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근잘근 씹어먹어봐야 우린 배운다. 철저히!!
2주동안 책 3권, 논문 5편을 읽었습니다.
오직 한 기업을 분석하고자 했기 때문이죠.
바로 도요타입니다.
출퇴근길에 읽어서 상당히 불편했던 감은 있었지만, 조사하면 할수록 도요타가 가진 잠재력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도요타는 현재 내수점유율이 줄어들어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 기아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오늘 제가 도요타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2009년 도요타 리콜 사건 이후, 도요타의 변화와 개혁입니다.
그리고 이 큰 주제를 바탕으로 [리더], [설계], [환경]으로 나누어 다룰 것 입니다.
원래 도요타 방식의 JIT(Just In Time) 생산방식도 다루고자 하였으나, 이미 2~30년 이상 유지된 생산방식이라서 그동안 많이 다루어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외하게 되었습니다.
도요타는 다들 아시다시피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 기업이자 일본 최대 기업입니다.
시가총액은 2016년 기준으로 무려 20조엔으로, 한화로 215조원입니다.
같은 시기 시가총액이 269조원이었던 삼성그룹에 비해서는 적은 액수이나, 수백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삼성그룹에 비해 도요타는 단일회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아시아 1위는 도요타입니다.
토요다 시키치가 창업한 토요다 자동방직기제작소가 모태로, 현재의 자동차생산 사업부는 1933년에 신설되었습니다.
이후 1937년 별도롤 법인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였습니다.
도요타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우게 된 것은 1970년대입니다.
당시 전 세계적인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덩치만 크지 연비가 별로였던 SUV(Sport Utility Vehicle)을 선호하던 미국인들은 세단자동차를 찾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미국인들이 발견한 자동차 브랜드가 바로 도요타 자동차였습니다.
가격도 싸고, 연비도 좋고, 오래 쓸 수 있으니 미국인 입장에서는 이만큼 좋은 자동차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기류를 타고 도요타 자동차는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도요타 리콜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에 드디어 도요타 자동차는 세계 1위의 자동차회사가 됩니다.
도요타 리콜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요.
당시 한창 잘 나가던 도요타 자동차가 세계 1위를 달성하고 나서, 사고가 발생합니다.
2009년 8월 28일 일가족 넷을 태운 렉서스 ES350이 125마일(195km/h)의 속도로 질주하다 가드레일을 넘어 추락, 일가족 모두가 사망한 사건입니다.
이후 도요타는 계속 잘못을 부인했으나, 결국 잘못을 시인했고 1,000만 대 리콜을 선언합니다.
자동차산업 역사상 최대규모입니다!!
사실 위 사진에 나와있는 토요다 아키오 사장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도요타 리콜사태가 발생한 2009년에 취임했기 때문입니다.
사태가 발생하기 2달 전에 사장에 취임했고, 아직 도요타를 경영하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운이 없었다면 정말 없었던 거죠.
그 이후 토요다 아키오 사장은 본격적으로 도요타를 재건하기 시작합니다.
먼저 과거 도요타 자동차를 성공하게 만든 요인을 회복시킨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 도요타 자동차는 700만 대 수준이던 연간 생산 능력을 3년 만에 1,000만 대까지 늘리면서 당시 1위이던 GM을 누르고 세계 1위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습니다.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거액을 들여 자동화기기를 갖추고, 숙련이 덜 된 인력까지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첨단화를 추구한 것처럼 비춰지겠지만, 애당초 너무 무리한 목표를 세웠고, 너무 서둘렀습니다.
그 결과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300만 대에 달하는 생산 과잉이 발생하였는데요.
자동차는 대당 단가가 높기 때문에 몇십만 대의 재고만 발생해도 거액의 현금이 묶이고 자금 회전에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300만대나 재고로 남아버린 것입니다!!
거기다 리콜사태가 터진 것입니다!!
토요다 아키오 사장은 이 사태의 근본원인이 "지나친 물량 확대"때문이라고 생각했고, 해결책은 과거의 기본기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토요다 아키오 사장은 바로 개혁에 착수했습니다.
실례로, 도요타의 물량확대 전략이 극에 달했던 2007년 도요타 자동차 본사의 공장에서는 첨단, 자동화 장치만으로 가득차 있었으나, 2013년에 이 공장에서는 작고 아기자기한 공작기계를 사용해 일일이 손으로 만지고 확인하는 사람들'의 기본자세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당시 본사 공장에서 근무하던 미네 히로미치 씨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더 효율적인 자동화가 가능한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작업의 기본 원리를 익혀야만 합니다. 그걸 지키지 않으면 언젠가 문제가 터질 수 있으니까요."
기본을 지키지 않고 자동화 경쟁, 물량 경쟁에 나섰다가 참사를 겪었던 뼈아픈 과거에 대한 반성이 남긴 말이었습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드디어 도요타는 2009년 리콜사태 이전의 매출을 달성하는데 성공합니다.
불과 1년만인 2010년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함은 물론, 그 영업이익이 무려 1,800억엔(원화로 1조 8,000억원)을 기록하였습니다!!!
