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는 사랑을 믿지 않는(않는다고 믿는) 젊고 름다운 여자다.
알바를 하는 식당의 매출이 오르고 이미 유행 지난 곡도 일시적으로나마 순위를 오르게 되는
썸머는 그야말로 핫걸이다.
톰은 무엇인지도 모르는 운명을 믿는 순수한 청년이다.
영화 속 섬머와 톰은 누가 먼저인지는 정확치 않지만 서로 반하고 유혹하고 연애한다.
그들은 말도 안되는 농담을 하며 웃고 가구매장에서 신혼부부놀이를 하고 영화를 보고 열렬히 사랑한다.
세상 모든 연애가 그렇듯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연애는 세상의 거의 모든 연애가 그렇듯 끝나게 된다.
섬머와 이별을 한 후 톰은 괴로워한다. 폭음은 기본이고 집안의 접시를 모두 산산조각 내버리고 소개팅녀에게 전 여친 이야기만 늘어놓고 취해서 울고 불고. 매일 낮 매일 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지난 시간을 복기한다.
그렇게 망가져서 실연의 청춘을 흘려보내던 나날 중 동료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기차에 오른다.
회사 동료였던 둘은 그렇게 기차에서 재회하게 된다.
멋지게 차려입고 놀기만 하면 되는 결혼식(축하파티)으로 가는 기차에서의 재회라니.
역시나 쿨한 섬머는 커피라도 한 잔하자고 먼저 말을 건네고 외모 때문에 지질함이 인정되지 않는 지질남 톰은 그 제안을 거절하려다 마지못해 응한다. 아니 마지못한 척 한다. 그리고 기차 안 카페 칸에서 창밖은 노을이 지고 두 사람은 마치 한 번도 헤어지지 않은 연인마냥 웃고 떠든다.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 것이다. 아직 마음을 정리하지 못 한 채 헤어진 연인, 혹은 짝사랑중인 사람과 기차나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나 몇 시간을 함께 보내는 상상. 우리는 그런 우연을 기다리고 상상하지만 그런 우연은 영화 속에서만 가능하다. 이 경우엔 외국영화라서 더 낭만조건이 성립되었고. 왜냐고? 만약 톰과 섬머의 직장동료의 결혼식이 강남역 2번 출구 나오자마자 연결되는 예식장에서의 결혼식이었다면? 섬머와 톰의 반짝이는 재회 시간은 없었을 것이다.
처음 섬머를 발견하고는 안절부절 못 하고 심장이 터질 것 같던 톰은 섬머의 눈을 보고 섬머의 목소리를 듣고 섬머의 미소에 빠져 이별 후 처음, 다시 행복해졌다. 본격적으로 결혼식이 시작되고 수트를 차려입은 톰은 발랄한 드레스를 입고 업스타일로 묵어 목선을 드러낸 섬머를 보고 다시 반한다. 둘은 그날 밤 소박하고 아름다운 결혼식 파티에서 함께 춤을 춘다. 웃으며. 다만 다른 점이 있었다면 톰은 행복했고 섬머는 그저 즐거웠을 뿐이다. 비극은 원래 한 장소에 아주 가깝게 있다.
만약 당신이 친오빠의 친구나 선후배와 연애를 했는데 아쉽게도 결별을 했다고 치자. 그런데그 전 연인과 몇 시간 어쩔 수 없이 함께 있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다면? 무조건 오빠에게 강원도 어쩌면 제주도에서 결혼식을 하라고 졸라야 한다. 그러면 섬머와 톰 같은 짜릿한 우연을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이토록! 로맨틱한 원거리 결혼식. 내가 해보는 것은 어떨까? 결혼식은 교통이 편한 역세권이어야 하고 찾기 쉬워야 한다고? 그런 게 아니어도 나를 축하하러 어디든 기꺼이 와줄 수 있는 하객만 초대하는 건 어떨까? 왕복 몇 시간이 걸려도, 일박 이일로 숙박을 해야 함에도 하루 반나절 쯤은 나를 축하하는 맘으로 신나게 즐겨줄 수 있는 사람들만 초대하는 결혼식은 어떤가 말이다.
조건에 따라서 올지 말지 결정할 사람, 식장이 이렇네 저렇네 뒷말이나 할 사람들을 정중히 사양하는 똑똑한 방법은 ‘멀리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다. 그 결혼은 [500일의 섬머]에서처럼 어떤 청춘남녀에게는 잊지 못 할 설렘을 안겨줄 수 도 있을 것이다.
교외에서의 결혼식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요즘에 정말 부를 사람들만 불러서 소규모(양가 합쳐 40명~120명)로 결혼식을 하는 신랑신부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진짜 내 사람이라 할 수 있는 가족과 친구들과 여행 같은 결혼식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망설이지 말았으면 한다. 10년 전보다 5년 전 보다 많이 늘어나고 있다.
만약 결혼식 장소가 양평이나 헤이리 정도라면 오히려 꽉 막히는 도심보다 더 접근이 쉬울 수 도 있다. 당신을 진짜 사랑하고 아끼는 하객이라면 기꺼이 와 줄 것이고 아름다운 곳에서 바람 쐴 수 있음을 오히려 좋아할 수 도 있다. 경기도 정도라면 몇 시간 파티 후 갈 사람들은 가고 더 즐길 사람들은 밤새 즐기면 어떨까? 평생의 딱 한번 결혼식이니까 말이다.
이 글은 당신이 주인공이 되어 결혼식을 하고 로맨틱한 결혼식파티를 하라고 꼬시는 글이다.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결혼식, 하룻밤을 자고 와야 하는 결혼식, 시간과 돈을 조금 낭비하는 사치스럽지만 사랑이 솟구치는 이런 결혼식 낭만적이지 않은가? 나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낭비해 줄 수 있는 사람들과 걱정 없이 일박이일 해보는 것!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할 수 있다면 온갖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으로 전폭적인 응원을 보내겠다.
사실 이런 결혼식이 강남의 인기 있는 역세권 예식장에서의 3시간 동안 하는 결혼식보다 비용은 절약할 수 있다.
뭐 하기 나름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