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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솜사탕 Aug 31. 2022

전원주택을 계약하다. 2

마음에 드는 주택 전세 물건이 나왔다.

월요일 아침, 계약이 진행되다가 취소가 된 물건이 있으니 보겠냐는 전화를 받았다. 단층인데 다락방이 있고 마당이 있다고 했다. 부동산에서 보내 준 전세 물건의 사진을 보니 지은 지 얼마 안 된 목조주택이었다. 사진을 보니 사진은 사진일 뿐이겠지만...


어.. 마음에 들어!! 두근두근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혹시나 놓치기 아까운 집이면 어떻게 하지? 다른 사람이 보기 전에 봐야 하는데.'

다급한 마음이 들어 조금 무리이긴 했지만 화요일 아침, 아이를 일찍 등원을 시키고 혼자 강릉으로 향했다.



햇살이 좋은 겨울날 강릉을 향해 운전대를 잡고 달렸다. 마음속에는 기대감이 뭉게뭉게 가득 차 올랐다. 막상 가보면 사진과 많이 달라서 실망할 수 도 있고, 계약 조건이 안 맞을 수도 있으니... 설레발 치면 안돼...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마음이 들뜨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두 시간 넘게 달려서 고속도로가 끝나갈 무렵 도착지점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내비게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대관령에서 이어진 산줄기가 펼쳐져 있고, 밭들이 널려있는 모습이었다. 좁은 길로 진입하니 열 가구쯤 되는 목조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주택단지가 보였다. 주변에 집들이 있으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너무 외진 곳은 아니라는 뜻이니까. 



사진 속의 집


알려주신 주소 근처에 주차를 하고, 골목 안을 살펴보았다. 아 사진 속의 집이 저기구나. 울타리가 둘러서 쳐진 가운데 대문이 열려있고, 대문 안쪽으로는 주차장 겸 작은 마당이었다. 마당 안쪽으로 들어서니 현관이 있고 그 앞에 작은 데크가 있었다.(오!)


집은 한 변이 짧고 한 변이 긴 기역자 모양이었다. 현관문으로 들어가니 주방 겸 식탁을 놓은 공간이 있는 긴 거실이 있고, 기역자의 양쪽 끝으로 큰 방 두 개가 있는 구조였다. 집 앞면에서는 보이지 않았는데, 기역자가 꺾이는 부분 뒤쪽으로 데크가 하나 더 있었다. 그 데크 뒤로 뻥 뚫린 밭 뷰(^^;)가 펼쳐져 있었다. 아...


3월에 폭설 내린 날 뒷마당(?) , 뒷 밭 뷰

뿅♥ 여기서 이미 나의 마음은 정해졌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다락방이 있었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딱 그런 공간이었다.(죄송스럽게도 글이 집 자랑이 되어간다. 어차피 우리 집은 아니니 집 자랑을 해도 의미는 없다.. 또르르)  한번 슬쩍 둘러보고는... 부동산과 집주인 분께, "저희가... 하고 싶어요...!" 하고 말해버렸다.  


'읭?? 남편이랑 상의도 안 하고?' 

라고 머릿속으로는 생각했지만, 입으로는 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충동적인 사람이었나...



그러나 이사 날짜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가족, 집주인 가족, 그리고 이사가 줄줄이 맞물려 있는 세대들과 조율과 협의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최대한 이쪽저쪽에서 맞춰보기로 하고 일단 다시 경기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눈앞에 아른아른


이미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내 그 집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 집에서라면 나의 오랜 로망인 하늘을 보고, 땅을 밟으며 사는 삶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꼭, 살아보고 싶다.'


남편에게도 계약 의사를 표시했다고 얘기하니 갑작스러워하면서도 (본인은 보지도 못했으니.),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면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몇 번의 날짜 조율을 시도했으나, 여러 집의 이사가 맞물려 있었던지라 이삿날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궁여지책으로 우리가 주변에서 돈을 일시적으로 빌려서 중도금을 드리기로 했다. 그렇게 주인집에서 먼저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을 만들어 드리는 것으로 하여 가까스로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꿈에 그리던 우리의 첫 강릉 살이, 주택 살이가 실현되고 있었다.



(다음 글에서는 이사 과정에 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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