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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솜사탕 Sep 05. 2022

정말, 강릉으로 이사를 했다.

이게 과연 잘하는 짓일까?


운이 좋아서, 우리가 바라 왔던 대로 강릉 시내와 조금 떨어져 있는 시골에 위치한 전원주택의 전세 계약을 마쳤다. 계약을 하고는 마음에 드는 집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무척 설레고 들떴다. 강릉으로 이주를 하는 것보다, 그 집으로 이사하는 것이 훨씬 기다려질 정도였다. 그런데 점점 이사 날짜가 다가올수록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연고도 없는, 살아본 적도 없는 도시로 이사를 가는 것도 큰 변화였지만, 평생 아파트 생활을 하다가 주택으로 주거 형태를 바꾸는 것도 커다란 모험이었다.


사실 우리 부부는 주택 생활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음식물쓰레기는 어떻게 버리는지, 정화조라는 것을 청소해야 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건 언제 어떻게 하는 것인지, 부지런하지 않은 우리 부부가 마당 관리를 할 수 있을지...알 수 없는 것 투성이었고, 그런 것들이 떠오를 때 마다 섣불리 전원주택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겁 없이 뛰어들겠다고 나선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저 주택살이를 해보겠다고 편의 시설들이 잘 갖추어진 편안하고 안락한 아파트를 두고,  아이 학교도 학원도 없는 시골로 가는 불편함을 감수하겠다고 나선 것이었기 때문이다.


'막상 갔다가 불편하기만 하면 어떻게 하지?', '후회하는 것은 아닐까. 무리한 것은 아닐까.'


눈앞으로 닥쳐온  변화 앞에서, 나는 쫄아들었다. 나름 돌다리를 두드리고 두드려 내린 결정임에도, 가보지 않은 길로 가는 일이기에 걱정과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삿날을 코앞에 두고는 설렘보다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커졌다.




늘 벗어나고 싶어 하던 복잡하고 삭막한 도시를 떠날 날이 눈앞에 닥쳐오자 그제야 내 주위가 다르게 보였다.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땐 몇 발짝 걸어가서 시간을 보내던 집 앞 스타벅스도, 아이와 수시로 드나들던 단지 옆 시립도서관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온 가족의 옷을 사던 집 옆 아웃렛도 새삼스럽게 다시 보였다. 내가 이렇게 편리하던 곳에서 살았던가!! 내가 그동안 엄청나게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런데 내가 무슨 짓을  거지??' 그제야  모든 문명의 혜택을 버리고, 시골 한복판으로 간다 사실이 실감 났다. 편의점에 가려고 해도 차로 씽씽 달려서 5분은 걸리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    있을까??'



이사 당일,  날씨가 흐리고 꾸물꾸물했다.  친하게 지내던 아이 친구 엄마들은 새로운 시작을 축복해 주었다. 이제는 자주   없다는 아쉬움과, 용기를 내어 떠나는 것에 대한 부러움을 담은 인사들을 보냈다. 그러나  날씨 때문일까, 큰일을 치르기 전의 긴장감 때문일까, 나는 웃으며 작별의 인사를 나눌 수가 없었다.  



오늘 안에 먼 거리를 오가야 하니 이사업체에서는 일찍부터 상당히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이삿짐이 실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부동산과 관리사무소에서 자잘한 이사 관련한 업무들을 처리했다. 트럭이 먼저 떠나고 집은 완전히 비워졌다. 도배조차 하지 않고 살았던 낡고 오래된 집이었지만, 텅 빈 집의 현관문을 닫고 나오는 마음 한구석은 헛헛했다. 따로 점심을 먹을 여유는 없을 것 같아서, 김밥과 만두를 사서 차에 올랐다. 아, 우리 진짜 강릉으로 가는구나. 그제야 실감이 났다.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계획이 오늘, 현실이 되고 있었다.



두 시간이 넘게 달려와  낯선 집, 낯선 곳에 짐을 풀었다. 창 밖으로 커다란 나무와 가리는 것 없이 펼쳐진 하늘, 텅 비어있는 겨울의 들판이 보였다. 지난 40 평생을 옆 아파트 단지, 앞 동의 외벽 혹은 도로를 보면서 살아왔기에 이 집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이질적이고 비현실적이었다. 우리가 진짜 이런 곳에서 살게 되는 거야?? 어리둥절했다.



짐이 하나 둘 들어오고, 집안 살림들은 적당히 새 집에 맞는 자리를 찾았다. 이삿짐센터의 트럭이 돌아가고, 우리 가족만 남게 되었을 때는 걱정으로 어두웠던 마음이 어느새 안도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분명 우리의 세간으로 채워진 모습을 보면서 진짜 이 집이 우리 집 되었다는 것이 실감 났다. 이곳은 강릉이고, 이 집 위와 아래에 다른 집은 없었다.



그날 저녁, 이 집에서 걸어 다니는 것은 죄악이라며, 남편과 아들과 함께 온 집안을 마구 뛰어다녔다. 몸과 마음은 날아갈 듯 홀가분했다. 강릉으로의 이주를 준비했던 지난 1년간의 고민과 망설임을 모두 날리고, 이제는 정말로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집 안을 가득 채우고 싶었다.




-다음 글에서, <이주 후의 변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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