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주희 Apr 04. 2016

엄마표 유기농 수제 웨딩드레스!

엄마의 니트 드레스


아름다운만큼 딱 그만큼 아프기도 하다.

나의 웨딩드레스는.

우리 엄마는.  



어릴 때부터 항상 온화했던 우리 엄마는 언제나 손뜨개를 하고 계셨다.

키도 크고 아름다운 우리 엄마는 옛날부터 종종 언니와 나의 옷을 떠주시곤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5살 때던가? 6살 때던가? 엄마가 떠주셨던 핑크색 나의 첫 수영복.


딸에게 엄마라는 건 어떤 존재일까? 아니 엄마에게 자라 버린 딸이란 어떤 존재일까?

여자라는 복잡 미묘한 감정의 동물에게 딸이라는 건, 엄마라는 건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결혼 얘기가 나오고부터 엄마는 마음이 바빴다.

함께 웨딩잡지를 보고 디자인을 고르고 엄마는 거의 4~ 5개월동안 뜨개질을 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입게 된 웨딩드레스. 엄마가 한 땀, 한 땀 떠준 웨딩드레스······.

"이거 입고 결혼해서 우리 딸 행복하게 살아야지"  

엄마는 아셨을까? 20여 년 전에 앙증맞은 수영복을 떠주시던 그때,

내 결혼식에 입을 웨딩드레스도 떠주게 되실 것을.  



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에 갔을 때 무리를 해서 몸이 많이 안 좋아졌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몸 보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며칠을 몸도 마음도 추스르지 못한 채 누워서 끙끙 앓았다.

어두운 방에 누워 아픈 몸보다 더 아픈 마음으로 눈물 없이 울고 있던 어떤 밤에

엄마가 기분 좋게 따뜻한 온도의 물로 나의 발을 닦아주고 계셨다.

아플 때 나는, 그게 훈장도 아니고 또 엄마의 잘못은 더더욱 아니지만 신경질을 내고 짜증을 부렸다.

차갑게 말해버리곤 그 때문에 더 아팠는데 엄마는 잠들어 신경질 잠잠해진 내 발을 정성껏 닦아주신다.

세상에 뭐, 이런 관계가 있을까?




엄마는 예쁘다.

처녀시절 엄마는, 인기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 엄마는 아빠를 중매로 만났고 한 달도 되지 않아 결혼을 했다.

스물여섯의 손재주가 좋고 감성이 풍부했던 아가씨는 그렇게 한 달 만에 맏며느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힘들었겠지···. 소리 내서 말하지 못한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세월 속에 묻어있겠지.

나라면 견디지도 더욱이 잘 해내지는 못했을 것 같다. 정말 엄마처럼은,



어쩌면 우리 엄마는 답답할 때마다 뜨개질을 한 것은 아닐까?

나이 어린 두 딸이 대화 상대가 되어줄 수는 없었을 테고, 엄마는 작가가 글로 토해내듯이

화가 그림으로 펼쳐놓듯이 그렇게 손뜨개를 하면서 해소했던 것은 아닐까?     



이미 엄마가 날 낳은 나이보다 훌쩍 더 커버린 이 나이에 가만히 엄마를 들여다보면······.

저만치 나보다 어리고, 나보다 순진한 우리 엄마가 처녀의 말간 얼굴로 갓난 나를 어르고 있다.

시댁에서 말 한마디 못 하고 묵묵히 맏며느리 노릇을 하고는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서 나를 재우고

실을 꺼내고 뜨개질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곁에 웃다가 울다가 기어코 잠들어버린 나와 언니를 보면서 사이즈도 대보고 색도 대보면서

뜨개질을 한다. 날이 새도록 꾸벅꾸벅 졸면서도 뜨개질을 토해낸다.

어리디 어린 얼굴의 엄마는 얼핏 눈물을 훔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신랑이 될 사람은 대학시절,  그때 좋아했던 선배였다.

따뜻해 보이던 사람, 배려심이 좋아 보였던 사람.

그땐 어렸고, 옆에 다른 사람도 있었고 그저 청춘의 달콤한 짝사랑의 추억으로 가슴에 묻어두고

거의 십 년이 가까이 지났는데.

마크 주커버그가 먼 나라에서 뭔가 기발한 것을 개발했다기에 써봤다가 우리는 재회했다.

알 수도 있는 친구로 “선배”가 떠버린 것이다.

시기는 얄궂게도 마음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아버지를 여읜지 한 달 후였다.

“잘 지내요?, 반가워요.” 인사를 건네었는데 우리는 오월에 결혼이란 걸 한다.

아마 이게 우리의 운명이었는가 보다.




어느덧 웨딩 사진을 찍는 날이 왔다.

화장도 하고 머리도 하고 드레스도 입고 엽기적이었던 전지현이 고백했듯 나도 결국은 여자인가 보다.

뭔가 설레고 또 턱시도를 입은 선배를 보는 마음이 이상했다.

비로소 신부가 된 것 같은 마음이 들고 오늘은 내가 정말 예쁜 것 같다.

엄마의 드레스를 입으니 사진작가님부터 모든 스텝들이 입을 모아 칭송을 한다. 정말 대단하시다고······.

그렇게 대단한 우리 엄마. 엄마 딸 민정이 이제 시집가요. 드레스 정말 고맙습니다.

엄마한테 매일 매일 선물드리는 마음으로 예쁘고 행복하게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가 손뜨개하시던 그 마음 생각하며 잘! 살게요.

엄마, 사랑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준비, 남자는 왜 피곤하고 여자는 자꾸 서운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