도요타의 괴력이 발휘된 것이죠.
하지만, 토요다 아키오 사장은 더 멀리 보고 있었습니다.
현장과 본사의 커뮤니케이션 실패, 관료주의적인 보고서 문화 등 구세대 악습을 타파해야 도요타 자동차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말이죠.
동시에 우수한 인재, 리더를 육성시켜놓지 않으면 도요타 자동차는 언제든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도 말이죠.
신체제의 핵심은 '컴퍼니제'였습니다.
'컴퍼니제'는 제가 지난번 [삼성, 안 망한다. 걱정마라.] (링크: https://brunch.co.kr/@zangt1227/50)에서도 다루었습니다.
그때 제가 상세하게 설명했었는데요.
바로 오늘 다루는 도요타 자동차가 조직개편을 위해 집중적으로 분석한 기업이 삼성전자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경제주간지인 <도요게이자이>는 '컴퍼니제'를 중심으로 한 도요타 자동차의 신체제 개편 이유를 이렇게 분석하였습니다.
"도요타 창업가문의 기업이념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운 젊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거대 기업을 이끌 수 있는 사장급 인재를 여러 명 육성하기 위해서 신체제 개편을 하게 되었다"
즉, 토요다 아키오 사장은 도요타 자동차가 앞으로도 성장하고 번창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리더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을 직시한 것입니다.
이 목적을 위해 '컴퍼니제'는 매우 중요하였습니다.
먼저 신체제 개편 이전의 도요타 자동차의 회사 내부 구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과거 도요타 자동차는 [기획,설계 파트], [생산기술 파트], [생산]으로 기능별로 부서를 구성하여 운영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형차 컴퍼니], [준, 대형차 컴퍼니], [상용차 컴퍼니]로 자동차 종류에 따라 부서, 다시 말해서 컴퍼니를 구성하여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각각의 제품 중심의 컴퍼니 산하에 기획, 생산기술, 생산공장 등이 배속되는 구조입니다.
도요타 자동차가 '컴퍼니제'를 사용한 이유는
조직이 개편되기 전과 개편되고 난 후를 비교해보겠습니다.
특정 차량개발 담당자가 아주 멋진 디자인에 획기적인 기능의 소형 스포츠카를 만들고 싶어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애초의 기획 의도와 제품 방향이 무너질 가능성이 큽니다.
기존의 조직에서는 기능 조직이 중요했고, 그만큼 힘이 있었기 대문입니다.
이 경우, 소형차 컴퍼니 사장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시장에 자신들이 내놓는 소형차가 더 인기를 얻고 더 많이 팔리는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과거 기능 조직의 본부장들의 고민과 소형차 컴퍼니 사장의 고민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기능조직 본부장들은 신형 스포츠카를 내놓는 것이 자기 본부에 이익인지 아닌지도 생각해야 하지만, 소형차 컴퍼니 사장은 도요타 전체 소형차의 인기를 높이고 판매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인지에만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에 소형차, 상용차, 중대형차 부서의 사장들은 '전장에 내보낼 리더', '전장에서 이기는 리더'가 되기 위한 시험대에 서게 됩니다.
동시에 인재의 성격 역시 바뀌게 됩니다.
과거 기능 조직에서 리더는 세계 시장에서 제품으로 승부하는 것보다는 조직의 이익을 보호하고 조직을 관리하는 것이 최우선의 역할이었습니다.
하지만 컴퍼니제에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각각의 컴퍼니 사장들은 자신이 맡은 제품군을 가지고 세계 시장에 나가 싸워야 합니다.
그러므로 전장으로 달려나가 싸워 이길 수 있는 중간 리더와 실무자들을 발굴하고 키우게 될 것입니다.
각 컴퍼니의 사장과 중간 리더들은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고, 나가 파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발탁할 것입니다.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도전하고 부딪쳐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을 원하게 될 것입니다.
도요타 자동차의 의도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긴장감과 효율, 규율이 좀더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회사의 미래를 망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컴퍼니끼리의 경쟁을 유발하고, 차기 도요타 자동차 CEO을 육성하도록 한 것입니다.
실제로 토요다 아키오 사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후계자는 절대 토요다 성을 가진 사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후계자는 도요타 내의 컴퍼니 사장들 중 한 명일 것임을 공식화한 것입니다.
실력있는 CEO를 찾기가 힘든만큼, 직원들로 하여금 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평가를 꼼꼼히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이 구조개편은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요타 자동차는 일본에서도 자료와 매뉴얼을 소중히 여기는 회사로 유명합니다.
지난 80년 역사에서 그들이 배운 것, 실패한 것, 개선한 것 등에 대해 기록하고 이를 후대에 전하는 것은 도요타 자동차의 중요한 업무였습니다.
그런데 회사 규모가 점점 커지고 매뉴얼이 쌓이면서, 매뉴얼의 내용을 보존하고 전하는 일 자체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거기다가 조직이 너무 세분화되고 관료화되면서, 매뉴얼 내용을 전체적으로 소화해 활용할 수 있는 사람도 줄어들었습니다.
