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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개구리 Mar 20. 2016

그녀의 '덫' #17

따뜻한 그의 온기

내 손이 닿은 그의 가슴이 빠르게 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얼굴이 닿을 만큼 가까워지자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얼굴을 들어 살짝 입술을 내밀었다.

기대에 찬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예상과는 달리 그의 얼굴이 내 어깨에 '툭'하고 떨어진다.

고개를 묻고 가만히 서 있는 그.

적잖이 당황스러워 뻘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가 두 손으로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잠시만, 이렇게 있을게요."

"무슨 일 있어요?"

"긴 하루였어요."

"왜요? 무슨 일인데요?"


그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에요. 그냥 가끔씩 스트레스가 심할 때가 있어요. 괜찮았는데 나도 모르게 와 보니 여기였어요. 왜 연락 안 했어요?"

"아......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셔서, 별다른 게 없었거든요 그동안."

"바보. 그 말을 그렇게 해석했어요? 정말 바보다 예랑씨는."

"만나자마자 욕하시는 거예요?"


그가 얼굴을 들어 날 빤히 쳐다본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이 그렇게 들려요? 그럼, 어떻게 해줄까요? 어떻게 설명을 해야 알아들을래요?"

"뭘요? 왜요?"

"예랑씨, 사람 미치게 하는 신기한 능력이 있어요. 알고 있어요?"

"가끔 미쳤냐는 소리는 듣고 있지만, 전 잘 모르......"

"좋아해요. 서예랑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네? 그게 무슨......"

"나도 이런 내가 말도 안 되는 거 아는데, 그렇게 됐어요. 당신이 내 입술을 뺏은 날부터. 그러니까 책임져요."

"아니, 그건 술 먹고 실수......"


그가 손으로 내 턱을 밀어 올리더니 강렬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럼, 나도 실수해도 되죠? 당신이 책임 못 지면, 내가 책임질게요."

"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요? 아~ 저기..... 읍!!"


그가 고개를 숙이더니 천천히 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달콤한 그의 입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잠시 후, 입술을 뗀 그가 속삭인다.


"싫어요? 그만 할까요?"


날 홀리는 그의 묘한 눈빛에 넋이 나간 난 그 말에 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아뇨! 더 해주세요. 계속 더 하고 책임지세요!"


그가 웃으며 손으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당황한 것도 잠시, 그의 품은 따뜻하고, 숲 속에 있는 것처럼 풀향이 났다.

그의 온기가 나를 평온하게 해준다.





그 날 이후, 매일같이 무경이 센터로 데리러 와 주었다.

집으로 가는 그 짧은 거리를 항상 데려다주면서 어느 날은, 같이 걷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맥주캔을 들고 한강 고수부지로 밤 산책을 했고, 주말에는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와 가까워지면서 달라진 것이 몇 가지가 있는데, 사치라며 미루어두었던 립스틱을 사기도 하고, 옷을 입을 때도 옷맵시를 챙겼으며, 그의 앞에서 여성스러워지는 자신의 변화스스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런 내 자신이 어색하면서도, 그런 모습이 싫지가 않았다.

그는 자상하고, 따뜻하고, 항상 날 웃게 해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진지하게 만나기로 한 이후, 그 소식을 전해들은 시창과 하나는 예상과는 달리 놀라기는 커녕

'그럴 줄 알았다'며 시크한 표정과 함께 잘해보라고 했다. 역시 내가 무딘 건가?

그에 자극을 받아,


어느 날,  한강 변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강바람을 맞으며 난 그에게 제안을 했다.


"너무 존칭 하니까 어려워서요. 좀 더 가까워지고 싶은데, 서로 말 편하게 하는 게 어때요?"

"음...... 난 상관없어요. 예랑씨가 편한 데로 해요."

"그래, 그럼 지금부터."

"......"

"왜요?"

"좀 어색한데, 천천히 하면 안돼요?"

"안돼."

그가 조용히 한숨을 내쉰다.

"노력해볼게요."

"노력해볼게."

"알겠어요."

"알겠어."

"왜 따라 해요?"

