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nd.
오늘은 어제 공지한데로, 현 정부의 對일본 외교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현 정부의 임기가 시작한 2013년 1월부터 1여년 동안은 별 일은 없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자국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고 있던 상황이고, 소위 말하는 막말도 서슴치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과 섣불리 대화하겠다고 나섰다가는 여론의 역풍만 맞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였습니다.
소위 불통정책을 펼친 것입니다.
현 정부의 최대 문제점이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비판할 여지도 있었지만, 이 당시에 현 정부가 펼친 일본과의 불통은 제 개인 의견으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1년 동안은요.
현 정부의 1년차인만큼 아직 우리나라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고, 그것을 일본을 매도해 우리나라 내부의 의견들을 하나로 합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국정동력'을 강화하기에 좋은 소재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2014년에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왜냐하면 일본이 지속해서 도발하는 발언을 해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일본 주한공사를 불러 항의하는 수준에서 그쳤고, 무엇보다도 독도 예산조차 경제 살리기를 위해 투입한다는 명목으로 대폭 삭감하였던 것입니다.
게다가 어제 포스팅에서 말했다시피, 외교의 핵심 중 하나는 "두루두루 친하게 지낸다"입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중국에게만 적극적으로 다가갔고, 일본이나 미국에게는 냉대하였습니다.
1년차인 2013년에는 현 정부의 외교정책의 행보에 대해 잘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2014년이 되어서야 애당초 일본에 대한 외교전략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지금은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우리나라의 제품생산에 필요한 대부분의 부품과 같은 중간재들은 대부분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만큼 일본과의 경제적 관계는 뗄레야 뗄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일본은 '아베노믹스'라는, 양적완화(Quantity easing policy)를 펼치면서 경제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반대로 일본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외교활동을 펼치면서 일본의 양적완화로 인한 피해를 줄일 필요가 있었는데, 그것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가 2014년 일본 총리 역사상 최초로 미국 상하원 연설과 함께 미국방문의 최대 성과를 내버린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왜 문제였느냐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에서 적었다시피, 우리나라의 현정부는 취임 초부터 중국에게만 다가가고, 미국과 일본을 냉대하였었는데요.
상황이 이렇게 되버리니 미국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 대한 불신, 불만이 쌓여가서 한-미동맹 간에 틈이 벌어졌습니다.
일본은 그 틈을 치고 들어가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해버린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 때와서야 비로소 "아차"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일본한테 제대로 한소리 낼 수 있었던 미국이 일본과 더욱 친해짐에 따라 우리나라가 그동안 주장해오던 "망언을 일삼는 일본과의 대화는 없다"라는 선언은 명분에다가 지속하기도 힘든 상황까지 가버린 것입니다.
이 상황일수록 우리나라는 정신을 차리고 현 상황을 제대로 점검했어야 했으나, 그것을 하지 않고 중국과 일본, 미국과 두루 친해져 한국이 주도적으로 동아시아 외교를 주도하겠다는 말도 안되는 투트랙 전략을 펼쳤습니다.
제가 싫어서 이러는게 아니라 진짜 이 상황에서 투트랙 전략을 펼치는 것은 바보짓이었습니다.
이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우리나라를 더욱 얕잡아보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확실하게 자기 편에 섰다고 판단한 아베 신조 내각은 우리나라가 자신들에게 숙이고 들어왔다고 판단하고, 거기에 따라 외교전략행보를 보이면서 우리나라 외교가 일본에 종속당하는 처지가 되버렸습니다.
결국, 미국에 대해 직접 외교행보를 통해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또 사고를 칩니다.
2015년 12월에 추진된 위안부 협상이 그것입니다.
일본이 10억엔을 이용해 제단을 세워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배상을 하는 셈치고, 위안부 이야기가 앞으로도 나올 수 없도록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이것이 위안부 할머니들과 소통을 하고, 설득을 해서 나온 결과물이었다면 수긍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당사자들에게는 한마디도 안했습니다.
협상이 타결되고 나서야 할머니들에게 알려버린 것입니다.
당시 저도 뉴스로 이 소식을 접했는데, 어이가 없었습니다.
위안부문제는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를 떠나 앞으로도 일본에게 족쇄를 채울 수 있도록 하는 외교적카드로 계속 사용할 수 있었고, 굳이 그걸 안하더라도 일본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는데 왜 그렇게 졸속적으로 처리했냐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는 한마디도 안하고, 10억엔으로 된다고 할머니들에게 통보하는 것은 정말이지 이해가 안되는 행위였습니다.
더 문제는 일본이 위안부 합의내용을 뒤집고 있는데에도 우리나라는 합의내용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위안부 문제 심포지엄에서 기조 연설에 나선 교수를 막기도 하고, 정부가 지원해 온 각종 위안부 연구와 관련된 자료도 파기했고, 2014년부터 외교통상부와 여성가족부가 함께 추진한 위안부 백서도 사장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위안부 문제 국제 홍보사업은 물론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생활비 지원까지 끊었습니다.
그리고 위안부 협상 타결로, 미국의 Barack Obama 대통령이 일본의 히로시마를 방문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기여하였습니다.
