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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희 Apr 01. 2016

연애하고 싶은 우리, 연애합시다.

지금 놓치면 이번 생은 글렀다는 각오로 연애하자구요. (아님 말고)

오랫동안 연애를 안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스스로 비혼과 연애조차 하지 않는 싱글의 삶을 능동적으로 택한 거라면 뭐, 상관이 없겠지만 

결혼을 하고 싶고 연애를 하고 싶은데 안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모태솔로로 지내다 연애를 시작하는 스킬을 몰라서 싱글로 지내는 게 아니라 20대 후반 30대 초반을 지나고 몇 번의 연애 경력이 있지만 새로운 연애를 하지 못 하는 경우는 대부분 가장 큰 이유가 스스로가 짜고 만들어놓은 “틀”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웨딩플래너를 하면서 정말 많은 커플을 만난다. 첫 만남에 관해 묻거나 들을 일도 꽤 있는데 재미있는 건 거의 모든 커플이 “처음엔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처음엔 너무 싫었다”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나다 보니 사랑하게 되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는 것.     

 

첫 만남에서 끌리지 않았을 때 두 번 다시 만나지 않는, 나만해도 정확히 그런 사람이었다. 

특별히 내가 잘났다거나 내가 눈이 높아서가 아니라 그냥 다시 만날 마음이 내키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싱글일 때 한참 동안 소개팅에 집중했고 내가 마음에 든 적도 있고 애프터도 꽤 있었지만 소개팅으로는 단 한 번의 연애도 하지 못 했다. 그러니까 그것은 틀 때문이다. 

절대 눈이 높거나 뭔가 대단한 걸 바래서가 아니다. 

늦도록 결혼을 안 하고 있으면 눈이 높다고 얘기하고 그런 노처녀, 혹은 노총각이 까칠하기까지 하면 

저러니까 연애를 못하지 쯧쯧 혀를 차곤 하는데 그건 눈이 높아서가 아니라 노처녀라도 노총각이라도 

나만의 틀이 있기 때문 인 거다. 눈이 높고 낮고의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 노처녀, 노총각들도 마음에 안 들면 까칠할 수 있다. 당연히 말이다.   

  

그 틀은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구태의연하고 당연하게도 많이 만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성친구를 갖는 것이 좋다.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우정을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함께 일을 하거나 가식 없이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속 깊고 허물없는 이성친구.  

   

결혼이 라거 나누고라도 만나겠다는 목적의식보다는 자신만의 틀이 확고한 사람들은 소개팅처럼

딱딱한 자리에서 만나 2~3시간 동안 온갖 더듬이를 다 세우고 상대의 외모, 말투, 관심사 등등을 총체적으로 판단하면서는 연애를 시작하기가 너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내가 짜 놓은 틀에 맞지 않는 의외의 인물과 꽤 깊은 연애를 하는 의외의 경력을 쌓는 것도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 어렵겠나? 그렇지 어려울 수 있다. 일단은 시도를 해보길. 

인간은 관계 안에서 성장한다는 진리를 기억하며 도전해보길 바란다.


 또 내 틀과는 상관없는 이성친구와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틀 자체가 선입견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게 좋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랑은 안 맞을 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절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같은 깨달음. 그러니 소개팅 말고도 많은 경로로 이성을 만날 기회를 접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동호회 활동을 하라거나 친구들 자리에 귀찮더라도 나가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끌리는 이성을 만나게 된다. 결국엔 말이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한다. 

힘겹게 끌리기까지 했는데 이때 그저 손을 내밀고 알콩하고 달콩한 연애를 해봐야 할 텐데 

이때 더욱 꼼꼼히 체크하고 재고 점수를 매기기 시작하는 것. 이렇게 해서는 절대로 틀이 깨지고 의외로 따뜻한 연애의 순간을 맞이할 수 가 없는 것이다. 간신히 끌리기까지는 했는데 나이가 많아, 적어... 연봉이 어떻고, 성격이 급해,  나를 많이 안 좋아하는 것 같아, 같은 이유로 시작도 못 하는 것은 슬프기까지 하다. 

그런 여러 가지 이유 중 가장 절망적인 건 저 사람이랑은 결혼까지 못 갈 것 같아...이다. 