"왜 따라 해?"


계속 그의 말을 따라 하며 쫑알거리자, 그가 조용히 웃는다.


"귀여워."


또,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마치 강아지처럼.

그의 손을 잡아 살짝 비틀었다.


"아얏!"

"아직 스킨십은 안 돼요. 천천히."

"편해져야 한다면서 스킨십은 안 되는 게 어딨어? 말도 안 돼."

"음...... 그럼 손만 잡는 걸로."

"그게 뭐야. 그건 친구들끼리도 하는 건데."

"그럼 팔짱?"


물끄러미 날 바라보는 그.


"알았어요. 뽀뽀. 오케이?"


그가 방긋 웃으며 내 입술에 기습 키스를 한다.


"이건 예랑씨 특기 아냐?"

"어라, 지금 반칙이야. 그리고 창피하게 그 얘긴 또 왜 꺼내요?"

"진짜 인상적이었어. 당한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그가 큰 소리로 웃자, 난 얄미워서 그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

그런, 내 손을 잡으며


"잘 할게."


진지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는 그가 약속하듯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고, 잠시 후, 난 그 새끼손가락을 걸고 그를 마주보았다.

'나도, 잘할게'



  




갑자기 며칠 동안 무경이 연락을 받지 않았다.

걱정되는 마음에 계속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는 확인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계속 연락이 없어 불안해하던 어느 날 밤, 시창에게 급히 전화가 왔다.


"예랑씨! 좀 와 줄 수 있어요?"

"네? 왜요?"

"무경이 형이 아파요. 쓰러져서 계속 집에 누워있어요."

"뭐라고요? 병원은 갔어요?"


그의 한숨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형 원래 병원 잘 안 가요. 싫어해서, 주치의가 왔다가긴 했어요. 지금 와 줄 수 있어요?"

"네, 바로 갈게요. 잠시만요."


옷을 대충 걸치고 급하게 택시를 잡아 그의 집으로 향했다.

건물 1층에 멈춰 서 올려다보니, 4층 빌라 거실에 불이 켜져 있다.

에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거울 속에 비친 나는 안절부절못할 정도로 불안해 보였다.

'별 일 없겠지?'






초인종을 누르는데, 시창이 문을 열어주더니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왔어요?"

"무슨 일이에요? 무경씨는?"

"방에 누워있어요. 들어와요."

"많이 안 좋은 거예요?"

"한 번씩 컨디션이 별로긴 한데, 최근 몇 년 동안 괜찮았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에 갑자기 쓰러지더니 못 일어나서."

"진작 연락을 주지 그랬어요?"

"형이 하지 말라고 했어요. 예랑씨가 걱정하는 거 싫다고."

"바보."


어느 새, 눈물이 글썽거려 눈가에 맺힌다.


"웬만하면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오늘 갑자기 스케줄이 잡혔어요. 나가봐야 하는데 와 줄 사람이 예랑씨밖에 없어서 연락한 거예요. 지금 잠이 들었으니까 별 일 없을 거예요. 자세한 얘기는 돌아와서 할게요."

"알겠어요. 옆에 있을 테니까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그가 급하게 현관 밖으로 나가고, 난 천천히 무경의 방으로 향했다.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자, 어두운 방 안, 침대에 누워있는 그가 보인다.

다가가 침대에 걸터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 야위어진 그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손을 들어 그의 이마에 갖다 대었는데, 열이 높은지 얼굴이 뜨겁다.


인기척에, 천천히 눈을 뜨는 무경. 나를 바라본다.

놀라움과 반가운 표정으로 쳐다보던 그가 내 손을 잡는다.


"괜찮아요? 왜 연락 안 했어요? 걱정했잖."


그에게 투정 부리듯 말을 쏟아내자, 그가 갑자기 내 얼굴을 끌어당겼다.

내 입술과 닿은 그의 입술이 뜨거웠고, 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어쩔 줄 몰라했다.

숨이 막힐 듯 달콤하고 뜨거운 그와의 입맞춤.


그렇게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은 연속간행물입니다. 1편부터 보시면 스토리 이해에 더욱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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