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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희 Apr 07. 2016

남자와 여자.
상대의 조건을 볼까, 성격을 볼까?

남자와 여자, 아직은 서로 조립 전이다. 

친구는 습관처럼 “결혼하고 싶다”라고 얘기하곤 했다. 

결혼한 친구가 배우자 흉이라도 볼 때면 “넌 그래도 결혼했잖아, 있는 것들이 더 그러더라”라면서 

고민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고민을 얘기하는 척하는 사람 취급을 해버렸다. 

그러면서 그 정도 고민은 어느 부부에게나 있는 거 아니야? 그래도 너네는 평소엔 사이가 좋잖아... 

그 친구와의 대화는 그렇게 있는지도 몰랐던 투명한 벽에 부딪혀 서로에게 반사되기만 했었다.    


           

그러던 친구에게 황금 같은 연애 기회가 왔다. 뜨겁게 연애할 것 같았던 친구는...... 

지난날 퇴근 후 허전한 마음을 부여잡고 어느 모임이라도 나가볼까? 아님 누구 불러서 술이라도 마실까? 

벚꽃 놀이하러 온 커플들을 보면서 모두 싸워라! 하고 저주를 퍼붓던 자신의 모습은 어느새 잊고 

뇌 주름 사이사이 깊숙이 넣어두었던 줄자를 꺼내서 재기 시작한다. 

수입, 성격, 대인관계, 집안 환경 등등. 그리고 그 결과치들을 갖고 

결혼을 하게 되면 어떨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그 순간부터는 상대의 성실함은 지루함으로 둔감하고 상대의 화끈함은 경망함으로 바뀌어버린다. 

상대의 어떤 모습이 행여 나를 힘들게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되는 것이다. 

연애가 시작되면 “뭘 해줄까? 함께 뭘 하며 즐길까?”라며 

두 사람의 시간을 설계하는 사람들은 연애도 잘하고 깊은 사랑에도 빠지게 되지만 

연애를 시작하는 순간 저 사람은 어떤 사람? 지금 내가 한 말은 무슨 의미? 

저 사람이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하는 것보다 더 좋아하나? 아님 내가 더 좋아하나? 계산만 하는 경우는

그렇다! 예상대로 금방 헤어져버리고 만다. 대부분 말이다.


  

남자와 여자는 남편과 아내와는 다르다. 우리는 모두 조립형이다. 

잘 조립하면 완성도 높은 가구가 될 수 있지만 나사 하나 잘못 꼽으면 

엉성한, 언제 망가질지 모르는 가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사람을 고르냐에 대한 고민 전에 “내가” 어떻게 조립할 것인지 

그러니까 내가 상대에게 어떠한 남편이, 아내가 될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물론, 정확한 순서와 방법으로 완벽하게 조립했어도 불량은 있다. 

그런 가구를 만났더라도 자책은 금지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겪었다 해도 그건 당신 인생의 재앙은 아니다. 가구는 많으니까.  


   

결혼을 하고 싶은 많은 친구들이 언제나 답을 찾고 싶어 하는 대답이 있다. 

성격을 더 봐야 하나? 아니면 조건을 더 봐야 하나? 

인생의 모든 중요한 일들처럼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스스로가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을 더 못 견디는 인간인지 아니면 

갖춰지지 않은 조건은 이겨낼 수 있지만 맞지 않는 성격은 정말 참을 수 없는 인간인지에 대해서 

고민해봐야겠다. 


어느 순간이라도 결정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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