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엔딩

by 미셸 오

그저께부터 주변에 벚꽃들이 환하게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하얀색은 눈꽃 뭉치 같고 붉은색은 매화 인척 땅을 향에 고개를 숙인다. 자신들을 우러러보는 인간들의 얼굴에 입맞춤이나 하듯이.

이 곳에는 봄이면 벚꽃이 많이 핀다.

어제는 주말이라 외지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많은 고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가는 길 가운데 비좁은 차 안에서 갑갑한 하루를 보낼 것이 분명하였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집 주변을 배회하였다. 벚꽃이 만개하였다.

이맘때면 어디를 가든 듣게 되는 가요 '벚꽃엔딩'.


"봄바람이 휘날리며~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 퍼진 이 거리를~우우 둘이 걸어요~~"


가수의 목소리가 벚꽃이 흩날리는 듯한 음색이고 그의 콧노래가 나의 콧노래가 되는 중독성 강한 노래다.

"'벚꽃 엔딩' 은 벚꽃 연금이래. 매번 봄이면 다시 인기가 부활하거든. "

딸애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처럼 벚꽃의 흩날림을 연상시키는 노래가 어디 있을까 싶다. 시각의 청각화를 이룩한 노래라고 생각한다. 작곡가와 가수의 천재성으로.

벚꽃뿐 아니라 빵집 앞에는 목련도 흰구름처럼 몽실몽실하게 피어났다. 빵이 이스트에 부풀어 오르듯이 그렇게 하얗게 하얗게 피었다.

바람이 부는 것 같지도 않은데 벚꽃은 사방에 흩날린다. 노래처럼. 내일이나 모레 갸녀린 봄비에도 이 꽃잎들은 무참히 떨어져 내릴 것이라고.

그래서 그 짧은 생애를 놓칠세라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어제 사진을 찍어두길 잘한 걸까.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의 찬란했던 햇살 속에서 꿈꾸듯 펼쳐진 벚꽃이 비에 적셔져 오늘은 지고 있다. 어제 단 하루 온전히 빈틈없이 꽃망울을 터트렸었는데 말이다.

길바닥에 하얗게 떨어진 꽃잎을 밟고 간다. 너무 짧아 더 아쉬운 걸까.


바닥을 수놓은 벚꽃들

저 떨어진 꽃잎들도 오늘 중으로 사라져 버릴 테지.



빗줄기가 제법 굵다.

이 비 그치고 나면 이제 어떤 꽃들이 또 피어날까. 봄의 열두 번의 꽃바람 중에 몇 번까지 불었을까나.

연못의 고기들도 새끼를 낳아 대가족을 이루었다. 고기 눈알이 말똥말똥한 것이 봄을 맞아 저들도 생기있어 보인다. 작은 새끼들이 지 어미들을 찾아 줄줄이 헤엄을 치며 나아간다.

고기들의 가벼운 꼬리들을 보니 저들도 봄기운을 즐기는 듯.

봄은 확실히 시각의 계절이다. 고기들도 노랗고 빨갛고 하얗다. 개나리색. 동백꽃색. 벚꽃색이 다 있다.

그 작은 연못 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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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은 가고 또 오는 것이지만 봄이 있어서.. 찬란히 피어나는 꽃이 있어서 추웠던 겨울이 잊힌다.

이제 벚꽃이 지고 나면 뒤이어 피어날 꽃들이 기대가 된다.

이제 세상의 무대에 막 나서기 직전의 꽃망울들은 빗방울을 머금고 내일의 태양을 고대한다.

이번 주까지는 그래도 벚꽃의 그 보드랍고 하얀 얼굴을 더 마주하고 싶으니 오늘 빗줄기에 좀 많이 버텨주길 바라며.

봄바람에 휘날리는 벚꽃잎을 맞으며 노래를 좀 더 흥얼거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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