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쉬는솜사탕 Dec 16. 2022

관계의 온도

단톡방의 빨간 숫자가 점점 커져간다

읽지 않은 메시지가 136개인 단톡방이 있다. 몇 년 전, 짧지만 강렬했던 며칠의 인연으로 15명이 들어있는 단톡방이 만들어졌다. 처음 톡방이 열렸을 때만 해도, 매일같이 시끌시끌했었다. 누군가의 한마디에 이모티콘이 와르르 올라왔었다. 지금은, 거의 아무 말도 올라오지 않는다. 이 모임에 애착을 갖고 있는 한두 사람이 주기적으로 이모티콘을 올릴 뿐이다. 그러나 나는 읽지 않는다.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몸에서 멀어진 만큼 마음에서도 서서히 멀어졌다. 한 사람씩 입을 닫기 시작했다. 나도 작년까지는 말을 보탰었지만, 얼마 전부터는 '굳이 그 방에 들어가 있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을 나올까...' 도 생각해 봤지만, 전체 인원이 한 명도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보아, 다들 마음은 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나도 정적 가운데에 '솜사탕 님이 나갔습니다'라는 문장을 띄울 용기는 없었다. 그저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이모티콘과 이어지지 않는 대화를 못 본척하고 있다. 빨간 숫자가 점점 커져간다.



사람과의 관계는 시작하는 것보다, 지속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어떤 계기로든 점이 찍어진다. 그 점이 가는 선에서 제법 굵은 선이 될 때까지는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학교를 졸업했다든지, 이사를 갔다든지, 모임이 흐지부지되었다든지 등등 함께할 계기가 사라지면, 그 선이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 아쉬움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우리 꼭 자주 보자고 다짐도 하지만, 그 애틋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선이 가늘어지다 못해 아예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각자 살기에 바쁘고, 관심사는 달라지기 마련이니, 시간이 지나면서 소원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얼마 전, "우리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얼굴 보자"라는 누군가의 말이 가슴께에서 얹힌 건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내 마음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 않다는 뜻이었다. 반대로 어떤 모임에서는 아직 애를 쓰고 있다. 다른 이들이 조금씩 등을 보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 모습이 서운하기도 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야 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의 온도가 내려가는 속도는 조금씩 달랐다.



이제는 관계의 온도란 치솟았다가도 서서히 떨어지는 것임을 안다. 어떤 인연에서도 요란스러울 것이 없다는 것을 배웠다. 굳이 붙잡으려 애쓰지 않고, 멀어지는 모습을 원망 어린 눈빛으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 


나도 여러 번 먼저 등을 보였으므로.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속도대로 살아가고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