    

결혼 못 할 것 같아서(혹은 결혼하기엔 좀 아닌 것 같아서라고 몇 번 만나보지도 않고 판단해서) 

연애를 철통 방어하고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다른 끌리는 사람을 기다리는 기간은 도무지 몇 개월 일지, 몇 년일지 알 수 가 없다. 

     

열심히 사랑하며 사랑받고 갈등과 화해를 겪은 사람들이 향기롭게 연애 최적화 토양이 되고 있을 때 

결혼까지 못 할 것 같아서 연애마저 안 하고 문을 꽝 닫은 사람은 이해의 폭과 경험은 부족하고 여유는 없이 급하기만 한! 그리고 상처에 대한 두려움까지 갖춘 어쩌면  연애하기에는 척박한 토양이 될지 모른다.  

그래서 정말 딱! 맞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제대로 매력 발휘 못 하고 어쩌지 어쩌나 하면서 꾸물거리다 놓치고는

평생 후회하게 될 지도 모르는 거다. 

    

그러니 끌리면 연애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연애하면서는 많이 사랑하길 바란다. 그리고 결과 지향적으로 

결혼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불안하게 달려가지 말고 연애 그 자체, 사랑 그 자체를 깊이 느끼고 보듬고 포옹하라고 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그 연애가 또 할퀴고 지나가더라도 나는 성장해있을 것이다. 

오히려 상처 때문에 더욱 마음에 문이 닫힌대도 다시 한번 용기 내어 계산하고 재는 결혼 작업 말고 

사랑을 주고받는 연애를! 순수히 연애를 즐기기를. 그러는 사이에 나의 틀은 허물어져 버릴 것이고 

전생부터 빨간 실로 이어져 있던 인연이 나타났을 때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는 

연애 최적화 토양이 돼있을 것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어떤 사람과 어떤 연애도 절대 시간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엉망진창인 그 사람과 상처밖에 남는 게 없는 연애를 했대도 후회 말고 부정하지 않는 것 에서 스스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시작되는 것이다.

연애 후 상처받았다면 쌍방과실이지 한쪽만의 잘못일 수 는 없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고 실패하는 것이다. 자괴감에 빠지고 스스로를 비하하고 부정하기 시작하면 질 좋은 연애를 할 수 가 없다. 

당연하게도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남을 제대로 사랑할 수 가 있을까? 

제대로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제대로 사랑받을 수 있을까? 


지금 상처받은 우리들은 연애가 하나 끝났을 때 차분히 돌아보는 게 필요하다. 

절대로 상대만 잘못한 게 아니다. 그리고 또 내 잘못만도 아니다. 실수한 점 잘못한 점은 기억해서

다시 그러지 않으려 노력하고 또 내가 부족했구나, 알면 된다. 상처는 아물 수 있다

하지만 상처가 두려워 발을 내딛지 못 한다면 어떤 대가도 없을 것이다. 


나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완벽하지 않으므로 상대의 허물도 안아줘야 하는 거다.

내 허물을 상대가 안아줬으면 하는 그 마음 그대로 말이다.

내가 그렇듯 어떤 상대도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완벽할 수 는 없다. 

그래서 온 국민이, 전 세계가 완벽남, 완벽녀에 대한 욕망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으므로 

로맨틱이 판타지처럼 넘치는 드라마들이 우리를 달래 주는 것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연애하자. 나도 완벽하지 않지만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상대도 완벽하지 않지만 

지금 끌리는 마음 그대로 좋아해버리자. 

마음 단속하지 말고. 손도 잡고, 뽀뽀도 하고, 실수도 하고, 고백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인연이면 지지고 볶는 결혼이란 걸 해도 좋고 아니고 

상처만 남는 하나의 연애였다면 실연을 아파는 하지만 훨씬 튼튼해진 

연애 심장을 훈장이라 생각하고 또 한 번의 연애를 해낸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겠다. 

실패로 끝난 그 연애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지만 누가 알까?

먼 훗날 어린 자식이 연애 문제로 고민할 때 멋지게 얘기해 줄 지혜를 남길지 말이다.


이 퍽퍽한 인생에 연애만큼 좋은 게 

정말 뭐가 있겠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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