회사가 너무 커져버리니 지나치게 세분화되었고, 동시에 사장단을 포함한 직원들이 회사 운영 전반을 운영하는 능력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2009년의 리콜 사태도 결국 매뉴얼에 의존하는 문화, 관료화된 조직 문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그 대처과정을 보면요.
그렇기 때문에 토요다 아키오 사장은 현재의 리더나 리더 후보들이 과거의 리더들처럼 초기 단계에서부터 회사 일 전반을 경험하면서 시스템을 파악하고 종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쌓아나가도록 조직체계를 뜯어 고친 것입니다.
컴퍼니의 사장은 과거 리더들처럼 모든 일을 들여다보고 조정하고 결정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컴퍼니 사장 아래에 있는 수많은 중간 리더와 직원들 역시 이전의 기능 조직 안에 있었을 때와 달리, 자신드링 직접 권한을 위임받아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도요타 자동차는 컴퍼니제를 통해 좀더 다양한 문제에 직접 부딪쳐 종합적인 문제해결능력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듦으로써,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이고 의지력 있는 리더들이 생겨날 확률을 높이고자 하였습니다.
회사가 곧 종합인재육성사관학교 역할도 수행하게 된 것입니다.
도요타 자동차의 신체제 개편에서 나타난 중요 특징 중 하나가 자동차를 직접 만들어본 사람을 중용했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인정받고 성장해온 인물들을 중심으로, 리더로서 비전을 보여주고 종합적 판단 능력을 갖춘 인물들을 대거 급부상시킨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수석 엔지니어 출신, 즉 자동차를 기획 단계부터 개발, 생산, 판매까지 모두 경험해본 이들이 핵심 임원에 많이 포진했습니다.
예로 들자면, 도요타 자동차의 미래창생센터는 본사 차원에서 외부와 제휴해 미래 기술이나 비즈니스를 창조하는 역할을 하는 곳인데요.
이곳 센터장을 맡은 가토 미쓰히사 부사장은 글로벌 준중형차 코롤라의 CE(수석 엔지니어)를 16년이나 맡았던, 도요타 자동차를 대표하는 현장통입니다.
코퍼레이트 전략부는 전사적 관점에서 조직 최적화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합니다.
이 부서를 책임지는 데라시 시게키 부사장은 도요타를 대표하는 대형 세단인 크라운의 CE였습니다.
도요타 자동차의 4개 완성차(소형,상용,중대형,렉서스) 컴퍼니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대형차 컴퍼니의 요시다 모리타카 사장은 도요타의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의 CE였습니다.
신체제의 핵심 리더들인 이들 3명은 자동차 만들기에서 가장 뛰어난 종합적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인재들을 중용했을까요?
현장에 강한 리더는 업무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특히 일의 '脈'을 정확히 꿰뚫어서 회사 구조를 더욱 최적화시키는데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도요타 본사 공장에서 근무하는 가와이 미쓰루 기술총책임자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작업자가 생산 과정을 장악하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엔지니어가 생산라인을 설계한다고 해도 결국 낭비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도요타 자동차의 최대 강점인 "원가절감"도 공장에서 실제 일해본 사람이라만 잘 할 수 있다는 거죠.
여기서 기술총책임자는 도요타 자동차 생산직의 최고위직으로, 전무급에 해당합니다.
도요타 자동차에서 전무는 한국 대기업의 부사장 정도에 해당할 만큼 높은 직급입니다.
놀라운 건 이 가와이 미쓰루 씨는 '고졸'이라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중,고졸 생산직 가운데 능력을 인정받아 중역까지 오른 인물들이 많습니다.
우린 여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생산직도 회사의 고위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직원에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이 점은 생산 현장의 최일선에서도 열심히만 하면 회사가 최고 대우를 해준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림으로써, 모든 생산직이 더 보람을 느끼고 일에 대한 동기를 스스로 부여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컴퍼니제'로 대표되는 도요타 자동차의 신체제 개편은 결코 한 순간에 나온 것이 아닙니다.
토요다 아키오 사장이 10여년 동안 오랫동안 고민해온 것을 펼친 것입니다.
훌륭한 직원을 육성하고, 그들 중 차기 CEO가 나와서 도요타 자동차의 발전을 이끌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위해선 우수한 평가기준 외에도 직원들이 자기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토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차기 CEO 후보군은 단순히 대졸출신 인사부나 재경부 직원만이 아닌 공장직원들, 영업직원 들도 모두 포함시킴으로써 직원들이 자기동기부여를 확실히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우리나라 기업들에서는 꿈도 못 꿀 일입니다.
하지만, 이 외에도 도요타에 대해 더 알아보아야 하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설계'입니다.
도요타가 '신체제'로 개편한 것은 모두 이 '설계'를 위해서입니다.
이 내용은 내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왜 다시 도요타인가], 최원석 著
-[THE TOYOTA WAY], Jeffrey K. Liker 著
-[삼성, 안 망한다. 걱정마라.], https://brunch.co.kr/@zangt1227/50
-Toyota Official website ppt
-[Analysis_of_toyota], Thembani Nkomo 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