온 집이 있었는데, 그 계약이 엎어졌다는 것이다. 전화 속 목소리는 집을 보러 오겠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지금은 강릉이 아니니 일단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혹시... 하는 기대감이 차올랐지만 애써 기대를 누그러뜨리려 애썼다. 무수한 사진을 보았지만 맘에 드는 집은 거의 없었으니까.



어...?


그런데 사진 속의 집이 괜찮아 보였다. 꼭 가서 보고 싶었다. 주말에 가서 보겠다고 했더니, 사장님 왈, 주말에 보는 건 가능한데 주택 전세는 워낙 귀해서 그때까지 물건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아... 이 집 꼭 한번 보고 싶은데...' 놓치면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결국 황급히 약속을 잡고, 다음날 아침 일찍 아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고는 강릉으로 혼자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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