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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솜사탕 Sep 27. 2022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feat.다른 삶_곽미성


대학을 졸업하고 밥벌이를 하는 어른이 된 이후로 오래도록 다른 삶을 꿈꿨다. 그러나 생각만 해볼 뿐 그것은 불가능 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달리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일을 이제 와서 시작한들, 지금 있는 자리만큼 적은 시간으로 안정된 수입을 벌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결국 일을 그만두었지만, 그것도 자발적인 의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상사와의 갈등으로 더 이상 다니던 직장에 계속 출근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그곳을 그만두고 조금 쉬었다가 다른 곳에서 다시 일을 이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을 그만두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시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하지 않는 것이 훨씬 건강하고 행복했기 때문에,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것을 생각할 수 없었다.


뒤돌아보면 처음 일을 시작할 때부터 나는 그 일이 잘 맞지 않아서 힘들어했지만, 그 뒤로도 오랜 시간 동안 그저 참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 힘듦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도 몰랐다. 원래 일이란, 돈벌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을 그만두고 강릉으로 오면서 조금 다른 삶이 시작됐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몇 가지의 목표가 생겼다가도 사라졌지만, 프랑스에 미술 유학을 가보겠다는 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아주 멀리서나마 형형하게 빛을 내고 있다. 책 <다른 삶>의 저자가 살고 있는 곳 프랑스. 




이 책은 사전 정보 없이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그러나 ‘다른 삶’ 그리고 ‘프랑스’라는 두 가지 키워드만으로도 충분히 읽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었기에 표지를 보자마자 대출을 했다. 단숨에 읽었고, 다 읽고 나서는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저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삶의 조건들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고자 어린 나이에 프랑스로 향했고 20년 가까이 그곳에서 살고 있다. 대학, 취업, 결혼, 출산, 육아, 아파트, 승진… 우리에게 요구되는 ‘타인의 삶’이 아니라 ‘나의 삶’을 살기 위해 과감하게 변화를 택한 것이다. 


언뜻 보면 너무나 멋지고, 화려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이 책에서 절절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프랑스어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그곳에서 그는 그저 변방에서 온 ‘아시아 여성’일뿐이다. 그들의 세계에 속할 수 없는, 파티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다. 설령 모국인 한국보다, 그곳에서 더 오래 살아왔고 그 문화에 더 익숙해졌다고 하더라도. 프랑스에서 산다는 것은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영원한 이방인’임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다른 삶이란 '천상의 삶'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불안정, 불확실함을 견뎌야 함을, 그 선택으로 인해 더욱 치열하게 살아야 함을 의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그곳에서의 생활을 정리하지 않고, 편안한 가족과 모국어가 있는 우리나라로 돌아오지 않고 프랑스에서 계속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프랑스인과 결혼을 했으므로, 좋든 싫든 그곳에서 완전히 정착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방인으로서의 삶이 주는 고독과 고단함을 껴안으면서까지 그곳에서 계속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자유로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나라에 산다는 것은 중력을 거스르는 압도적인 자유이기도 하다. 누구도 나를 모른다는 것은, 비로소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p.84

우리 모두 한 번쯤은 꿈꾼다. 모든 중력에서 벗어나서 훨훨 자유롭게 나의 뜻대로 살아가는 삶을. 그러나 잘 알고 있다. 그런 건 없다는 것을.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가면 잠시 후 또 다른 중력이 생길 뿐이다. 저자에게 '아시아 여성'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처럼.


그러나 우리를 잡아당기는 수많은 힘들 중에 견디기 힘든 한두 가지 정도라도 끊어내면 각자의 삶은 꽤 달라지지 않을까. 안정된 직장이라는 끈을 떼어내고, 서울을 벗어난 후 나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다른 삶을 선택한 이후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그것은 자신을 찾아가는 고통이며, 그 끝에는 분명히 황홀감이 있으리라는 것이다. p.7



한발 내디딘 '조금 다른 삶'이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질 것을 꿈꾼다. 그것이 결코 꽃길은 아닐지라도, 안정과 안락을 벗어날 것을 꿈꾼다.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내린 선택들이 겹겹이 이어지면, 언젠가 생각하지 못한 곳에 도달하지 않을까. 그곳은 어디일지 궁금하다.



나는 아직도 파리의 강변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서늘하다.(중략) 돌아보면 빛나는 나이였던 그 시기에, 우리는 도대체 무얼 바라서 참고 참으며 살았나 싶어서.
그리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또한 먼 훗날의 나에게 빛났던 젊음일 것을. 내 마음은 지금 어떤가? 지금 무엇을 애써 외면하고 모르는 척하고 있는가.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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