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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희 May 20. 2018

웨딩플래너로의 첫 발

영화과 졸업 후 웨딩영상 사업을 하던 나는 업계에 있으면서 웨딩플래너를 알게 되었다.

내가 처음 웨딩영상을 통해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을 알게 된 2000년대 초반은 

이제 막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이 알려지기 시작한 때이다. 

아직도 웨딩플래너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도와주는 건지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2000년대에는 새로 만나는 예비 신랑, 신부와는 웨딩플래너는 무엇이고 어떤 걸 돕는지 설명하는 걸로 

상담이 시작되었다. 당연히 나조차도 웨딩플래너에 대한 이해가 없었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웨딩플래너에 호감이 생길 즈음 한 웨딩컨설팅회사의 실장님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실장님 또래 친구들 중 웨딩플래너 관심 있는 사람 없어요?’

‘네? 왜요, 웨딩플래너 뽑으시나요?’

‘네 그렇긴 한데 우리 회사는 경력직만 뽑으니까 듀오웨드 같은 곳에서 1,2년 경력 쌓고 오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그 당시 웨딩영상 일을 꽤 많이 하고 있었고 거의 커트머리에 힙합바지만 입고 다니는 

선머슴아 모습이어서 나에게 제안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직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친구들 있으면 추천해달라는 제안이었다. 흘려듣는 듯 들었지만 그때 나는 듀오라는 회사를 기억해두었던 것 같다.     


웨딩영상사업이 생각보다 잘 되었다. 일이 많이 들어왔고 하루 종일을 일주일 내내 편집에 매달려야 하는 시간이 길어져 갔다. 이십 대였고 즐겁게 살고 싶어 회사도 들어가기 싫었는데 종일 편집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어느새 웨딩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업종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한 번은 촬영을 하려고 결혼식장을 갔는데 예식이 끝나고 기념촬영 그러니까 원판을 찍을 때, 

그때 백발의 할머니가 자식들의 부축을 양쪽에서 받고 고운 옥색 한복을 입고는 

원판 촬영을 하기 위해 단상 쪽으로 나오셨다. 

할머니는 많이 느렸지만 누구 하나 재촉하지 않았고 모두의 표정에 사랑이 가득했다. 

사진작가가 ‘자~ 여기 보세요! 증명사진 찍는 거 아니니까 웃으셔야지요!’ 하자 

모두 쑥스럽게 웃었고 행복해 보였다. 생화 향기와 양초 타는 냄새가 섞인 

그 결혼식의 냄새가 그냥 너무 좋았다. 

결혼에 대해 관심이 정말 1도 없었는데 내 결혼 아닌 다른 사람들의 결혼식을 보는 게 좋았다. 

결혼식에는 가족이 있었고 가족의 역사가 보였다. 짧은 행사지만 그 오묘하고 설레는 기분이 나를 매료시켰다.


웨딩영상은 이제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식에는 반해 버린 상황인 것이었다.     

그때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이 떠올랐다. 천천히 영상 일을 정리하고 웨딩플래너로 입사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는데 운명인지 바로 듀오웨드 공채가 떠있었다. 조금의 고민도 없이 이력서를 넣었다. 

얼마 후 면접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웨딩영상으로 일을 잘 하고 있었던 것 같던데 왜 웨딩플래너를 하려고 하나요?’

‘웨딩영상을 하면서 결혼식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반복되는 편집업무 말고 제대로 웨딩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웨딩에서 알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이 아주 많아요, 열심히 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듀오웨드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몇 년 지나서 들었는데 나는 서류전형에서 떨어질 뻔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력이 특이해서 한번 보기나 하자는 생각으로 면접을 보게 했다고 한다. 

그렇게 웨딩플래너로서 입문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떤 직업이든지 직업에 대해 배우고 실무에 투입이 되어야 한다. 

나는 웨딩영상을 하면서 웨딩플래너와 작업을 함께 하고 주문을 받으면서 

웨딩플래너라는 일의 성향에 대해 어느 정도 숙지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실무에 적응하고 자리잡기가 확실히 유리했을 것이다. 

요새는 많은 웨딩컨설팅 회사에서 경력직을 위주로 뽑기 때문에 교육기관을 통해 교육을 받고 실습을 해본 후 입사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실무를 아직 전혀 모른다고 해도 자질이 있는지 면접을 보고 성향이 맞을 것 

같은 사람을 2~3개월 교육시켜 실무에 투입시키는 경우도 있다. 

다만 웨딩플래너는 한 시즌 정도 일을 해봐야 회사도 정확히 웨딩플래너에 대한 자질을 알 수 있고 

직업을 선택한 당사자도 정말 나와 맞는지를 알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숨 가쁘게 웨딩플래너가 되어 20년 가까이 달려오고 있지만 

웨딩플래너가 궁금한 어떤 사람이 있다면 한 두 시즌 해보면 롱런할 수 있을지, 

즐기며 일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웨딩드레스나 결혼식을 보면서 설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why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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