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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희 Sep 20. 2021

슬의2가 남긴 추추 마음

가을에는 추추를 기억하기를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끝났다. 예능팀이 만든 드라마라지만 응답하라 시리즈 부터 시작했다 하면

시대에 대한 향수, 어른이 되어가며 점점 희미해지는 끈끈한 유대에 대한 애틋함 등등

특유의 좋은 사람들 바이브를 유지하며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한 시즌1은 나와 남편도 빼놓지 않고 본 드라마다. 시즌 2는 작의적이다, 개연성이 떨어진다, 또 오글거린다 등의 평도 많았어서 전 시즌에 비해서는 덜 성공적, 덜 화제작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렇게 나가떨어진 관객 중에는 남편도 있어서 시즌2가 중간부터는

나 혼자 봐야했다. 우리 부부의 이야기 취향은 비슷하면서도 다르기 때문에 공유할 수 없는 영화나 드라마

종종 있다. 뭐, 당연하게도. 나는 비현실적으로 좋.은.사.람.들 이익준, 안정원, 김준완, 양석형, 채송화, 도재학(이름 한번 불러보고 싶게 왠지 동창같고 동기 같고 그런 마음) 아 그리고 우주, 우주 금방 크겠지?!

놀라자빠질뻔하고 거울 보면 나는 장로사님 정도가 되버릴려나 암튼 이 좋은 사람들과 이미 친구같은 마음이 되버린터라 넷플릭스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2 새로운 에피소드 빨간 띠가 둘러지면

고분고분하게 플레이 했다.

(특히 번외편으로 율제병원에서 캠핑 할 때  나PD가 출장가서 고요속의 침묵 했을 때를 나의 뇌는 함께 가서 곁에서 박장대소하며 지켜본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모든 커플의 케미가 슬의 답게 비현실적으로 잘 맞는다. 이런 성격의 남자에겐 이런 성격의 여자면 딱 이겠다 싶은, 마치 ai가 맞춰준 것 같은 궁합이랄까?!


그 와중에도 시즌 1부터 사랑스러움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추추쌤, 추민하 쌤이 시즌2에서 내 마음을 울림을 주었다. 석형쌤이 고백을 받고 곰 같지 않은 노련함으로 데이트를 이끌며 둘은 커플이 된다. 몇 번의 데이트를 끝내고 바래다주는 길인거 같은데 추추가 곰곰 양석형 쌤에게 왜 고백을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석형은

내가 나쁜 사람이면 어쩔려고 그러냐고, 나를 좀 더 만나봐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때 추추가 어쩔 수 없죠, 운명이다 하고 살아야지... 뭐 그런 식의 얘기를 한 다음, 추추 명대사가 툭!

전 좋은 사람이에요. 전 지금까지 아시는 것 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니까 저에 관해선 그런 걱정 않하셔도 돼요.


저 대사는 정말 내 마음 보다 상대의 걱정, 상대의 불안을 생각해서 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만나보니 결혼이라도 해보니 나쁜 놈이었다해도 어쩌겠냐 운명이려니 한다면서 "아 이런 걱정하고 있었던걸까? 얼릉 마음 편하게 해줘야지!" 해서 난 좋은 사람이니까 걱정도 불안도 넣어두라고 또 한번 추민하는 양석형의 마음을 생각한거다. 진짜 사랑이지 싶었다. 저런게 진짜 사랑이고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나 보다 더 날 사랑하는, 뭐 그런 사랑이지 않을까? 그냥 그 마음이 너무 예뻐서 눈물이 왈칵 나버린 나의 슬의2 잊지못할 명대사 였다.


마지막으로 또 사랑둥이 캐릭터 중에 도재학 쌤이 있는데 시즌1에서 전세값 사기 당한거 보고 마음 아팠는데 그 범인 잡혀서 합의하고 온 날, 김준환 쌤 앞에서 돈 받았다면서 펑펑 엉엉 무너지게 우는 장면도 좋았다. 그동안의 마음 고생이 느껴졌고, 아내는 암까지 걸려서 치료 중인 상황까지 생각하니까 정말 그 눈물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아서 너무 손잡아 주고 싶은 마음으로 봤다.


현실에서는 슬의 같지 않게 조직안에 좋은 사람들만 넘치지 않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에서는 무슨 역경이나 고난도 결국 사람으로 위로 받지만 현실에서는 사람으로 말미암아 역경도 고난도 생겨난다. 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오랫동안 공감을 불러 일으킨 것은 아마 우리 대부분이 가고 싶은 곳, 우리 대부분이 마음 속 깊숙이 원하는 곳이 나 혼자여도 충분히 편하고 걸리적거리는 사람 없는 곳이라기 보다는 좋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웃어주고 손 잡아주는 한 달에 한 번쯤 만나서 밴드하는 것처럼 일도 취미도 어우러져하는 그런 곳이어서 그럴 것이리라.


펜데믹시대에 서로의 온기가 더 그리워지는 때라 더 사람이 그립다. 따로 한 두명 말고 무더기로 우루루 만나서 비말을 튀기고 부등켜 안고 악수하고 팔짱끼면서 함께 웃어재끼는 그런 그림 속에 있고 싶은 마음이 슬의를 보면서 조금 해소되는 것은 아닐지, 그나저나 슬의에도 펜데믹이 왔으면 6시 이후 두 사람만 만날 수 있는 거리두기 때문에 99즈밴드는 어려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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