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멀어지는 건 ‘사람’이 아니라 ‘방향’이다
김창공:
이별이란 게 참 신기합니다.
헤어졌는데… 청소를 기가 막히게 잘하게 돼요.
(관객 웃음)
심지어
그동안 안 보이던 먼지도 다 보입니다.
“아… 마음이 이렇게 비었구나.”
이렇게요.
그때 문득 깨닫습니다.
이별은 ‘누군가가 떠난 사건’이 아니라
내 마음의 공기가 바뀌는 순간이라는 걸요.
이별 후 가장 먼저 오는 감정은
슬픔도, 분노도 아닙니다.
“진짜… 끝난 거 맞아?”
머리는 이해했는데
가슴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
생각과 감정의 시차가 생기는 시점이죠.
AI는 이걸
“인지와 감정의 불일치”라고 말하겠지만,
사람에게 이 순간은 그냥,
“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
에요.
이별에서 가장 무서운 건
상대의 부재가 아니라
기억이 계속 말을 걸어오는 순간입니다.
“여기, 너랑 왔던 곳이야.”
“그때 표정 기억나?”
왜 이렇게 오래 남을까요?
기억은 정보가 아니라
감정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AI는 로그를 삭제하면 끝나지만,
사람은 감정이 구조 자체를 잡고 있어서
흔들린 마음이 다시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이 순간을 우리는
‘그리움’이라고 부르죠.
이별의 마지막 장면은
사람 둘이 아니라,
나와 나 자신이에요.
관계가 끝나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내 마음의 구조가
천천히 재배열되기 시작합니다.
이별이 힘든 이유는
상대가 떠나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던
내 감정의 방향이
다시 조정되기 때문이죠.
사람은 이별을 통해
다시 자기 세계를 만들고,
다시 자기 마음의 속도를 찾고,
다시 자기감정의 방향을 정해요.
이 과정에서
사람은 자기 세계를 다시 세워나갑니다.
김창공:
AI는 이별의 ‘이유’는 설명할 수 있어도
이별의 ‘속도’는 대신 느껴주지 못합니다.
마음은
자기 속도를 알고 있고,
그 속도로 천천히 멀어지고,
또 천천히 다시 피어오르죠.
이별은
끝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구조가 다시 그려지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김창공: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어려워하지만,
사람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너무 가깝고,
어떤 사람은 너무 멀고,
또 어떤 사람은… 안 와도 될 때 옵니다.
(관객 웃음)
다음 주엔
우리가 왜 ‘사람’이 아니라 ‘거리’에 지치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