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 동네에 예쁜 빵가게가 들어왔다.
물론 이전에 빵집의 빵도 맛있었고 또 사람들로부터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입맛은 무한대인듯하다.
유럽식 빵맛을 추구하는 이 집의 빵맛을 본 후로는 영 다른 집 빵이 끌리지 않게 되었으니 말이다.
달지 않고 담백한 한데다 밀가루 음식 특유의 뻑뻑함 없이 소화가 잘 되어서 예전의 A와 B 빵집에는 저절로 발을 끊게 되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나?
예전의 B빵집이 새로 생긴 이 C 빵집 바로 옆으로 옮겨왔다. 사실 B빵가게는 큰 거리에서 살짝 돌아선 길가에 있었을 뿐 거리상 달라질게 없다. 다만 나란히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 외는.
B 빵집은 한 달 내내 칸막이를 치고 인테리어를 다시 하더니 예전보다 더 넓고 쾌적해 보인다.
그리고 A 빵집은 C빵가게에는 없는 도넛과 아이스크림과 생일 케이크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까지 갖추었다.
아.. 이제 A 빵집도 맛의 경쟁에 들어가나 보다 하였다.
그러나
C 빵집에서도 B빵집의 새로운 오픈과 함께 이전에 없던 새로운 샌드위치를 내놓았다.
두어 달 전에 오픈한 이 집 빵의 모든 것을 맛본 사람들이 이제 슬슬 질려할 적절한 시간이었다.
치즈와 단호박이니 감자니 하는 새로운 것들이 호밀빵 안에 가득 담겨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게 진열이 되어있다.
사서 맛을 보니 호밀빵의 씹히는 맛도 좋지만 안에 들은 과일이나 채소나 무척 신선하게 느껴진다.
"가지 하나하나를 직접 구워서 넣었어요. 정성을 다했죠."
"오전에 내놨는데 거의 다 팔렸어요."
빵집 아가씨의 말이다.
우리 동네만 해도 사람들이 빵을 잘 산다.
인간이 살면서 버릴 수 없는 것이 먹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불경기에도 먹는 집이면서도 맛있는 집은 불황을 모르는 듯하다.
저녁 퇴근 후 귀가길에 혹은 오후의 늦은 산책을 하고 배가 훌쭉해진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풍족해 보이는 빵집의 문을 기분좋게 들어선다.
한 때의 시간을. 한 순간의 스트레스를. 한 순간의 걱정을 달래 줄 위안처를 찾듯이.
사람들은 나중에야 어떻든 색색의 장식이 된 갖가지 모양의 맛난 빵을 고르는 동안은 누구나 행복해 보인다. 그네들의 삶도 그 빵처럼 풍족하게 부풀어 오르기를 바라면서. 아니면 집에서 기다릴 가족들의 반가운 얼굴을 기대하며 빵을 고르는 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은 빵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집게로 잡아 자신의 트레이에 빵이 올라가고 그것이 계산대에서 계산이 될 동안의 행복은 그 빵 맛을 느끼는 순간보다 행복할 것이다.
C 빵집이 가게의 입구문을 정감이 가도록 설치한 것도 우리의 알 수 없는 불안한 정서를 고려한 때문이 아닐까. 유리문 대신 원목으로 만들어진 그 문 입구에는 다홍빛 꽃나무와 조팝나무 꽃이 하얗다. 거기에 제라늄까지 갖다놓았다.
행복한 빵가게를 나서면서 보니 사람들로 벅적거리는 이 가게와는 달리 옆 가게는 손님이 뜸하다.
그리하여 오늘도 B 빵가게는 많은 손님을 놓친 듯하다.
10년 전만 해도
근처 A 빵집과 B 빵집은 쌍벽을 이루며 날로 무섭게 매출을 올리는가 싶었는데 특히 우리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있던 B 빵집은 엄청난 수익을 올렸을 거라고 다들 입을 모았다. 오전에 나온 그 많은 빵들은 오후에 가면 썰물이 밀려간 듯 사라지고 없었고 주인은 다음 날이면 빵을 구워내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 C 빵집의 새로운 빵맛에 질릴 때까지는 혹은 이 빵맛을 능가하는 새로운 빵집이 생길 때까지 이 가게의 문턱이 한동안은 닳아지리라.
빵 봉지를 들고 몸을 360도를 돌면서 보니 커피숍이 7개가 눈에 들어온다. 그 커피숍의 거의 대부분이 다양한 빵을 판다. 아님 아예 커피와 빵을 중점적으로 브랜드화해서 생겨난 프랜차이즈 점들도 있다. 그뿐이랴.
24시간 편의점에서도 샌드위치와 빵을 판다.
많은 새로운 빵집들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은 그 맛의 다양함에 빠지는 행복과 함께
맛의 충족은 지나치리 만큼 채우는 세상에 와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