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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희 May 19. 2018

자유로운 시간
결혼 후 더 좋은 웨딩플래너

웨딩플래너 일상

빡빡한 조직문화에 거부감이 있던 나는 회사를 다니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첫 직장에 입사 한 후 근 십 년 간 다니게 되었다. 

처음 입사할 때 웨딩플래너라는 일이 궁금해서 입사한 것이기 때문에 3년 정도만 다녀보자고 생각했는데 

그런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한 회사를 다닐 수 있었다니 돌이켜보면 스스로도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웨딩플래너는 시간이 비교적 자유롭다. 야간에 상담을 하며 야근도 많이 하는 편이기 때문에 

반차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일정에 따라서 자기 시간을 여유롭게 스스로 운용할 수 있다. 

이 부분이 내가 첫 직장에 그렇게 오래 다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웨딩플래너로 일을 하다 보면 바로 옆 자리 동료라도 자주 만나지 못할 수 있다. 

왜냐면 주말은 특히 평일에도 종종 외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주말에는 외근, 월요일과 화요일 은 휴무 수요일에나 만나는데 그날 누군가 혹은 목요일에 누군가 외부 일정이 바쁘다면 일주일 중에도 느긋하게 만나는 시간이 몇 번 안 될 수 있는 것이다. 

웨딩플래너는 사무실에만 앉아서 매일 똑같이 근무하는 게 힘든 외향적인 사람들에게는 더 맞을 수 있다. 

특히 요새는 신입들이 많은 회사는 주 4일 경력직이 많은 회사는 주 1,2회 전체 교육이나 회의 빼고는 

딱히 출퇴근 시간 등을 정해두고 있지 않은 회사가 많아서 프리랜서처럼 근무할 수 있다.  

    

봄가을 날씨가 환상적으로 좋을 때 노천카페에 앉아 인스타그램도 하면서 

노트북 놓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별거 아니지만 중요한 장점이 되곤 한다. 

이직을 했다가는 외근이 너무 하고 싶어 진다고들 하니까 말이다.    

근무 중인 대낮에 드레스를 고르러 가거나 헤어 메이크업을 하는 걸 체크하러 가는 그런 외근.  


우리가 자유로운 시간으로 근무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업무가 팀플레이 위주가 아니라 

개인 업무이기 때문이다. 내가 신부와 상담하고 계약한 후엔 자료(메일) 보내주고 질의응답하고 

그런 모든 일들이 사무실이 아니어도 다른 팀원의 도움이 없어도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시간이 자유로운 직업이고 함께 협업하면서 

동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적은 일이라는 점이 또한 큰 장점이다. 나만 잘 하면 되는 것!     


모든 일은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바, 뒤집어 생각해볼 수 도 있다. 

그냥 사무실에 차분히 앉아 착착착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자꾸 나가야 하는 외근이 엄청 피곤할 수 있다. 또 나만 잘 하면 된다고 한 그 일은 실수가 있을 때 책임도 나만 져야 하기 때문에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그러니 적당히 밖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얽혀서 일하는 것보다 

책임을 혼자 지더라도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이라면 웨딩플래너로서의 일상이 어울릴 것이다.

     

결혼 후 더 좋은 웨딩플래너   

  

시간을 자기 일정에 맞춰 유동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워킹맘일 것이다. 그래서 신혼시절 신랑은 주말에 쉬고 웨딩플래너인 아내는 주말에 일을 한다면 안타까운 점이 없지 않긴 하지만 아가가 태어난 후엔 그렇게 쉬는 날이 다른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된다.     

실제로 웨딩플래너 후배 중 하나는 주말에는 남편이 월화에는 본인이 수목금 3일은 친정엄마에게 근무 동안만 부탁한다고 하는데 이런 점은 빡빡한 근태로 아이를 키우며 병행하기 괴로운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엄마에게 수목금 삼일 간만 부탁드리고 그것도 퇴근이 빠른 날은 일찍 와서 빨리 해방시켜드리니까 

남편과 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토요일 저녁 아이 부탁드리기도 훨씬 좋아요. 

친구네 보니까 주중 내내 맡기고 야근까지 잦아서 늦도록 아이를 친정엄마가 봐주시니까 

주말에는 봐달라고 말도 못 꺼내더라고요.’


그 후배의 얘기다. 결국 웨딩플래너가 보통의 사람들과 휴일이 조금 달라서 그리고 시간이 자유로와서 아이를 키울 때 큰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주말에 더 바쁜 직업이긴 하지만 회사에 따라 토요일 일요일 종일 근무를 해야 하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적응이 되면 오히려 신혼 때도 좋을 수 있다. 

신혼 때 주말에는 왠지 둘이 꼭 함께 보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느껴진다. 처음이야 좋지만 길어지면 

'나 만의 휴일' 도 보내고 싶기 마련이다. 주말 저녁은 같이 보내고 아내는 평일 쉬는 날 친구도 만나고 

신랑도 아내가 출근한 토요일 눈치 안 보고 더 달달한 늦잠을 즐길 수 도 있으니 오롯이 자기 몫의 휴일이 보장되는 셈이다.


 웨딩플래너가 체질에 맞는 사람이 결혼 후 길게 오래 이 일을 하는 이유 중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나는 아직 아이가 없지만 내 경우엔 신랑이 출근한 후 여유롭게 부엌을 치우고 강아지랑 산책을 하고 천천히 

식탁이든 책상이든 내키는 곳에 앉아서 일을 보는 시간을 정말 사랑한다. 

일을 하다가 좀 쉬고 싶으면 낮잠을 자기도 하고 반찬을 한두 개 만들기도 하고 

그리고 다시 일을 하기도 하는 이런 시간. 

외근이 없는 날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그렇게 재택근무를 하는데 부엌일이 서툴지만 싫어하지는 않는 나에게 정말 꿀 같은 시간이다.      


그렇게 집에서라도 열심히 일을 하면 되니까 할 수 있으니까 결혼하고 일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일을 하고 신랑과 가끔 예약도 없이 일요일 저녁 훌쩍 여행이라도 갈 때면 교통체증 없는 길이, 

예약 안 해도 되는 여유가 감사하다. 삶의 질이 뭐 별거인가? 안 해도 되는 건 좀 안 하고 하고 싶은 건 또 좀 하면서 계절도 좀 느끼면서 여유도 좀 부리면서 사는 거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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