히로시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투하된 장소입니다.
Barack Obama가 거기에 방문한다는 것은, 아베 신조 일본 정권에 있어서는 "드디어 우리는 미국의 사과를 받아내었다"라는 대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들이 뜻하는 바는 간단했습니다.
더 이상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외교관계에서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상황이 되버린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자원확보문제"였습니다.
최근 제주 해역에서 잡히는 30kg가 넘는 참다랑어들을 조업하였으나,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조업과 수출길 모두 막혀버린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는 2002~2004년까지 3년간의 어획량으로 참다랑어 쿼터를 정하는데, 당시 우리나라는 상품성이 좋은 30kg이상의 어류의 어획량이 없다고 신고해 30kg이상 참다랑어 어획쿼터가 없었습니다.
일본은 그것을 물고 늘어졌고, 우리나라는 그것을 수용해 우리나라 어민들에게 30kg이상의 참다랑어 조업을 금지한 것입니다.
12년전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12년도 넘은 기준을 뒤엎는 것은 일반 국가들이 협상을 하거나 하면 해결 가능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외교역량은 이미 바닥을 치고 있던 상황이고, 일본의 요구를 거부할 능력도 없었던 것입니다.
2016년에 들어와 개성공단 폐쇄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하대받은 상황까지 연출되어 더이상 일본과 대등한 외교를 펼치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며칠 전 핵폭탄 급 협정을 일본과 다시 맺게 됩니다.
바로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입니다.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은 원래 2012년 6월 29일에 체결될 예정이었으나, 국민들의 반대와 당시 MB정부의 레임덕으로 잠정적으로 연기되었다가 올해 2016년 11월 23일에 체결된 것입니다.
먼저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 얘기하겠습니다.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은 어디까지나 북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군사기밀 전부를 내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일본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한다는 것이나, 북한과의 전쟁 시 자위대가 한반도 내에 주둔한다는 것, 일본에 대한 군사적 종속화 등은 사실 무근입니다.
그리고 해상자위대가 한국 영해 연안에 접근할 권리를 갖게되던가하는 것도 이 이전부터 친선방문이나 훈련 등의 이유로 이미 행해지고 있었던 것으로서, 이번 협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또한 이 협정은 1년, 그 후에 갱신하거나 중단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일종의 통화스와핑이랑 비슷하다는 것이죠.
무엇보다도 이러한 형태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미국,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이스라엘, UAE, 우크라이나, 스페인, 호주, 영국, 스웨덴, 폴란드, 불가리아, 인도네이사, 말레이시아, NATO 등 24개 국가와 국제기구와 이미 체결한 상태입니다.
일본 역시 이미 미국, 프랑스, NATO 등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즉, 이 협정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정보교환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졸속협상입니다.
뉴스를 수시로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박근혜 씨가 이 얘기를 꺼낸 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였습니다.
지지율은 5%로, 역대 최저를 찍고 있었구요.
애당초 박근혜 씨는 대통령이라고 할 수 없는, 직무정지상태까지 왔다는 것입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것을 갑자기 강행하였고, 불과 10일 만에 가서명까지 하였습니다.
처음엔 미국과 일본의 압박때문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지지율이 불과 5%까지 떨어지면서, 미국과 일본은 애당초 현 정권을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국민들의 촛불시위를 보면서 좀 미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구요.
무엇보다도 일본 정부 측에서 "한국 정부가 갑자기 협상을 강행하자고 전해왔다"라고 하였습니다.
지지율이 5%임에도 불구하고, 이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국민들과 소통할 생각을 안하고, 일방적으로 협정을 강행한 것이 진짜로 이 협정이 욕먹고 있는 이유입니다.
두 번째, 우리가 몰랐던 조항 때문입니다.
이 조항 중 "일본자위대가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일본인) 보호를 위해 한반도에 발을 디딜 빌미를 줄 수 있는 상호군수협정(ACSA)"을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 말이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이 말 안에는 타국의 군대가 우리 땅을 밟을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공부하신 분들은 다 아실 것입니다.
'강화도조약', '제물포조약', '한성조약' 등과 비슷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 후에 우리나라는 1910년 '한일합방'사태까지 와버린 것이죠.
위 두 가지 문제점 때문에서라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2~3개월을 두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수정작업을 거쳤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현 정부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 협정을 체결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텐데.
여기까지가 현 정부의 對일본 외교현황이었습니다.
보시면 "긍정적인 내용은 없나?"라는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저도 정말 노력해서 찾아봤습니다.
정말 없었습니다.
애당초 외교전략 자체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낀 형국이기 때문에 싫든 좋든 주변 강국과 두루 친하게 지내야 합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일방적으로 중국과는 친하게 지내고, 정작 전통우방국인 미국에는 냉대하고, 일본과도 다른 부문에서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는데, 그것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 일본이 미국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고, 미국이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의 손을 들어줘버리게 만들어줬습니다.
그냥 우리나라는 이용당한 것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져버렸고, 외교기밀문서가 엉뚱한 일반인에게 유출되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더더욱 일본에 이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다음 편, [U.S.A]에서 미국 측과의 외교가 어떠하였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